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 ‘한탕주의’가 만연해지면서 화려한 일상을 자랑하는 연예인·인터넷방송인을 꿈꾸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에 이미 연예인 지망생 100만 시대를 맞았으며 근래에는 이른바 ‘벗방’ 등 자극적인 방송으로 인기를 얻으려는 인터넷 방송인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돈이다.
그러나 연예계·1인 방송 업계의 이면에는 무수한 도전자들의 실패와 절망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나는 노력 없이 쉽게 성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발을 들인다면 큰 코가 아니라 인생 전체가 망가져 재기 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전직 연예인 지망생 최민희 씨(36‧가명), 전직 유튜버 윤소희 씨(24‧가명) 등도 한 목소리로 한탕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근면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상납에 돈 상납까지 만연한 연예계… 성공 확률은 1% 미만”
최 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면서 요식업계에서의 성공을 꿈꾸고 있다. 그의 가게는 맛, 위생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경기 등에도 하루 평균 매출액이 30만~40만원에 달한다.
최 씨는 당초 과거를 듣고 싶다는 인터뷰 요청을 극구 거절했다. 혹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그의 옛 사연을 알고 발길을 돌리거나 연예계에 있었을 당시의 지인이 찾아올까 우려하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오랜 설득 끝에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하고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다.
“아무래도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은 ‘상납’이에요. 그 시절 그 바닥엔 상납이 만연했죠. 거부하면 혹독한 보복이 뒤따랐어요. 가장 무서웠던 건 그 생활에 익숙해져 다시는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죠.”
최 씨는 연예인 지망생 시절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상납’을 언급했다. 그가 말한 상납은 다름 아닌 ‘성 상납’이었다. 최 씨가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했던 이유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부 대형기획사에서는 여성 연예인 지망생에게 하룻밤 평균 100만원의 ‘화대’를 제안하고 성을 착취하거나 이른바 ‘스폰서’와 연결한다. 몇 년 전 배우 김부선, 방송인 사유리 등도 성 상납을 제안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 씨가 잃은 것은 유린당한 인권뿐만이 아니었다. 연예인으로서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은 물론 돈과 건강까지 잃고 한때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고 고백했다. 수천만원의 거액을 어렵게 마련해 전달했지만 돌아온 건 해당 기획사 관계자들의 연락두절과 잠적이었다.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등 발품을 팔았지만 떠난 돈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의 원망, ‘빚쟁이’들의 상환 독촉 속에 최 씨는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했다.
“한 기획사는 지상파 방송과 연결해주겠다면서 전속비 5000만원을 요구했어요. 20대 후반의 나이에 그렇게 큰돈을 마련하긴 어려웠죠. 결국 가족에게 돈을 빌리고 대출을 받고 사채까지 끌어다 썼어요. 화려한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해 한 짓들을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죠.”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안 후에는 그야말로 자포자기 상태가 됐죠. 가족들마저 사망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어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이미 삶의 의욕을 잃은 상태였죠. 기운을 차리고서는 몰래 수면제를 사서 입에 털어 넣었어요. 하지만 하늘이 저는 아직 올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질긴 목숨 살아남아서 오늘에 이르게 됐죠.”
최 씨가 요식업계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소박하게 식당을 운영하면서 땀 흘려 번 돈으로 빚도 갚고 생계를 꾸려가면서 비로소 삶의 행복을 찾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평생 후회할 짓을 했어요. 왜 그때 지금처럼 살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도 채 되지 않아요.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연예계에서 탕진하는 건 한 순간이에요. 마약과도 같죠. 모쪼록 지금의 어린 친구들이 헛된 꿈에 매달리지 말고 성실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성범죄 당하고도 사회적 편견에 피해조차 못 알려… 폐인으로 은둔생활”
윤 씨는 현재 경기도 광주시에 소재한 한 소기업에서 경리로 근무하고 있다. 짧은 경력에 아직 업무가 익숙지 않아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다달이 통장에 쌓여가는 돈을 보면서 남자친구와 행복한 가정을 꾸릴 꿈을 꾸고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직자인으로 보이는 윤 씨는 과거 말 못 할 아픔을 겪었다. 1인 인터넷 방송에 발을 들였다가 평생 지우질 못할 상처를 입었다.
