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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코 앞인데, 세제는 무주공산
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01 00:02:21
▲ 오창영 기자 (산업부)
바야흐로 ‘전기차 전성시대’다. 친환경차로의 패러다임 전환 추세에 맞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고 있어서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수는 300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203만4886대 대비 44.6%나 확대된 수치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판매 가격이 1억원을 넘는 럭셔리 전기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테슬라 등 일부 업체들이 주도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차 브랜드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까지 신형 럭셔리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고급 전기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를 제외한 올 1~4월 1억원 이상 전기차 모델의 국내 판매량은 607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7대 대비 16.4배나 급증한 수치다. 현행 판매 가격이 9000만원을 넘는 전기차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유려한 디자인과 성능, 품질 등을 갖춘 럭셔리 전기차가 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더 다양한 럭셔리 전기차들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에 e-트론 55 콰트로 모델을 선보인 아우디는 e-트론 GT와 RS e-트론 GT를 연내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e-트론 GT는 영화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타고 나와 큰 관심을 받기도 했던 차량이다. 두 모델은 모두 1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점쳐진다.
 
벤츠도 브랜드 최초의 럭셔리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만든 첫 전기차 EQS는 107.8kWh의 배터리가 탑재돼 최대 385kW의 출력을 발휘한다. 또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WLTP 기준 770km에 이른다. 외관 디자인과 실내 공간은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의 이점을 충실히 반영해 설계됐다. 세계 신기록을 달성한 0.20Cd의 공기저항계수는 S클래스 세그먼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실내에는 전체 계기반 패널이 하나의 와이드 스크린이 되는 MBUX 하이퍼스크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BMW는 올해 SUV 전기차인 iX 등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iX는 순수 전기 모빌리티로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유럽 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600km 이상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이내로 고성능을 표방하는 전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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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지난해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S를 내놓은 데 이어 이달 13일 2억원이 넘는 전기차 타이칸 터보S를 국내에 출시했다. 93.4kWh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했다. 런치 컨트롤과 함께 최대 560kW의 오버부스트 출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불과 2.8초만이 소요된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에 달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G80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네시스의 첫 전동화 모델인 G80 전기차는 87.2kWh 배터리가 적용됐다. 이에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427km에 이른다. 또 제네시스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중소형 SUV 전기차도 출시해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우수한 성능, 디자인 등을 앞세워 1억~2억원을 상회하는 고급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법·제도는 시대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채 뒤쳐져 있어 우려된다.
 
대표적인 것이 고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이다. 현재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에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의 자동차세는 10만원선에 그친다. 여기에 교육세 30%를 가산하면 13만원선에서 부과된다. 판매 가격이 1억1599만~1억3599만원인 테슬라 모델X의 경우 교육세를 포함한 자동차세는 약 13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가솔린차 등은 배기량에 따라 세금이 산정돼 부담이 훨씬 크다. 현대차의 주력 차량 중 가장 저렴한 아반떼(최저 판매 가격 1570만원)는 연간 29만원의 자동차세를 내고 있다. 판매 가격이 1억1977만원으로 테슬라 모델X와 비슷한 가격대인 제네시스 G90 5.0 가솔린 모델의 경우 자동차세는 130만9880원에 달한다.
 
테슬라 모델X보다 자동차세가 더 낮은 비영업용 승용차로는 기아의 모닝, 레이 등 경차 정도다. 모닝과 레이의 판매 가격은 각각 1100만~1400만원, 1200~1500만원 등이다.
 
친환경 추세에 맞춰 구매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펼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판매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전기차에도 혜택을 지원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 전기차에까지 엄청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세금 제도 개편이 시급한 시점이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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