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건립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계획이 부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기존 해외 유력 용역업체를 통해 타당성 검증까지 마친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고 오히려 경제성·효용성 측면에서 점수가 가장 낮았던 가덕도가 유력한 대체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 여론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내년 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 지역의 민심과 맞물리는 결정이 나온데 대해 선거용 정책이라는 의혹의 시선도 나온다. 심지어 앞서 동남권 신공항 추진 당시 가덕도 공항 설치를 주장하다 김해신공항의 타당성 적합 판정으로 결과를 수긍했던 부산·경남 지역민들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용역업체의 객관적 판단 끝났는데…보궐선거 앞두고 내린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
동남권 신공항은 2000년대 초 기존 김해공항이 산과 가까워 위험하고 주변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처음 논의됐다. 당시 후보안 3개가 등장했는데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안과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경남 밀양시 중 한 곳에 새 공항을 건설하는 안 등이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전국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용역이 진행됐지만 두 안 모두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백지화됐다.
이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대선 후보들이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해당 이슈가 재조명됐다. 당시 각 후보지역의 지역민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결국 제3자의 손으로 넘어갔다. 결국 2015년 후보지를 두고 2차 용역까지 진행했다. 2차 용역은 프랑스 용역업체이인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맡았다.
당시 ADPi는 용역 결과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놓는 ‘김해신공항안’이 가장 타당하다고 결론졌고 정부는 2021년 착공, 2026년에 완공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서로 유리한 안을 주장하던 지역민들은 글로벌 용역업체의 객관적이고 타당한 결정에 수긍했고 이후 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출범 후로 또 다시 해당 이슈가 쟁점화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초부터 동남권 관문 공항을 완성 짓겠다고 거듭 약속하고 여당 인사들도 거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8년 총선 이후 오거돈 전 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 시장 등은 협약을 통해 가덕도 공항신설을 추진했다.
국무총리도 가세해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검증위원회는 다시 타당성 조사에 나섰으며 이달 17일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통해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기존 글로벌 용역업체의 평가를 뒤집는 결과를 내놨다.
검증위는 “사업이 확정될 당시에 비행절차의 보완 필요성, 서편 유도로의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국제공항의 특성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 시민도, 가덕도 주민도 한 마음 한 목소리 “가덕도는 안된다”
정부가 김해신공항 사업의 백지화를 시사하고 나서자 대한민국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단순히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선거를 의식한 정부·여당의 인기영합주의 행보라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가덕도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혈세 낭비 우려가 거세게 일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러한 검증위의 발표에 기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했던 부산·경남 지역민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가덕도 공항 신설의 가장 큰 수혜자인 가덕도 주민들도 ‘어안이 벙벙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이상복 김해공항 확장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적인 용역업체에서 진행한 사업성 조사에서도 가덕도 공항 신설은 적절치 않다고 결론을 내린 데다 내년 착공을 확정 지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 말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듯이 국책사업을 엎으려고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가덕도 신설안을 밀어 붙일 거면 국민과 지역민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데 그조차도 없는 실정이다”며 “내년 재보궐선거를 노린 선동에 불과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덕도 대항동 주민들로 구성 된 대항청년회 소속 한 관계자는 “가덕도 공항 건립이 추진되면 실질적으로 가장 수혜를 볼 대항동 주민들도 왜 굳이 이곳에 공항을 지으려는 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매년 가덕도는 태풍 영향권에 쉽게 노출되고 피해도 많은 지역인데 이러한 지역에 공항을 설치하면 오히려 국민 안전이 위태롭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항동을 보면 고지가 매우 낮다. 이곳에서 비행기가 뜨려면 바로 인접한 곳에 위치한 국수봉이나 성포봉 등의 산을 깎아야 한다”며 “현재 언론에서는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면 산을 깎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되는 데 이곳에 단 한번이라도 와 본 사람들인 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부산시민 손정숙(가명) 씨는 “가덕도 공항 신설이 PK와 TK간의 싸움이 된 거 같은 데 솔직히 말해서 정부 여당이 부산시민을 선동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며 “정작 부산 시민들은 지금의 김해공항 위치나 가덕도나 거리상으로는 거기서 거기라 경제성이나 효용가치가 높은 김해공항이 낫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가덕도에 설치한다고 해서 소음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며 “가덕도 최인접 지역인 견마도만 해도 아파트 단지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역 주민들은 귀가 없는 것도 아닌데 24시간 운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백번 천번 생각해도 내년 보궐선거를 노린 처사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가덕도 공항 신설안은 정부·여당의 정치적 목적달성 외엔 국민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전문가는 “부산 시민에게는 가덕도나 김해공항이나 사실 큰 차이가 없지만 김해, 창원, 양산만 돼도 거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결국 가덕도 신공항은 정부·여당 외엔 누구 하나 수혜자가 없는 결정이다”고 주장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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