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극렬 페미니즘(여성우월주의) 신봉자들의 일탈 행위로 촉발된 페미니즘 찬반 갈등이 사회 문제로 급부상했다. 사회 저명인사까지 논쟁에 뛰어들 정도로 갈등 양상이 날로 짙어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극렬 페미니즘에 의해 촉발된 갈등이 사회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 성추문’ 발단 된 페미 논쟁…“페미니스트 선언이 존경받을 사안은 아냐”
반문(反文)으로 한 배를 타는 듯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여성우월주의를 둘러싼 의견 갈등, 일명 ‘페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남녀평등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진 전 교수는 페미니즘은 필요하다고 반박 중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지난달 초 이 전 최고위원의 SNS 글로 시작됐다. 그는 4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페미니스트 선언한 사람들이 그 선언만으로 ‘한남(한국남성 비하 표현)’보다 더 존경받을 이유가 없다는 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이다”며 “페미니스트도 자기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고 극단적 성향 페미니스트들의 선민사상을 비판했다.
해당 게시글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적을 만들지 말고 친구를 만들어야지. 자꾸 증오나 반감을 이용하는 포퓰리즘만 하려 하니”라며 “다 적으로 돌려서 어쩌려고”라고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재차 SNS에 글을 올려 “이제는 계몽사상이니까 그냥 페미니즘을 외우라는 주문까지 나온다. 님들에게는 (페미니즘이) 성경인가”라고 맞받았다.
약 한 달간 지속된 설전은 급기야 비속어까지 난무하는 다툼으로 번졌다. 이달 6일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당권도전 의지를 나타내자 진 전 교수는 SNS에서 “될 리도 없지만 된다면 태극기부대 안에서 작은고추부대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셈이다”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의 ‘작은고추부대’ 표현은 남성비하 논란으로 확산됐다. 해당 표현은 극단적 성향의 페미니스트들이 한국남성 성기를 비하할 때 사용하는 단어 ‘소추’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업체들이 포스터 등에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선 손가락 모양도 이를 뜻하는 기호다. 또 진 전 교수는 “안티페미 표가 얼마나 초라한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30 남성들을 대신해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게 아니다. (남녀가) 공정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공정경쟁을 지원하면 각 분야에서 자연스레 남녀 비율이 맞춰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육아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 출산, 육아로 여성 경력단절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남성 출산휴가 등 남성도 육아에 참여토록 적극 권장하고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며 “여성 진출이 크게 늘어난 공무원 사회에서 자연스레 고위직 여성도 많이 배출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당이 페미니즘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성들을 장관에 더 임명한다고 해서 실제 여성들 삶이 나아졌나. (극단 성향 페미니즘은) 고위직에 오르고자 하는 일부 여성정치인들의 선동에 불과했다”며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제 발언을 왜곡해 남녀대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이 새 정강정책에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이 전 최고위원 주장이 당론에 맞지 않는다고 재차 맞섰다. 그는 “유리천장 지수 꼴찌인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정책) 그것마저 폐기하려 하나”라며 “대표적 성평등 정책 제도가 여성 참여 장려를 위한 가산점 제도 등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입장 표명도 촉구했다. 진 전 교수는 “당대표 후보님이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니 도무지 국민의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양비론으로 물타기하거나 추상적으로 답하지 말고 여성할당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과거엔 순수했던 페미니즘, 권력유지 도구로 이용…사회갈등 유발행위 엄정 대처해야”
진 전 교수가 페미 논쟁의 화살을 정치권에 돌렸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다만 여성의원들 사이에서 극단적 페미니즘 지양 목소리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국민의힘 쇄신을 이끈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남성의 분노가 페미니즘이 아닌 고단한 현실 때문이라는 진 전 교수 진단은 현실외면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미 많은 여성이 남성보다 필기,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 채용 등 일부의 경우 차별교정이라는 맥락을 덧입히긴 힘들다”며 “이런 것들을 시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갈등을 한 층 부추긴다. 양성이 모두 동의할 합리적 제도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상 고통 받은 여성들과 함께한 페미니즘과 우리 우리나라에서 남녀 편가르기로 세력을 유지하는 페미니즘은 분명히 다르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여성단체의 과격 행보는 남녀를 편 갈라 계급화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2018년 3월 성명에서 “너희(남성)들의 시대는 끝났다. 달라진 우리는 너희들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며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 것이다.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론 안팎에선 남성 전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역차별 사회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에도 사회 전반에서 논란이 된 ‘손가락 포스터’와 관련, 여성시대 등 일부 커뮤니티 회원, 극단적 페미니스트 등은 사과 업체에 대한 역불매운동을 주장해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들은 “남혐이라고 X랄하니까 저자세로 가는 꼬라지 보였으니 나도 불매하겠다. 남자 말만 들으시겠다 이거지”라고 주장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의 발언이나 행동이 점차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데 대해 사회갈등 유발, 이에 따른 사익 추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7월 탈페미를 선언했다는 서민 단국대 교수는 “페미 대학생 모임에서 강연 요청이 와서 강의록을 미리 보내줬더니 다 뜯어고친 것이 왔다.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극단적 페미니즘 측에서는) 인터뷰를 나가서도 ‘남자는 나쁘다’ 이런 것을 외치게 만든다”고 폭로했다.
원로 여성운동가인 오세라비 작가는 “현 시기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광풍은 사회 구성원의 비전, 책임의식보다 정체성 정치(페미니즘 등을 바탕으로 하는 배타적 정치운동)로 돌진해가고 있다”며 “페미 독재에서 벗어나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의원도 남녀 모두의 아픔을 보듬어 서로 어우러지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밤길 무섭지 않게 살고 싶다는 여자 조카도 있고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에 주눅들은 남자 조카도 있다”며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갈등을 부추긴 건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고 주장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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