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물리적 충돌로 번질 경우 장기간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증권업계의 분석이 나왔다. 또한 유가가 치솟으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커질 수 있어 유가도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금융, 통신, 음식료 업종 등이 선방할 것이라는 조언을 내놨다.
15일 이재선 하나금융투자(하나금투) 연구원은 “전쟁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위험자산선호도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대부분의 사례는 중장기적인 증시 방향성에 크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다만 전쟁충돌 지역과 리스크 장기화 유무가 기간조정 폭을 결정지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먼저 9·11 테러 사태를 예로 들었다. 하나금투에 따르면 2001년 9월 11일 당시 S&P500은 11.6% 급락했지만 31거래일 만에 하락분을 만회했다. 마찬가지로 2020년 1월 이란 특수부대 알 쿠드스의 지휘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이 미국의 공습으로 바그다드에서 사망했을 당시 S&P500은 5거래일 만에 본래 지수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을 때도 3거래일 만에 하락세를 되돌렸다.
다음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따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 압력이 심화됐던 2014년을 들었다. 당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선이었지만 추가 상승폭은 크게 높지 않았다. 미 국채 10년물 또한 오히려 하방압력이 확대되는 흐름이었다. 위험자산선호심리가 회복되는 기간도 그리 길진 않았다. S&P500과 코스피는 약 한 달 간 기간 조정을 거치고 이후 상승흐름을 시현했다.
문제는 산유국 지역 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장기화 될 경우다. 1990년 당시 발생했던 걸프전은 사태가 일단락되기까지 6개월 가량이 소요됐다. 이 연구원은 “WTI의 절대적인 레벨은 낮았으나 발생 이후 최대 70% 상승했으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70bp(1bp=0.01%p) 가량 상승했다”며 “당시 S&P 500과 코스피가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하는 데 6, 7개월 가량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등 위기 국면과 비교했을 때 이머징채권금리(EMBI) 스프레드 급등 폭은 제한적이고 러시아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2014년 서방유럽 국가 제재 국면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변수가 있다면 바로 유가다.
이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는 유가 시나리오에 따른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WTI의 1분기 평균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약 90달러로 이를 상회하는 구간에서 물가 하향 안정화가 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WTI가 90달러를 상회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업종이 방어주 성격을 띌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통신·음식료 등 전통적인 방어주 성격 업종도 선방할 가능성이 높다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과거 실질 임금이 상승했던 2011년 하반기는 IT(H/W·가전·반도체) 업종의 약진이 관찰됐다”면서 “WTI가 하향 안정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실질 임금 반등 여력이 높은 구간에서 내수 소비 기대감이 높은 업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