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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귀순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데 대해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 당시 대북관계를 겨냥하며 이른바 ‘친북 프레임 진상규명’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7일 국정원의 이 같은 고발 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이 따로 있지는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가 굉장히 주목하는 이유는 반인권적, 반인륜적, 국가의 문제가 (문재인 정부 당시) 있었다면, 다시 얘기해서 공무원 피격사건을 두고 자진 월북이란 프레임을 국가가 씌우려 했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귀순하면 헌법이 규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북한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서 그분(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굉장히 중대한 국가범죄”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결과가 대통령실에 보고됐나’라는 질문에 대해 “정보기관이 대통령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보고를 드렸다는 것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실은 국정원에서 자료 낸 것을 보고 고발 내용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격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 1부에 배당했다. 해당 부서는 대공·테러사건 전담 수사부서다. 귀순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서훈 전 원장을 고발한 사건은 공공수사 3부에 배당됐다.
전날 국정원은 ‘자체조사 결과’ 서해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 전 원장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서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민감한 군사기밀들이 다수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연평도 어업 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다루는 과정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하는 혐의를 받아 고발됐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나포 5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합동신문을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고발당했다.
국정원은 탈북민에 관한 합동조사를 5일 만에 끝내고 북한으로 추방하는 과정에 서 전 원장이 직접 개입했다고 봤다. 보통 보름 이상 소요되는 군·경찰의 합동신문이 신속하게 마무리됐고 5일 만에 북송이 되며 논란이 확산한 바 있다.
국정원은 입장문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고발했다”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당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의 ‘월북 의사’ 등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된 국정원의 일부 첩보 자료들을 박 전 원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통해 전직 원장들을 이례적으로 직접 고발한 것도 속도감 있게 전 정부의 대북 관계를 들여다본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급 27명을 대기 발령한데 이어 고강도 감찰을 진행해온 국정원은 이들로부터 박·서 전 원장 관련 혐의에 대한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지원 전 국정원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강력한 어조로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러한 사실이 없다”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원장도 직원도 아니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전 정권에 대한 압박을 키운 것이라며 강력 대응까지 시사하고 나선 상황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고발건에 대해 “어이가 없다. 국정원이 드디어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자기 조직의 전 원장을 고발할 때는 부인할 수 없는 혐의를 가지고 고발을 해야지, 해당 인사가 부인할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고발을 했다. 이건 명백한 정치행위”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윤 정부가 문 정부 5년 임기 내내 따라붙었던 ‘친북 프레임’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를 본격화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뒤집기’ 발표하며 “월북을 입증할 수 없으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결과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도 지난달 21일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첫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1차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논의한 바있다. 위원장은 하태경 의원이 맡았으며, 김석기·신원식·강대식·전주혜·안병길 등 군·경찰·법조계 등 출신 의원 등이 위원으로 합류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놓고 자진 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그리고 귀순 어민을 놓고 북한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 인권 침해를 했다면, 이는 중대한 국가 범죄인 만큼 면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정원 또한 윤 정부 취임 직후인 5월 말쯤 김규현 원장 취임 후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두 사건의 진상조사를 맡을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후 한 달 만에 결론을 내고 검찰 고발까지 끌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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