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노골적인 검찰 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설치 법안의 입법 발의 이후에는 여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이들까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중수청 법안의 골자가 ‘검찰의 수사권 폐지’인데 이를 발의한 여권 인사 대부분이 현재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국민 여론은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 의지 표명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더욱이 중수청법 5조의 3에는 ‘중수청장은 국회의 요구가 있을 시 출석 및 보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국회의원이 중수청 소관 사건 피의자 신분이 되더라도 노골적으로 외압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검찰 힘빼기’ 끝판왕 중수청법…입법 발의자 중 상당수가 권력형 비리의혹 연루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검찰 힘빼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검찰의 일반 수사는 국가수사본부로, 고위공직자(3급 이상) 비리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처(공수처)로 넘어갔다. 현재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 권한만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은 6대 범죄 수사권마저 뺏으려하고 있다. 방식은 기존과 같은 방식인 새로운 기구를 설립해 권한을 넘기는 식으로 민주당이 꺼낸 카드는 중수청이다. 민주당 소속 황운하·김남국·김용민 의원과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 등 21인이 설날 연휴 직전인 지난달 8일 중수청 설치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하니 중수청을 설치해 검찰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연이은 검찰 힘빼기 행보에 국민 여론은 크게 들끓고 있다. 중수청 설립 법안 내용 중 권력의 외압을 정당화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법안을 발의한 이들 대부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을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일례로 중수청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비리’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받고 있다. 그는 울산경찰청장 신분이었던 지난 2018년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수사해 낙선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은 상태다. 최 의원은 ‘검언유착’ 사건 당시 가짜 사실을 유포해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허위 인턴확인서 대가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취임 의혹 △검사 세평 수집 의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입장문 가안 유출 혐의 등으로도 고발당한 상황이다. 김남국 의원도 사기 및 기부금품법 위반, 성비하 발언 등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김용민·진성준 의원도 후원금 문제와 명예훼손, 사전 선거운동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중수청 설립의 목적을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노골적인 외압’으로 보는 시선은 전직 법무부 장관의 전폭적인 지원사격 등으로 더욱 짙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자신의 SNS에 “‘6대 중대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중수청)을 만들게 되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도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 전 장관 역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가족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재판 중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같은 달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지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촛불 주권자의 개혁 완수를 받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중수청법…노골적 권력 외압 정당화 시키는 내용 수두룩
중수청 설립을 둘러싼 반대 여론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 대중들은 물론 검찰내부와 법조계,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외곽 싱크탱크로 알려진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1차적인 검찰개혁이 시행도 안됐는데 지금 (검찰 개혁) 시즌2를 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며 “(중수청 설치에 대해) 여당 내 이견조차 아직 조정되지 않았는데 무슨 작전 하듯 3월 발의, 6월 통과, 9월 시행 등의 계획을 내놨다.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무리한 이야기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당 내 ‘소신파’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전국 조직인 국수본이 있음에도 별도로 중수청을 만들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상상하기 싫은 형사사법체계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사법체계 약화 우려를 키우는 내용은 중수청법 '5조의 3'에 담겨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수사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중수청의 소관 사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국회에 출석해 보고하거나 답변해야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조항을 두고 국회의 필요에 따라 중수청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이라는 내용 자체가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수사 피의자 등도 얼마 든지 수사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유정화 변호사는 “중수청 법안 5조 3항은 지금과 같은 거대 여당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사에 정치세력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법안이다”며 “‘국회의 요구가 있을 시 보고 한다’는 자체가 수사에 있어서 중립성을 지킬 수 없는 조항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해당 법안에는 ‘중수청 소관 사건에서 국회의 요구가 있더라도 피의자 신분인 자는 출석요구 및 보고에서 제외한다’라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며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현재 재판이나 수사 중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피의 당사자 신분이라도 외압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반드시 삭제돼야하는 조항이다”고 강조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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