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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감천면에 위치한 예천박물관은 국내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보물을 소장한 명실상부 최고로 손꼽히는 박물관으로 2016년 2월 지역 개인, 문중 증에서 기증‧기탁한 유물 1만여점을 필두로 30여 기관·개인·문중에서 기증‧기탁한 보물 268점을 포함한 2만여점의 유물을 확보하고 있다.
예천박물관은 경북 신도청 시대 군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문화 융성 기반을 구축하고자 상설 전시실, 세미나실, 사무 공간, 수장고, 어린이 체험실, 카페테리아 등으로 문화유산·보존·관리·연구·전시·교육 기반을 갖추고 올해 2월 22일 개관했다.
조선 최초 금속활자본인 사시찬요(1403~1420년)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옥피리(1466년),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1589년), 국내 최고 만국전도(1623년), 117년간 쓰인 국내 최장기간 일기인 박씨가일기(저상일월 1834~1950년)와 최고,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진 유물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자 보물 제878호인 대동운부군옥은 각종 문헌에서 단군부터 편찬 당시까지 국호(國號)·지리(地理)·성씨(姓氏)·인명(人名) 등 11개의 항목을 분류·발췌해 한자의 운(韻)별로 정리했으며, 임진왜란 이전 자료들을 담고 있어 한국학 자료의 보고(寶庫)로 평가받는다.
박물관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왕실의 태실 문화도 알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태실은 왕과 왕비를 비롯한 그 자손들의 태(胎)를 묻은 시설물로, 조선 왕실에서는 자손이 태어나면 좋은 터를 골라 태실을 조성했다. 태실이 태주의 건강과 안녕을 넘어 국가의 운명에까지 연관된다고 믿어 국가차원에서 관리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선의 왕과 왕비, 추존왕의 태실은 모두 28곳이며, 예천에는 성주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3곳의 태실(문종, 제헌왕후, 장조)이 있다. 이 외에도 고려 강종을 비롯해 조선 정조의 맏아들인 문효세자, 오미봉 태실(태주 미명) 등이 6곳의 태실이 있어 예천지역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당이자 사람아 살기 좋은 땅임을 비추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박물관 주변에는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지팡이를 놓고 쉬어갔다는 수락대를 비롯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광장, 그네뛰기·널뛰기·사방치기·투호·제기차기 등을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시설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현재 예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독도의 역사를 조명하고,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증명하는 한일양국의 다양한 사료를 소개하고자 2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독도박물관과 ‘충효의 고장 예천, 독도를 만나다’ 공동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예천박물관은 일본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내용을 대동운부군옥에서 발견했다. 섬(島), 사나움(悍), 사자(獅) 등의 일반 명사에서 울릉도가 인용됐으며, 이것은 조선 전기 사람들의 사고체계에 울릉도가 일상적으로 유통, 활용되는 사례임과 동시에 일본학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예천박물관이 소장한 2만 여점의 유물 가운데 주요 10대 소장품을 오래된 연대별 순으로 살펴본다.
1.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본- ‘사시찬요(四時纂要)’, 15세기 초
조선의 제3대 왕인 태종(太宗, 재위:1400~1418)의 명으로 주자소에서 조선 최초의 금속 활자 계미자(癸未字, 1403-1420)로 간행한 농서이다. 996년 당나라의 한악(韓鄂)이 편찬한 것을 조선 태종 때 국가의 농업발전을 위해 재편찬했으며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42줄 성서(1455)’보다 30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본으로 우리나라의 뛰어난 금속인쇄술을 증명한다.
2.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거문고-희령군 어사금(熙寧君 御賜琴), 15세기 초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41호로 지정된 현전하는 최고(最古)의 거문고이다. 조선의 제3대 왕인 태종(太宗, 재위:1400~1418)이 시서예악(詩書禮樂)과 음율(音律)에 능통한 아들 희령군 이타(李(示+它), 미상~1465)에게 내사한 것으로, 거문고 뒷면에는 '내사희령군(內賜熙寧君)'이 음각됐다. 크기는 길이 120.3㎝, 너비 15.9㎝, 두께 12㎝로, ‘악학궤범(樂學軌範)’에 기록된 거문고나 보물 제957호 탁영금(濯纓琴, 15C 말), 국가민속문화재 제283호 옥동금(玉洞琴, 18C 초), 충청북도 민속문화재 제9호 자양금(紫陽琴, 19C 중반), 류홍원이 사용한 양양금(襄陽琴) 보다 작다.
3. 국내에서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옥적(玉笛)-옥피리, 1466년
연복군(延福君) 장말손(張末孫, 1431~1486)이 1466년(세조 12) 함경도에 침입한 야인을 물리친 공으로 받은 하사품이다. 장말손은 세조로부터 옥피리(玉笛), 은잔, 패도(佩刀)를 하사받았는데, 그중 패도는 1986년 보물 제881호로 지정됐고, 은잔은 6.25 전쟁 때 도난 됐다고 전한다. 옥피리는 “맏사위 집으로 전하라"는 장말손의 전언에 따라 나주 박씨(羅州朴氏) 호군(護軍)박인량(朴寅亮)의 집으로 옮겨졌다가 예천 권씨(醴泉權氏) 참봉(參奉) 권오상(權五常, 1475~1506)의 집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권오상이 딸을 갖지 못해 예천권씨 초간종택에서 대대로 소장했다. 절대년도가 확실하고, 현전하는 옥피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공예사 및 국악사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물이다.
