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수도권·지방으로 분산됐던 아파트 수요가 다시 서울로 쏠리고 있다. 정부가 서울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이후 수도권으로 수요가 몰려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이를 막기 위해 다시 규제를 가하자 분산됐던 수요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있다. 어차피 양쪽 다 규제지역이라면 서울을 택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수도권 거주민을 비롯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섣불리 지정한 수도권 추가 규제 도입이 서울 쏠림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수도권의 슬럼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부작용을 규제로 막으면서 생긴 새로운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 쏠림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수도권 거주민의 재산피해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돼 주목된다.
규제→부작용→추가규제→새로운 부작용…“국민이 실험용 쥐도 아니고”
문재인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규제, 정비사업 규제, 3기 신도시 공급 등의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그럼에도 서울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계속해서 추가규제를 내놓았다. 지난해 12·16 대책을 통해서는 서울 지역 내 보유세 인상, 추가 대출규제 등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았다.
서울만 콕 찦은 핀셋 규제를 실시하자 이내 서울 근접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원, 용인, 성남 등 이른바 수·용·성 지역에선 집값상승과 청약과열이 동시에 생겨났다. 정부는 이곳 지역까지 규제로 묶었고 풍선효과는 수도권 타 지역으로 확산됐다.
일찌감치 서울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의 반발은 점차 고조됐고 결국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설정했다.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6·17 부동산대책 이후 그동안 빠르게 확산되던 풍선효과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런데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났다. 수도권으로 눈을 돌렸던 수요가 다시 서울로 몰리기 시작했다. 똑같이 규제로 묶였다면 생활기반 시설이나 교통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서울이 낫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였다. 결국 수차례에 걸쳐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무용지물이 돼 버린 셈이 됐다.
먼저 매매 시장부터 과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17 대책 발표 직후인 같은달 20일 래미안대치팰리스 59㎡ 규모 호실은 2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평형이 22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2억2000만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아크로리버파크 이후 평당 1억을 달성한 두번째 단지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외에도 강남 여러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쏟아졌다.
6·17 대책 이후 서울의 청약시장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앞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더 저렴한 분양단지가 나올 수 있지만 당분간 서울 분양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실수요자가 많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만 해도 대치 푸르지오 써밋(168대1), DMC SK뷰 아이파크포레(340대1) 등이 역대 최고 경쟁률을 연이어 경신했다.
‘서울 과열’ 원점으로 돌아온 부동산 시장, 수도권 외면에 국민 재산피해 사례 속출
수차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동향이 과거 ‘서울 과열’ 현상 시기와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면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외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재산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책 불신 여론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규제 지역으로 설정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 59.99㎡의 경우 이달 4일 5억29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달 7일 거래가인 5억4400만원보다 15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청약 시장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에 비규제지역에서 규제지역이 된 경기도 평택, 인천 등에서는 청약미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1순위 접수를 진행한 운서 2차 SK뷰 스카이시티는 909가구 모집에 0.7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동원로얄듀크도 0.3대1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을 하지 못했다. 규제지역에 포함되기 전 분양을 실시한 인천 호반써밋스카이센트럴(4.1대1), 지난 5월 분양한 영종국제도시 화성파크드림 2차(2.8대1) 등과 대조된다.
수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효과는 커녕 오히려 국민 혼란만 가중시키면서 정책 불신 여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수요자들은 정부가 연이은 규제로 집값을 자극해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민들은 갑작스런 규제로 재산피해를 입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김인종(가명) 씨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치는데 규제로 누르면 오히려 시장을 자극하는 결과만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수도권으로 눈을 돌렸던 수요가 다시 서울로 몰린 탓에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집주인들은 이를 알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양주에 거주 중인 김다현 씨는 “양주 대다수의 지역은 농촌지역이고 군부대 등이 많아 아무리 경기권이라 한들 수요가 많지 않다”며 “그동안 미분양 단지가 넘쳐 골머리를 앓다가 그나마 서울 규제로 미분양이 조금 해소되고 지역 경제가 조금 정상화됐다. 그러나 곧장 규제로 묶여서 다시 사람이 빠져나가는 추세다”고 토로했다.
검단신도시에 거주 중인 김성아 씨는 “검단은 지난 2월에 미분양 관리가 해지됐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서구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투기과열지구가 됐다”며 “검단은 아직 분양 일정도 많이 남았고 입주민 한 명도 없는 빈 땅인데 10억원 넘는 투기과열지구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이곳이 활성화 될 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윤정희(가명) 씨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특히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창릉 때문에 집값은 크게 내렸다”며 “설령 집값이 올랐다면 3기 신도시과 킨텍스지구다. 이곳이 오른 것도 정부가 호재를 던져서 그런 것인데 일산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묶은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수도권을 규제로 묶으면서 투자 매력도가 급감하고 차라리 서울로 투자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 확대가 그 증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규제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최대한 자제하고 꼭 필요한 곳에만 쓰는 식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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