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의 약자인 이커머스, 흔히들 인터넷·모바일 쇼핑이라 부르는 새로운 개념의 유통채널이 선보인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등장과 동시에 젊은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대세’로 급부상한 이커머스는 점차 영역을 확대에 이제는 기성세대를 포함한 전 국민이 이용하는 익숙한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과 사감 간에 접촉을 자제하는 언택트 문화가 형성된 이후에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자리까지 서서히 넘보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불리는 기업이다. 쿠팡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보유한 전통의 유통강자 롯데·신세계 등의 자본력을 앞세운 공세 속에서도 당당히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내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는 조 단위의 적자에도 굴하지 않는 계속된 ‘물대기(자본 투입) 전략’의 결과로 분석된다. 쿠팡은 비용부담이라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는 자체 배송시스템 ‘로켓배송’을 시장선점의 무기로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린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규모의 경제 이후에 찾아오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치열한 경쟁 이후에 뒤따르는 독과점 구조는 전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기업의 ‘을(乙)’로 전락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독과점 구조 하에서 나타나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또는 오너(최고경영자)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최대한 양심적으로 가격·서비스를 결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제는 쿠팡에 대한 평가가 부정에 가깝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봤을 때 독과점 구조 하에서 기업과 오너의 도덕성만으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지배구조, 최고경영자인 김범석 대표의 국적, 김 대표의 행보 등에서 비롯된 국적논란은 우려감을 더욱 키운다. 사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의미의 ‘사업보국’을 경영철학으로 삼는 국내 기업들과 달리 외국계 기업들은 이익을 위한 고용·투자 등엔 적극적일지 모르나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현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미국 국적을 지니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기업 역시 미국 국적을 지닌 기업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쿠팡에 대한 투자를 미국 국적 기업을 통해 단행했다. 김 대표의 국적과 쿠팡의 지배구조를 봤을 때 사업·투자·세금납부 등이 국내에서 이뤄진다고는 하나 최종 이익이 미국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배당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 당장 걱정할 부분은 아니지만 향후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니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쿠팡을 이끄는 김 대표는 거듭된 모럴헤저드 논란으로 외국계 기업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소극적이라는 국민 정서에 확신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수조원의 적자 속에서도 수십억원대의 개인의 아파트 호실을 두고 굳이 회사 명의로 빌린 고가의 주상복합을 사용해 비판을 사고 있다. 위기 상황에선 회사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토종기업 오너 혹은 최고경영자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김 대표 소유의 아파트 호실은 현재 40억원에 육박한다.
김 대표는 코로나 집담감염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앞서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는 5월 24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후 관련 확진자가 150명을 넘었다. 김 대표는 방역 관리 및 초기 대응에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한 시민단체는 김 대표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해당 단체는 쿠팡 물류센터에서의 감염으로 소비자까지 전염 될 우려가 있는데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활성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분명 박수 받을만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규모의 경제를 현실화시켜 이커머스 시장을 독차지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적어도 지금까지 외국계 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형성됐을 땐 그랬다. 아무리 토종기업임을 강조해도 김 대표의 경영행보는 외국계 기업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국민 보다는 회사의 이익, 회사의 이익 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쿠팡이 원하고 추구해 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소비자는 곧 우리 국민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외국계 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결국 국적논란은 쿠팡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국적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김 대표 자체가 쿠팡의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김 대표가 경영을 주도하는 한 쿠팡에게 씌워진 주홍글씨는 지워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