4. 영남지역 대명의리의 3대 상징물-유엽배(柳葉盃), 16세기
버들잎처럼 생긴 우리나라에서 매우 보기 드문 술잔이다. 이 유물은 초암(草庵) 정윤우(丁允祐, 1539~1605)가 문장이 뛰어나 명나라 신종(神宗)으로부터 받은 하사품이다. 6점의 버드나무 잎 모양의 술잔으로 구성됐으나, 1점이 분실돼 5점만 전한다. 재료는 구리에 황금(黃金)을 혼합한 오금(烏金)이다. 잔(盞)의 크기는 각기 다르고, 가장 큰 것 안에 차례로 담으면 한 개의 술잔처럼 보인다.
5.국내 최초의 백과사전-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1589년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1589년(선조 22) 저술한 국내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책판 667장과 고본 3종 27책이 보물 제878호이다. 권문해가 조선의 사대부들이 중국의 역사를 중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등한시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저술했다. 각종 문헌에서 단군부터 편찬 당시까지 우리나라 국호(國號)·지리(地理)·성씨(姓氏)·인명(人名)·효자(孝子)·열녀(烈女)·수령(守令)·선명(仙名)·목명(木名)·화명(花名)·금수(禽獸) 등 11개의 항목을 분류·발췌해 한자의 운(韻)별로 정리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설화집인 ‘수이전(殊異傳)’ 등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임진왜란 이전 자료들의 내용을 담은 한국학 자료의 보고(寶庫)이다.
6. 국내 최고의 서양식 세계지도-만국전도(萬國全圖)
보물 제1008호로 지정된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유물 중 하나로, 국내 최고(最古)의 세계지도이다. 선교사 알레니(Aleni, 1582~1649)가 1623년 편찬한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조선 중기의 문신 여필(汝弼) 박정설(朴廷薛, 1612~?)이 1661년(현종 2)에 채색·필사했다. 1993년 9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도난 된 후, 2019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의해 회수된 유물이다. 특히, 보물 제849호로 지정된 ‘곤여만국전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85호로 지정된 하백원의 ‘만국전도’와 함께 현존하는 3점의 필사본 세계지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이다.
7. 국내 최고의 호패-윤탕신 목패(尹湯臣 木牌)
1626년(인조 4) 제작된 충의위 소속 윤탕신(尹湯臣, 1584~1656)의 호패로,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85호이다. 임진왜란 이후 국가재건 상황에서 제작됐으며 윤탕신의 신분, 거주지, 성명, 출생연도, 충의위 소속시기, 제작시기 등의 인적사항을 담고 있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호패들과 비교할 때 형태, 문구의 형식과 내용, 낙인의 위치와 방법, 머리 부분의 모양 등에서 매우 독특하며, 현존하는 호패 중 가장 오래된 호패로 사료적 가치가 크다.
8. 국내 최초의 인물백과 사전-해동잡록(海東雜錄)
죽소(竹所) 권별(權鼈, 1589~1671)이 1670년(현종 11) 저술한 국내 최초의 인물백과사전으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70호이다. 크게 역사편과 인물편으로 구성됐으며, 역대 국왕 및 중요 인물을 왕조별(王祖別)·성씨별(姓氏別)로 분류해 그들의 학문과 일화를 정리했다. 역사편은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 ‘동명왕편(東明王篇)’, ‘제왕운기(帝王韻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다양한 관찬자료와 사찬자료를 참고했으며, 인물편에는 인조반정(仁祖反正)과 호란(胡亂)을 겪은 당시 영남지역 선비들의 인물인식이 투영돼 절의를 지킨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성리학을 도입했던 인물을 부각했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임진왜란 이전 자료의 인물내용을 담았다.
9. 국내 최장기간 쓰인 일기-예천 맛질 박씨가 일기(渚上日月)
보물 제1008호로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유물이다. 예천 용문면 제곡리에 세거하는 함양 박씨 문중에서 1834년부터 1950년까지 6대(박한광-박득령-박주대-박면진-박희수-박영래)에 걸쳐 117년 동안 쓰인 한 집안의 일기로,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쓰인 기록물이다. ① 날씨 ② 세시의 풍흉 ③ 손님의 출입 ④ 농사의 경작과 수확 ⑤ 계절의 길흉과 이변 ⑥ 향토의 사건 ⑦ 조정의 사건 등 일곱 가지 항목을 기록했고, 가계 출납부 형식을 갖춘 별도의 일기(渚上日用)도 작성했다. 역사서에 포함되지 않는 풍부한 자료가 기록돼 역사서를 보완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10. 국내에서 유일하게 키를 이용해 만든 탈-예천청단놀음
매년 정월 초 고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자 고을 향리 층의 주도로 전승된 무언(無言)의 탈놀이다. 1934년의 예천경찰서 낙성식 기념공연을 마지막으로 단절됐다가 1970년 중반에 조사가 진행돼 1978년 ‘예천교육’에 발표됐고, 1981년 제2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민속무용분야에서 경북대표로 선정되면서 복원작업이 본격화 됐다. 광대북놀음, 양반놀음, 주지놀음, 지연광대놀음, 중놀음, 무동놀음 등 여섯 마당이다. 특히 네 개의 지연광대탈은 계절과 방위를 상징하는 탈로, 국내에서도 유일하게 키(箕)를 재료로 만든 탈을 사용해 우리나라 탈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편, 예천박물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시설물 소독, 사전예약제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 운영하며 개관 시간은 동절기(1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절기(3-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예천 박물관을 통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소중한 유물을 도난과 훼손, 멸실 등으로 부터 방지하고 학술연구와 상설·특별전시, 교육을 진행하는 등 군민들에게 자긍심을 실어주고 우수한 지역 문화자산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호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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