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제 안경테 디자인 업체 디자인샤우어의 김종필 대표(사진)는 국내 1세대 안경 디자이너다. 그가 디자인한 안경테는 유명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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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 ‘돈은 있지만 취업이 안 되니까’ ‘은퇴 후에 치킨집이라도 차려야지’ 등 아직도 우리 사회엔 창업을 쉽게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평균 사전 준비 기간은 업종에 상관없이 11개월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이 걸린 중차대한 일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창업을 통해 성공한 이들은 창업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섣불리 접근하는 행동은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나락으로 내모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일부는 자신의 창업 성공 비결로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후의 철저한 준비를 꼽는다. 스카이데일리는 실패를 경험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나 충분한 준비 없는 창업의 위험성을 직접 들어봤다.
국내 1세대 안경 디자이너 김종필 “섣불리 덤빈 창업… 결국 한강 다리 위까지 다녀왔다”
국내 1세대 안경 디자이너로 유명한 김종필 안경 디자이너는 안경 디자인 업체 디자인 샤우어의 대표다. 지금은 명성 높은 디자인 업체의 대표로 있지만 그 역시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한 뒤 암담한 시간을 겪고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침내 성공의 결실을 맛봤다. 그는 창업에 앞서 자신의 주특기를 갈고닦는 동시에 사업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기초 지식을 쌓는 등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1996년부터 안경 디자인을 시작했다. 전공은 금속공예였지만 우연찮게 안경 디자인 공모전에서 입상을 하게 되면서 여러 안경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이후 크고 작은 안경 회사들을 거치면서 안경 디자이너로서 스스로의 능력을 개발해 나갔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던 그는 2003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2002년 12월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할 줄 아는 건 안경 디자인밖에 없으니까 인터넷에서 여러 특색 있는 디자인의 안경을 리뷰하고 설명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죠. 그때 당시 인터넷이 막 뜨는 상태였거든요.”
그가 개설한 안경 리뷰 사이트는 예상 외로 큰 인기를 끌었다. 리뷰 사이트의 조회 수가 높아지자 업계에서 그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서 여러 안경회사에서 디자인 업무 제의가 들어왔다. 자금을 대줄 테니 인터넷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자는 공동 창업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크게 생각하고 꾸린 사업은 아니었지만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여기저기서 저한테 투자하겠다고 제의도 많이 들어오니까 자신감이 붙었죠. 원래는 디자인 일을 받을 때 원활하게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등록한 사업자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사업을 더 키워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신없이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매장을 차리고 제가 디자인한 안경을 공장에 맡겨서 직원들에게 직접 판매하게 하는 등 일을 벌였어요. 한때는 제가 연 점포가 4개나 될 정도였죠.”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사업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안경 디자인에 한해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였지만 큰 규모의 사업은 디자인 능력만으로는 꾸려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무, 운영방식 등 창업 이후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잘 모르다보니 그가 운영했던 업장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김 대표에겐 13억원의 빚만 남았다.
“디자인 욕심만 있었지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업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사업은 순식간에 망해버렸죠. 정말 괴롭고 힘들었어요. 빚쟁이들에게는 매일 전화가 오고 스스로에 대한 창피함과 수치스러움에 사업이 망한 후 2년 동안은 친구들조차 만날 수가 없었어요. 매장에서 일했던 직원이 급여가 밀렸다며 노동청에 절 고발했을 때 느꼈던 침통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여러 차례 한강 다리에 오르기도 했죠.”
그러나 김 대표는 폐업 신고는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안경 디자인으로 먹고살아야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는 사업 포기 대신 스스로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그를 보완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의 주특기인 안경 디자인 능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시간을 내 경영과 마케팅 책을 읽고 공부하며 관련 지식의 습득을 위해 노력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하되 멈추지 않고 꾸준히 배우겠다는 생각을 모토로 삼은 덕에 그의 사업은 10년에 걸쳐 천천히 궤도에 올랐다.
