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역당국이 8일부터 28일까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격상했다. 각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5인 이상 모임금지 등 별도의 조치까지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일평균 약 1000명 안팎을 기록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까지 이른 결과다.
코로나 대유행을 우려한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과거 반쪽짜리 성공에만 매몰돼 확진자 숫자 줄이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국민 불안과 피로감, 경제적 피해규모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어 코로나 이상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 시름하다 잃어버린 2020년…10개월 만에 중대본 등장한 文대통령
정부는 지난 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연이어 격상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었고 지난 12일부터 현재까지 일평균 신규 확진자수가 약 1000명대에 가까워졌다. 사실상 정부의 방역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못 보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 5일 후인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긴급 주재했다. 문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던 지난 2월 23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었다. 그 사이 코로나 방역 성과를 알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었다”며 “이제 K방역의 성패를 걸고 총력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으로 우리의 방역 시스템 강점을 백분 활용해 단기간에 코로나 확산세를 꺾는데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중대본 회의까지 주재하며 총력 대응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사태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여론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사용해가며 자화자찬했던 정부의 코로나 방역은 이번 대유행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억지로 잠재우는 형식만 취했을 뿐 선제적 방어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 등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정부가 자화자찬하던 K방역은 결국 허상에 불과했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항상 바이러스를 뒤따라가는 뒷북 방역정책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정권 유지를 위한 그 많은 악법을 통과시킴에 있어 청와대가 독촉하고 여당은 게릴라전법을 방불케 하는 편법과 일사불란함으로 적극 화답해왔다”며 “그런데 코로나 근본 대책인 백신에 관해서는 ‘느긋하게 장터에 나가 떨이로 물건을 사려는 행태’에 가까워 보였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 탓’ 급급한 정부에 들끓는 민심…의료계 “숫자 좇는 방역대책 그만”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방식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명확한 원칙이나 일관성 없이 오로지 보여주기 식으로 확진자 숫자 줄이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확진자 수가 많이 늘면 방역단계를 높이고 확진자 수가 줄면 방역단계를 낮추는 ‘숫자 따라가기 방역’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10일 용산임시회관 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방역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동현 한림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우려했던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ICU(집중치료실) 확보 등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전 준비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대응이 한 박자씩 늦다. 가파르게 환자가 증가하는데 방역 당국은 하루하루 확진자 숫자만 세며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 방역대책은 매우 허술하다. 특히 코로나 감염자에 대한 격리해제 조건이나 퇴원조건들이 주먹구구식이다”며 “확진자는 10일 격리하고 증상이 없으면 퇴원시키고 접촉자는 14일 자가격리를 하는 등 방역당국이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염 교수는 확진자 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방역당국에서 확진자에 대해 차후 감염력이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내보낸다”며 “그렇게 되니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본인은 전염력이 없다고 착각해 또 다른 확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 바깥에 그런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의 방역대책에 대해서도 효과가 낮다고 진단했다. 염 교수는 “확진자 숫자만 좇는 방역 대책을 일관한다면 이 사태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선 잠깐 괴롭더라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려야한다는 게 모든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소 1주가 되건 2주가 되건 짧고 굵게라도 사회의 움직임 자체를 멈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부가 책임 있게 ‘힘든 시기인 줄 알지만 믿어주시고 3단계로 격상하자’고 국민에 협조를 요청해야한다”며 “현재 모든 사람이 공통된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단계 격상에 따른 사회적 합의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강한 방역조치로 확진자를 최소 100명대로라도 줄이게 된다면 그 때부터는 코로나 통제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일반 국민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현(38·가명) 씨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요건을 정해두긴 했지만 결국은 확진자 숫자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핀셋 지침 등을 수차례 내놓는 것이 그 증거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정해놓은 원칙이나 명확한 지침은 없다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가 감염자 발생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인데 지금의 정부의 거리두기를 확산을 잠재우는 용도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준영(41) 씨는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면 사전 발생 차단은커녕 오히려 사태가 잠잠해지는 시기를 노려 소비쿠폰발행 등 선심성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그리고는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면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 국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 희생은 그대로 국민들이 당하는데 연일 정부는 국민들이 방역규정을 제대로 안 지켜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고 답답함 심경을 토로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정유람(39·여) 씨는 “정부는 의료진들 생각해서라도 뭐라도 해야 한다. 의료진들 전부 고생시키면서 자기들 자랑에만 급급한데 정말 꼴불견이다”며 “정작 의료 현장 가서 도와주기는 했나. 여름에는 덥고 땀띠 나고 그렇게 힘들게 방역 최전선에서 환자들 지키면서 지금 겨울까지 왔다. 의료진들이 하나하나 다 국민 곁을 떠나가면 그땐 어쩌러나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허술한 방역 대책에 이번 1년 장사는 다 말아먹었다. 매뉴얼을 만드는 이유는 성급하지도 늦지도 않는 적시에 행동할 기준을 세우고자 만드는 것 아니냐”며 “지금 정부가 우왕좌왕 하는 꼴을 보니 매뉴얼은커녕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몰라서 허둥대는 꼴이다. 물위에서 우아한 자세만 보이고 물속에선 헤엄치면서 허둥대는 오리를 보는 것 같다”고 냉소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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