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연극의 매력은 연기를 하면서 관객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설레는 느낌이 있죠. 예를 들면 바다를 직접 가서 느끼는 것과 바다를 표현한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의 차이 같아요. 바다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무대에서 바다의 느낌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달 19일부터 24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해롤드 핀터 원작의 2인 부조리극 ‘덤 웨이터’에서 거스 역을 맡은 배우 송철호 씨(38)를 서교동에 위치한 한 갤러리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와 따뜻한 미소로 기자일행을 맞이했다. 자신의 연기 인생 이야기와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출연했던 작품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송 씨는 연극배우이지만 영화를 통해서도 꽤 얼굴이 알려졌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작인 ‘아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받은 ‘나가요: ながよ’ 외에 ‘배드신’ ‘굿바이 싱글’ ‘판도라’ ‘별찌’ ‘새나라의 이선생’ ‘나의 특별한 형제’ ‘공간의 끝’ ‘소리꾼’ ‘애비규환’ ‘그분의 딸’ 등이다. 단역, 조연, 주연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활약했다.
“10년가량 연극과 단편·독립영화, 상업영화에 출연했어요. 어린 시절엔 영화에 꿈이 있었죠. 교사이셨던 아버지가 이연걸이 나온 영화를 좋아하셨는데 아버지와 함께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죠. 그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고 배우를 꿈꿨어요. 고등학교 시절엔 방송부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고2 말쯤에 대상을 받은 연극 팀의 공연을 보고 연극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연극반 친구에게 물어보고 극단 선생님에게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면서 배우의 꿈을 키워나갔죠.”
20대 초반에 지녔던 열정이 원동력… 연극·영화에서 맹활약
송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에 있는 대학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으나 아쉽게 낙방했고 재수를 해서 대전에 있는 대학의 영문과로 진학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연기활동을 하는 것에 반대하셨으나 어머니는 연기하는 것에 대해 응원하시는 편이셔서 몰래 지원해주시기도 했다고 송 씨는 밝혔다.
“고3 때 연기를 배웠던 터라 대학을 영문과로 진학한 후에도 연극 활동을 병행했어요. 당시 연기에 가졌던 열정이 사실은 지금까지도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시작한 지가 벌써 20년이라니 세월이 정말 빨리도 지나가는 거 같아요. 그동안 마음에 갈등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20대 말에 연기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고 잠시 연기 활동을 쉬었을 때는 정말 힘들기도 했죠. 그러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지원을 했는데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극에 전념하게 됐어요.”
송 씨는 30대부터 연극 활동을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으며 2012년에는 단편영화 ‘배드신’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18년 영화 ‘소공녀’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전고운 감독의 작품이다. 송 씨에게는 영화 데뷔작이다. 그래도 송 씨가 더 큰 매력을 느낀 것은 연극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가 출연한 연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12년 대학로에서 처음 공연한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 2016년에 공연한 ‘바냐 아저씨’, 2020년에 공연한 ‘네 번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 출신 작가 디미트리 베르휠스트의 동명소설이 원작이죠. 베르휠스트 가족의 삶을 그린 작가의 자전적인 성장 소설을 연극화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술꾼 이야기였는데 저는 암 말기의 술꾼으로 나왔어요. 죽기 전에 딸을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을 연기했죠. 1인 3역을 하면서 동료들을 사랑하게 되고 이야기와 연기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과 공연 이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아 제가 연기를 통해 큰 성장을 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 있어요.”
송 씨가 2016년에 출연한 연극 ‘바냐 아저씨’는 안톤 체호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주인공 바냐를 연기했는데 30대 초반의 나이에 스무살이나 더 많은 역할을 하느라 꽤 힘들었지만 주변의 격려를 받으며 열심히 연기했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공연한 작품인 ‘네 번째 사람’은 코로나로 인해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고 영상으로 대체됐지만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잠깐이나마 공연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서 변호사를 연기하게 됐는데, 세상이 규정하는 대로 살아가던 변호사가 부정한 일에 왜 넘어가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연기했다며 많은 사람에게 무대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무대에 거의 오르지 못해… 공연계 다시 활기 되찾길 기대
“저는 연기를 할 때 연기를 잘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면서 연기 연습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또 연기에는 의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대본을 연습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때는 가끔 아예 하루 정도는 관계없는 영화를 보거나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책도 보면서 사고의 전환을 하려고 노력하죠. 이 점은 제가 맡는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고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송 씨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묻자 과거에 연기활동을 잠시 그만두고 학원강사 시절에 잠깐 힘든 적이 있었지만 배우 일을 하면서는 지난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영화 ‘소리꾼’에서 심 봉사 역을 연기한 후 코로나로 인해 몇 개월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는 작품 세 개를 계획했는데 그 중 두 개를 무대에 올리지 못하게 돼 관객을 만날 수 없어 답답했다면서 올해 1월에 준비 중인 연극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송 씨는 자신의 연기 모델로는 평소에 존경한다며 최민식과 이봉근,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를 꼽았다.
“최민식 선배님은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배우였죠. 드라마 ‘서울의 달’ 때부터 그분의 연기를 보면서 연습도 했고, 최민식 배우님 팬 카페 회원이기도 했어요. 영화 ‘쉬리’ ‘파이란’ ‘올드 보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명량’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 작품마다 극장에서 꼭 관람했죠. 외국 배우로는 호아킨 피닉스를 꼽을 수 있는데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조커’에서의 연기는 정말 엄청났어요.”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배우는 지난해 함께 출연한 영화 ‘소리꾼’의 주연을 맡았던 이봉근 배우예요. 국악인으로 20년 넘게 활동한 봉근이 형에 대해서는 저는 그 전에는 잘 몰랐지만 영화를 함께하면서 정말 멋진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첫 주연이었지만 여러 작품을 한 배우라고 믿을 정도로 성실하고 힘든 역할을 잘 노력하면서 훌륭하게 연기해내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했죠. 제가 연기했던 심 봉사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봉근이 형이 많이 격려도 해줘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영화에서 좋은 연기가 나왔던 거 같아요.”
송 씨는 연기 분야에 대선배가 많이 있지만 앞서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우선 순위를 정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민도 하겠지만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지만 최근에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사랑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좋은 영화도 찾아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건강을 잘 챙기는 등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 씨는 마지막으로 이달에 공연하는 연극 ‘덤 웨이터’에 대해 소개했다. 또 지난해 코로나로 위축됐던 공연계가 올해는 잘 풀리기를 소망한다면서 많은 관객이 공연장에 찾아와 활기를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월 19일에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덤 웨이터’는 2인 부조리극인데 저는 주인공 거스를 연기하죠. 지금까지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들에 대해 ‘왜’ 라고 질문하는 인물인데 이 작품은 사실주의적 사건 구성에서 벗어나 부조리한 상황 전개를 보여주고 범죄 스릴러적인 인물, 사건 설정 등이 적절하게 융합돼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고난도 퍼즐을 푸는 듯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에요. 많은 분이 저희의 공연을 보러 와주시면 저희에게 큰 격려가 될 거예요. 또 2월에는 단편영화 ‘작두’ 촬영 준비 계획이 있어요. 많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송철호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많은 사랑을 부탁드릴게요.”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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