윤 씨도 최 씨와 마찬가지로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근무 중인 업체 사람들과 남자친구가 과거를 알고 절연할까 하는 두려움에서였다. 그가 가명 사용, 사진 촬영 금지 등 조건으로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1인 방송 업계에 만연한 어두움 때문이었다.
“한 2년 정도 인터넷 방송을 했었어요. 처음에는 대학 다니던 시절 재미삼아 시작했지만 점점 시청자들이 늘면서 수익이 생기고 다른 유튜버들과 경쟁 심리까지 생겨나면서 서서히 제 자신을 잃어갔죠. 수익이 끊길까 하는 두려움에 결국 극단적인 결정까지 하게 됐어요.”
결국 윤 씨가 택한 방송은 이른바 ‘벗방’이었다. 여성 유튜버들이 단독 혹은 팀을 이뤄 카메라 앞에 등장해 시청자들이 사이버머니를 줄 때마다 상·하의를 차례로 탈의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일부는 남성 유튜버와 함께 유사성행위를 하거나 실제 성행위에 나서기도 한다. 언론 등에 적발될 때마다 이슈가 되곤 하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은 마약과도 같아요. ‘이렇게 쉽게 돈을 벌고 또 인기를 얻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점점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되죠. 나중엔 수치심 같은 건 사라지고 말아요. 성행위를 고려하거나 실제로 한 사람들을 무수히 봤어요.”
윤 씨가 1인 방송에 회의를 느낀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자괴감, 그리고 씻을 수 없는 기억 때문이었다. 그도 한때 성행위를 결심하고 한 남성 유튜버와 소위 ‘합방’을 했었다고 밝혔다. 방송에 돌입하고서 윤 씨가 죄책감 때문에 성행위를 거부하자 상대는 태도가 돌변했다고 한다. 결국 윤 씨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어야 했다.
1인 방송계에서 성범죄는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에는 구독자가 227만명에 달하는 한 남성 유튜버가 1년 전 성폭행을 실토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에 그쳤다. 당국도 유튜버들 사이의 범죄는 ‘그러려니’ 여기고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게 윤 씨의 주장이었다.
“하소연할 곳이 없었어요. 인터넷상에 ‘이러 이러한 일이 있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나’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막장 인생 주제에 뭘 더 바라나’ 식의 비난이었죠. 심지어 한 사람은 ‘그걸 원하고 한 것 아니었냐’고 했어요. 수치심에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죠.”
윤 씨는 방송을 접고 1년간 폐인이 되다시피 해 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외출 자체가 불가능했음은 물론 은둔 생활이 길어지면서 건강도 크게 악화됐다. 그는 지금도 신경안정제 등을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한때 방황하던 절 세상으로 끌어낸 건 지금의 남자친구예요. 평범하게 연애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비로소 삶의 희망이라는 걸 깨달았죠. 과거를 영영 지워버릴 순 없지만 또 남자친구가 언젠가 내 과거를 알아챌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직장을 그만두진 않을 거예요. 지금도 일확천금의 유혹에 빠져 있을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상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전문가들도 한탕주의의 위험성을 입 모아 경고하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예인 지망생, 유튜버 급증 배경에 대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사회적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이 젊은 층 사이에서 만연해지면서 낙관적인 기대로 한탕주의에 젖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낙관론에 취한 정부 행태 앞에 국민이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탕주의는 재산 탕진이나 대인관계 파탄 등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원경 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인생에 한방은 없다. 한방이 있다고 해도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으면 한 방에 가는 것이 인생이다”며 근면한 삶을 강조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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