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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방향을 잘못 잡은 검찰개혁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3-10 11:15:35
 
▲ 이동호 변호사
/여당, 검찰수사권 완전 폐지 추진
/검찰총장, 임기 중 사임으로 맞서
/수사권 폐지 서민에겐 도움 안 돼
/중대 범죄인에 기회로 활용될 우려
/인사권 독립 강화가 국민이익 부합
 
필자가 작년 12월 연재를 시작하면서 처음 쓴 글이 ‘검찰개혁, 인적 청산이 목적인가’였다. 검찰개혁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때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이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 과제가 대부분 마무리됐음에도 여전히 검찰개혁이 안 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검찰개혁의 실제 목표는 제도 개선이 아니라 정권의 말을 듣지 않는 검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이 아닌가 의심된다는 취지였다.
 
석 달이 흐른 지금, 검찰총장은 결국 임기를 남긴 채 사임했다. 여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을 6월 내 기필코 통과시키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이를 조금이라도 제어할 방법은 자신의 사임밖에 없다고 본 것 같다. 결국 총장이 사임하자 여당도 슬쩍 숨 고르기에 들어간 눈치다. 여당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던 검찰총장이 드디어 사퇴한 마당에 굳이 70년 넘는 세월동안 나름 안착된 수사 제도에 무리하게 칼을 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권 폐지를 선포했던 여당은 언제든지 이 칼을 다시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범여권 의석수가 180석이 넘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이제 검찰수사권만 폐지되면 검찰개혁이 달성되는 것인가. 필자는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사권 폐지는 검찰 개혁의 본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검찰개혁의 본질을 인사권으로 본다. 여권의 의심처럼 검찰이 정말 과거 집권세력의 칼 노릇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권력 입맛에 잘 맞는 수사를 해서 높은 자리로 승진하려는 정치검사가 있고 정권은 그에게 높은 자리로 보상을 줄 수 있는 인사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대부분 국민은 검찰총장이면 모든 검찰 권력을 쥐고 있는 줄로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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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률상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은, 상하위직 검사를 막론하고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인사에 대한 제청권도 검찰총장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검찰총장이 가진 것은 임명권자도 아닌 제청권자에 불과한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들어주면 되지 그대로 받아 줄 의무도 없다. 법률이 이렇다 보니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이 대통령에게 먹히느냐 마느냐는 그가 얼마나 대통령 맘에 들게 수사를 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소위 적폐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검찰총장에 등극한 윤석열의 초기 인사에서는 소위 윤석열 라인이라는 특수통이 대거 약진을 했었다. 그러나 조국 사건 이후부터는 윤 총장의 인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인사 때마다 ‘총장 패싱’이란 말이 나왔다. 검찰을 집권세력의 칼로 써먹는다는 측면에서는 인사권으로 보답해준 것으로 의심되는 전 정권이나 인사권을 무기로 총장을 포위하고 손발을 자른 것으로 의심되는 현 정권이나 별로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행정부 소속이지만 준(準)사법기관이라고 불릴만큼 공정성이 중요한 이상 그 개혁 방향은 오랜 시간 축적된 전문성이 필요한 수사권의 폐지보다는 인사권의 독립성 강화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법관 인사는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서 대법원장이 임명하는데 수사는 기만한 대응이 필요하므로 사법부처럼 별도 위원회에 맡기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평검사에 대한 인사권 정도는 검찰총장에게 보장을 해주고 총장 선임도 예컨대 공수처장의 경우처럼 별도의 위원회가 추천하고 이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식으로 정치권력의 개입을 줄이는 방향이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핵심인 인사권 독립을 비껴간 채 수사권 폐지로만 가고 있는 현재의 검찰개혁은 한편의 코미디로 치닫고 있다. 검사(檢事)의 검(檢)자는 조사한다는 뜻인데 그 속성이 조사 행위인 수사권이 없는 검사를 계속 검사로 불러줘야 하겠냐는 것이다. 영장청구권을 가졌으니 영장사(令狀事)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공소(기소)권을 가졌으니 공소사(公訴事) 내지 기소사(起訴事)로 불러야 할 것인가. 그러나 헌법에서 검사 또는 검찰총장이라고 명했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그 이름을 바꿀 수 없다.
 
결국 수사권한은 없는데도 수사권한을 전제로 한 검사, 검찰총장이라고 계속 불러야 하는 우스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실제 법률안으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여당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소청법은 검사와 검찰총장이란 용어를 여전히 쓰고 있기 때문이다. 관청의 이름은 공소청인데 그 장은 공소청장이 아닌 검찰총장이라는 매우 기이한 법률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 수사권의 폐지가 국민에게 별로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어도, 검사에게 다시 불려가서 똑 같은 내용을 조사받는 경우가 많다. 피의자나 변호인 입장에서는 자꾸 불려가서 같은 내용으로 조사받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소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피의자의 얼굴도 못보고 진술도 못 들어본 채 기소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의자 입장에서도 검사 얼굴도 못 보고 검사에게 하소연도 못 해 보고 기소를 당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대하거나 복잡한 사건,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 기록만 봐서는 유죄의 확신이 들지 않는 사건, 물증 없이 진술에만 의존하기 쉬운 예컨대 성범죄 같은 사건은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검사도 유무죄의 확신을 얻을 수 있고 피의자도 변명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이익이 된다. 그러나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사가 피의자를 소환 조사할 권한도 없어질 것이므로 검사는 오로지 서류 뭉치에만 의존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 피의자 입장에서 억울한 기소나 피해자(고소인) 입장에서 억울한 불기소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수사기관이 경찰, 공수처, 중수청 식으로 난립하게 되면 한 사건을 놓고 기관 간에 중복 수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수사권 없는 기관이 수사권 가진 기관에 사건을 이송하느라 처리가 지연될 수도 있다. 기관 간에 수사 관할권을 놓고 서로 대립하면서 처리를 미루거나 소위 핑퐁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정리해 줄 상급기관 부재로 수사의 공백이 발생하고 그 사이에 범죄 피해가 계속 확대될 수도 있다. 힘없는 서민에겐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정말 문제는 실력 있는 검사가 사라지고 중대 범죄자 피의자에게 기회가 생길 우려다. 수사를 원하는 검사는 공수처나 중수청으로 이동하지 않겠냐고 본다면 이는 오산이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씩 3번 총 9년까지라서 63세가 정년인 검사에 비할 바가 못 되고 중수청으로 가면 직함이 검사가 아닌 수사관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갈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력 있는 검사는 옷 벗고 로펌으로 가서 돈 많고 힘센 중대범죄 피의자를 변호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 펼쳐지는 여당의 검찰개혁에 환호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조의 일원인 필자가 보기에 지금의 검찰개혁 방향은 국민의 이익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집권자가 검찰 인사에서 손을 떼 주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이익에 훨씬 부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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