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처음부터 회사를 설립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냥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회사경험을 쌓고 시작했죠. 빈컴퍼니(Beeeen Company) 이름에 e가 4개인데 이는 각각 ‘energy(에너지)’ ‘experience(경험)’ ‘excellent(탁월한)’ ‘extend(확장)’을 의미해요. ‘에너지’ 있는 삶을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거기에서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찾아 영향력을 ‘확장’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찾는 것을 제 인생의 모토로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김빈 빈컴퍼니 대표(38)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다. 2005년 LG전자에 입사해 김태희 폰 등 여러 폰을 디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선행디자인 프로젝트, 고객 조사, 디자인 전략, 디자인 경영팀 등에서 근무했다. 또 세계 최대 장식 디자인 박물관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2년 연속 초청 전시회를 갖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 전시 활동도 여러 번 했다.
김 대표는 LG전자에 재직 중이던 2009년 뉴욕현대미술관 데스티네이션 서울 프로젝트에서 커피잔 홀더 ‘드링클립(DrinKlip)’으로 산업다자이너로서 국제무대에 첫 데뷔를 했다. 이후 2012년 ‘드링클립’으로 독일 ‘IF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수상 경험을 쌓으며 디자인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첨단과학 디자인에서 전통 한지의 매력으로 눈을 돌리다
“LG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휴대폰 외관 디자인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했어요. 2008년 아이폰이 나왔을 당시 킬 아이폰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죠. 김태희 폰 외에도 여러 폰을 디자인했지만 선행디자인으로 공개는 되지 않았어요. LG전자의 V50, V40은 2010년에 이미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어요. 당시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멀티 스크린을 원할 것이다’고 제안을 했었죠.”
“요즘의 휴대폰은 사람과 가장 친하듯 그때도 그랬어요. 다만 지금은 휴대폰으로 일도 할 수 있고 별걸 다하지만 당시에는 워킹 오피스, 모바일 오피스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항상 책상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폰으로 이메일은 물론 업무도 가능하고 회사 보안프로그램도 깔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이 더 높아져서 조금 더 쉬거나 잘 수 있고, 여유가 생기는지 등이 중요해진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 똑똑해질수록 인간의 삶을 더 가치 있게 가꿀 수 있기 때문이죠.”
첨단과학이 구현된 스마트폰이라는 대상에서 김 대표의 디자인 감각이 한지라는 전통적 매체로 옮겨간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이미 디자인 업계에서 이름을 널리 떨친 김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한지 장인의 소개로 한지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한지가 주는 종이 자체의 훌륭함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지는 매우 훌륭해요. 예를 들어 신문이나 잡지 등은 하루만 땡볕에 두면 색이 바래요. 그러나 우리 민족이 만든 종이인 한지는 700년이 지나도 글씨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하게 보존돼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이를 잘 보여주죠. 한지는 화학 섬유가 아닌 닥나무 줄기를 찐 뒤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요.”
“그래서 유럽에서는 한지의 가치를 알아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종이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많이 쓰이지 않고 있어서 이를 널리 보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한지를 굉장히 많이 썼어요. 특히 한옥에서 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벽지, 창호지, 바닥 장판지에 주로 쓰였죠. 지금도 절에 가면 볼 수 있어요. 온돌방의 바닥을 보면 빳빳한데 윤기가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죠. 이게 바로 한지예요.”
김 대표는 한지의 장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지는 습기조절능력과 탈취, 방습, 살균작용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또 열에 강해서 온돌방에 쓰일 수 있었고 물걸레질도 할 수 있으나 지금은 한옥에서 많이 살지 않기 때문에 한지의 쓰임새가 줄어든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지 공예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어요. 전통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즉, 수동적인 것이 아닌 능동적인 것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에는 그렇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012년만 하더라도 한옥카페 같은 것도 없었고 당시에는 구수함, 전통차 이런 단어를 연상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한옥을 굉장히 좋아해주고 인기를 끄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한편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지 공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특히 유럽에서는 종이공예가 발달했는데 한지는 가볍고 뽀송뽀송한데 어떨 때는 도자기처럼 단단해지기도 해 사람들이 신기해해요. 이런 특성을 이용해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점이 한지가 가져다 주는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공공디자인으로 삶의 질 향상과 디자인 혜택 널리 전해주고파
김 대표가 디자인한 ‘드링클립’과 전통 한지제작 기법으로 제작된 ‘한지바스켓’은 초·중·고·특수학교 등 총 8곳의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빈컴퍼니의 스테디셀러인 드링클립은 컵홀더다. 2009~2010년에는 드링클립 같은 디자인 제품, 아이디어 제품이 많지 않았다. 그 덕분에 한창 테이크아웃 커피가 시작될 때 출시된 드링클립은 큰 인기를 끌었다.
“드링클립은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서 개발하게 됐어요. 테이크아웃 커피를 회사에 가지고 왔을 때 커피를 놓을 곳이 없었어요. 코너에 두면 쓰러지고 문서사이에 두면 엎어져서 분리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해서 드링클립이 탄생했어요.”
“빈컴퍼니는 5년 전부터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는 대신 기존 제품에만 주력하고 있어요. 현재는 주로 컨설팅을 해요. 가장 최근에 한 일은 브랜드 로고 디자인, 기업에 브랜딩 컨설팅 등이에요.”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디자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디자인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학생일 경우에는 최대한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특히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디자인은 서비스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휴대폰 디자인이 있죠. 이외에도 자동차, 휴대폰, 가구, 생활용품 등 여러 분야가 될 수 있어요. 또한 기획자, 마케터, 심리학자 등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디자인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건축은 공학과 디자인의 결합이고 휴대폰도 공학과 디자인의 결합이듯이 융합시대에 앞으로는 점점 더 디자인과 다른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질 거예요.”
“그래서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이라는 학문은 인간의 삶을 증진시키는 학문이에요.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수준은 여기에 와있지만 제대로 된 혜택을 국민이 못 받고 있는 실정이에요.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옛날에는 놀이터, 도서관, 어린이집, 벤치 등 공공시설과 공공서비스의 디자인 수준은 형편없었어요.”
김 대표는 현재의 서울을 보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는 만큼 공공부문의 디자인에도 관심을 기울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들은 아직 여기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제 꿈은 우리 국민한테 최대한 디자인 학문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예요. 공공디자인 쪽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많은 사람이 디자인의 혜택을 받고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공시설인 놀이터, 도서관, 어린이집 등이 조금 더 사용하기 편리하고 조금 더 안락하며 동네 카페 못지않게 편안하게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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