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선택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잘 맞는 전공이 있고 안 맞는 전공이 있죠. 전공이 잘 맞는 학생들을 보면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이고 본인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있어요. 그러나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아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죠. 기대했던 것보다 전공이 나와 맞지 않아 복수전공이나 전과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 진학 전 전공에 대한 충분한 고민은 꼭 필요해요.”
‘위메이저’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교 학과별 전공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자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의 학생들이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0년 서울대학교 학내 동아리에서 출발한 이 단체는 현재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서울시 소속이다.
2010년부터 강연을 진행 중인 위메이저는 지금까지 10년간 중·고등학생들 대상으로 500회가 넘는 강연을 했다. 2015년에는 서울중등진로와직업 교과교육연구회 MOU(산학협력)를 체결했고 ‘자율학기제 민·관 파트너십 시범사업단’으로 선정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위메이저는 전공 강연뿐만 아니라 강연콘서트, 진로박람회,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인정받아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교육부 선정 교육기구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대학생이 72.7%··· 충분한 고민과 이해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이 연기됐다.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가 한창인, 수능이 50여일 남은 시점에 합정역 근처의 위메이저 사무실을 찾았다. 서진영 책임매니저, 서영빈 대외홍보팀장, 이지훈 사업운영팀원이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아줬다.
“저희는 입시나 진학정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공 정보를 중·고등학생들에게 상세히 전달하고 전공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도록 강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밖에도 대학생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에 동기부여도 하고 있죠. 무작정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전공 정보를 제공해 학생들의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이에요.”
서진영 책임매니저는 대학 입시에 초점을 둔 강연이 아닌 전공 선택에 도움을 주는 강연임을 강조하며 운을 뗐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강연이 어려워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강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서울대학교 학내 동아리인 H2에서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에서 많은 강연 요청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서울대 진학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전공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고 해요. 그때부터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고 강연을 해보자는 모토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학교가 아닌 전공을 알리는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위메이저 강연의 방침 중 하나가 학교 이름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강연을 나가서도 학교 이름은 알리지 않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때도 어느 대학교 어느 학과가 아니라 학과 이름만 명시하고 있다.
위메이저에서는 강연뿐만 아니라 여러 콘텐츠를 개발했다. 일례로 화학과는 향수 만들기 체험, 중국어학과는 중국 문화 체험 등의 체험형 강연을 진행하는 한편 학과페이퍼와 카드뉴스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해외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급하게 국내 대학으로 바꾸게 된 케이스예요. 급하게 바꾸다 보니 제가 원하는 전공이 아니라 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중국어학과를 선택했죠.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 보니 제 전공에 대한 회의감과 후회가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저는 경영학과로 전과를 했고 컴퓨터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어요.”
이지훈 사업운영팀원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충분한 고민없이 진학해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를 겪는다고 덧붙였다.
“저는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를 경험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강연을 듣는 학생들에게 더 진정성 있게 들릴 것으로 생각해요.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고들 말하죠. 하지만 전공선택으로 나중에 후회를 하는 사례가 많다는 걸 알려서 현재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돕고 싶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중·고등학생들이 꿈이나 목표를 대학 입학에 두는 것이아니라 그 이후, 즉 대학을 발판으로 해서 사회에 나갔을 때까지를 바라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현재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대학생이 7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을 바꾸거나 진로 재탐색을 하는 데는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위메이저에서는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단순히 학과에 대한 표면적인 설명이 아닌 실제 학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의 경험에서 나온 실질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전공 정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도 스스로 전공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말고 연구를 많이 해야 해요. 저희가 하는 강연이 누군가의 진학과 진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강연을 진행해야 하죠.”
학생들에게 전공에 대해 알리면서 나도 성장하게 되는 계기
“저 역시도 진로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대학에 진학했어요. 단순히 고등학교 때 배운 러시아어가 좋아서 노어노문학과를 선택했지만 진학하고 나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노어노문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자 봉사를 시작했는데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가 배우는 것도 많았어요. 봉사를 나간다고 하면 베푸는 일이고 남에게 선행을 하는 것 같지만 봉사를 하면서 얻는 것도 많아요.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전공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죠.”
서영빈 팀장은 강연을 진행하면서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6~7주 정도 교육을 받으며 50분 분량의 강연을 준비한다. 사무국원들은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주로 PPT를 만드는 법과 발표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교육한다.
“저희는 1년에 4번, 봄·여름·가을·겨울에 봉사자를 모집해요. 면접을 통해 뽑힌 봉사자들은 6~7주간 자신이 진행할 강연 자료를 만들면서 발표 준비를 합니다. 6, 7명의 봉사자와 3, 4명의 매니저가 지정된 요일에 만나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방식이죠. 교육이 끝난 뒤엔 위메이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교들을 자신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해서 강연에 나가게 돼요.”
서영빈 팀장은 교육을 진행하는 매니저들도 따로 이사진의 교육을 받는다고 전했다. 또한 책임매니저는 요일마다 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한다고 말했다. 매니저들은 봉사자들의 교육을 진행하는 동시에 사무국원의 역할도 수행한다.
“강연을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어요. 원래 꿈은 승무원이었지만 형편상 그 꿈을 포기하고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과 전공 강연을 들은 학생이었죠. 간호학과를 전공할 경우 할 수 있는 직업의 다양성에 대해 강연을 듣던 중 항공 간호사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고 해요. 그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직업이었고 그 학생에게는 자신의 꿈에 대한 또 다른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였죠.”
이지훈 팀원은 이런 우연이 흔하지 않지만 이 강연을 통해 승무원의 꿈을 저버렸던 학생에는 큰 희망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위메이저에서 강연을 많이 나가면 이런 우연도 많아지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전공 강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진영 책임매니저는 “아직 수도권 중심으로 강연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국으로 강연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앞으로 위메이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밝혔다.
[홍승의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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