“아주 조그만 것이라도 남들보다 경쟁력이 있는 자신만의 주특기를 철저하게 갈고닦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업에 필요한 기초적인 것들을 꼭 배워야 해요. 창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요.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꼭 필요해요. 창업가는 못하는 것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기본은 꼭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시장분석 없이 뛰어든 청년들… “폐업 이후 6시간 동안 눈물만 흘려”
이상현·이동욱·조성래 공동대표는 서울의 내로라하는 상권 중 하나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 먹자골목에서 매일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우기식당을 공동 운영 중이다. 이들 세 사람은 우기식당의 성공을 발판삼아 현재 영동시장 내 3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겉으로는 성공한 청년 창업가로만 보이지만 이들 역시 아픔은 있었다. 과거 호기롭게 시작한 식당을 눈물을 머금고 폐업해야 했던 아픔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군 복무 시절 만나 장차 외식업을 하겠다는 공통된 꿈이 있음을 알았다. 단기간에 친해진 세 사람은 의기투합해 전역 후 공동으로 식당을 차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침 국가에서 지원하는 청년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그들의 첫 식당은 임대료가 싼 시장에 차려졌다.
“첫 메뉴는 대만식 치즈 감자였어요. 해외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독특한 음식이라고 생각했고 기초 레시피를 기본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자체 개발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어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바로 옆에 닭강정 파는 가게를 열어서 겨우 이어가는 상태였죠.”
당시 세 사람은 첫 가게의 문제점이 잘못된 상권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가게가 입점해 있었던 시장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야만 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성래 대표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이유를 그들이 가장 자신 있었던 서비스와 음식 맛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탓으로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 서울 유명 상권인 영동시장 먹자거리에 자리 잡은 우기식당 문 앞에 앉아있는 세 공동대표들의 모습. 왼쪽부터 조성래 대표, 이상현 대표, 이동욱 대표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결국 세 사람은 서울 유명 상권 중 하나인 건국대의 한 노점을 임대하여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결정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젊은 패기가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이동욱 대표는 어리석은 판단에 의한 결정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건대점은 저희한테는 마지막 희망 같은 곳이었어요. 정말 있는 돈 없는 돈을 죄다 끌어 모으고 가족에게도 돈을 빌려 그곳에 점포를 열었죠.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이야말로 우리의 진가가 드러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과는 처참했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예요.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도전만 한 거였으니까요.”
비싼 임대료를 주고 연 건대점의 실패는 세 사람에게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심적으로도 큰 타격을 줬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서비스와 맛이 사람들에게 전혀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맞닥뜨리며 자신감을 잃었다. 적자만 내던 건대점을 정리하면서 명일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던 기존 가게들도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사활을 건 사업이 모두 무너지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정말 폐업 이후 6시간 동안 눈물을 흘렸어요. 여자친구가 엄청 걱정했던 기억이 나요. 몸도 마음도 전부 피폐해졌어요. 생활비가 없어서 부모님께 울면서 전화할 때는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어요.”
세 사람은 폐업이라는 절망적인 결말을 맞았음에도 끝내 외식업만은 놓지 않았다. 오히려 사업을 정리한 뒤 사전 정보 수집과 경험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각자 다음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유명 식당에 취직해 일을 배웠다. 식당 운영에 필수적인 재무, 관리 등도 시간을 쪼개 틈틈이 공부했다. 수개월이 흐른 뒤 각자 모아둔 돈과 철저한 사전 준비로 무장한 세 사람은 영동시장에 우기식당 1호점을 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외식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외식업 브랜드를 목표로 하는 우리의 방향성이 뚜렷했다는 점이었다고 생각해요.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바닥부터 시작해 올라가자는 결심이 있었기에 고통스러운 시기를 딛고 지금의 우기식당이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만약 누군가 창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절대 저희처럼 자신감만 가지고 시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준비가 충분히 됐는지를 확인하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세 사람은 현재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상현 대표는 앞으로 총 10개의 매장을 추가로 더 열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소규모로 하나씩 점포를 늘리는 것과 여러 개의 매장을 한 번에 늘리는 것은 방법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동욱 대표 역시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 언젠가는 우기식당을 롱런하는 글로벌 외식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