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허경진·김찬주·이한솔 기자]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사회 각계각층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외면한 정부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환자·의료진 모두 곡소리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한 ‘코로나19 방역 대책 대안 좌담회’에 참석한 최재욱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종식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진들이 비효율적인 체계 속에서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코로나 치료 전담병원, 선별진료소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하루 12~15시간 이상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정신적·체력적 피로도가 매우 극심한 상황이다. 극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의료진도 늘어나고 있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진을 새로 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경에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가 관료주의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3차 유행 당시의 병상확보 문제 역시 관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매우 관료주의적인 태도로 모든 일을 전담하려 하기 때문에 유연하지 못한 경향이 짙다. 이 같은 태도는 결국 늑장대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절차를 따지고 규정 따지다가 환자 사망하는 등 불행한 상황이 생긴 뒤에야 부랴부랴 움직이는 모습이다. 긴급 코로나 의료 위원회 등을 설치해 전권을 이양하는 선진국과는 매우 다른 구조다.”
“3차 유행이 절정이었을 때 발생한 병상부족 문제도 관료주의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가 여러 병원을 찾아 병상 협조를 요청했는데 많은 병원이 거절했다. 지원에 따른 보상을 받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증명하라고 하는 등 그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증명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액이 삭감되는 경우도 많아 의료계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박은희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공동대표도 정부의 비효율적인 확진자 관리를 문제 삼았다. 무증상 감염자였던 박 대표는 생활수용시설에 2주 동안 격리된 과거를 회상하며 의료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됐다. 증상이 없어서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서 검사를 받아보니 양성이 나왔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철저한 자가 격리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봐도 됐을 것 같았는데 생활치료시설에서 관리를 받게 됐다. 시설도 좋고 의료진의 지극한 간호에 감명을 받았기는 했는데 굳이 무증상 감염자들에게 의료 여력을 쏟아붓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4차 유행 온다면 의료체계 붕괴할 수도…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해야”
코로나 3차 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교수는 장기화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4차 유행까지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부·의료계·국민의 신뢰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미 깨뜨려버렸다. 의료계에서는 현 정부에게 신뢰라는 단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는 불신이 쌓여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다행히 3차 대유행을 겨우 버텨나가고 있지만 4차 대유행이 온다면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의료체계가 무너지게 되면 가장 먼저 원내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코로나와 비코로나 환자 구분이 힘들어진다. 결국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고 위·중증 환자에 대한 병상도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아가 병원을 이용할 수 없으니 치료를 받지 못하는 비(非)코로나 환자들의 사망도 폭증하게 된다.”
최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4차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특히 정부가 관료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의료계 및 전문가들과 상의를 통해 효율적인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어떻게 하면 될지 의료계와 상의를 해야 한다.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만약 병상이 부족할 것이 예상된다면 민간병원과 미리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메뉴얼과 법규에 묶여 있는 조치가 아닌 특단의 상황에 맞는 유동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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