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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공군력…4세대 이상 전투기 300대 이상 보유
‘하늘의 지배자’로 불리는 공군은 항공작전을 주요 임무로 수행할 수 있도록 편성되고 장비를 갖춘 군대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직후인 1949년 10월1일 육군 항공군사령부를 육군에서 분리해 공군을 창설했다. 지금까지 6·25 전쟁(1950년), 베트남 전쟁(1964년), 걸프 전쟁(1990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2001년), 이라크 전쟁(2003년) 등에 참전했다.
공군의 임무는 평시에 한반도 영공 및 주변 공역의 제공권을 유지하며 적 징후 감시, 전투준비태세, 국지도발 대응태세 완비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전시에는 공중 및 정보우세를 확보해 적의 군사력·전쟁의지·잠재력을 파괴하고 지·해상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군 편제는 공군본부 아래 △작전사령부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작전사령부는 전반적인 항공작전을 지휘하고 제공작전, 항공차단작전, 근접항공지원 작전 등을 비롯해 핵·미사일·장사정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한다.
작전사령부의 경우 다시 △공중전투사령부(전투임무) △공중기동정찰사령부(공중기동·공중급유, 감시정찰, 조기경보·항공통제, 특수임무·탐색구조임무) △방공유도탄사령부(탄도탄, 항공기 등 공중위협에 대한 방어 임무) △방공관제사령부(한반도 전구 내 항공통제, 공중감시, 항공기식별, 항공작전 지원)로 나뉜다.
공군 병력은 2019년 기준 약 6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장교 1만2000명, 부사관 2만명 사병 3만3000명 정도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미국(32만5900명), 러시아(16만5000명), 중국(39만5000명)보다는 한참 적지만 일본(4만6950명)보다는 조금 많은 수준이다.
항공기 전력은 △전투임무기 410여대 △공중기동기 50여대 △감시통제기 50여대 △훈련기 190여대 △헬기 40여대로 구성된다. 핵심 기종은 5세대 전투기 F-35A다. 이는 미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 등이 설계한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로 현재 40여대 정도를 보유했다. 스텔스(Stealth)는 레이더 상에서 적을 속여 생존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4.5세대 전투기(50기) KF-16C·D, 4세대(236기) KF-16, F-15K, FA-50, 3세대(127기) F-4E, F-5E·F 등도 주요 전투기로 분류된다. 그밖에 △공중기동기 KC-330, C-130J, CN-235 100M·220M, CH-47D, HH-60P △기동감시기 E-737, KA-1 △훈련기 T-50, KT-1, KT-100 등도 주요 무기체계로 꼽힌다.
한국 공군력은 세계적으로 막강한 수준이다. 영국 잡지 ‘플라이트 글로벌’이 발간한 ‘세계 공군 2022(World Air Force 2022)’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군사 항공기(Military fleet) 보유 대수는 총 1595대로 비중은 3%에 달했다. 미국(25%)·러시아(8%)·중국(6%)·인도(4%)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부문별로 보면 전투헬기(Combat helicopter) 5위, 전투기(Combat aircraft) 6위, 훈련기·헬기(Training aircraft · Helicopters) 8위, 특수임무기(Special mission) 10위였다. 반면 공중급유기(Tanker)·수송기(Transport)는 10위권 밖이었다.
전투기 보유량은 많지만 5세대 스텔기 주변국보다 부족
방심은 금물이다. 세계 2위 공군력을 자랑하는 러시아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확보하고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의 파괴되지 않은 방공망과 소규모로 적시에 출격하는 전투기로 인해 러시아 항공기 여러 대가 격추됐고 우크라이나의 터키산(産) 무인 공격기(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러시아 기갑부대도 파괴됐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전쟁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국방아젠다포럼를 열고 러시아 공군의 공중작전 경과와 평가에 대해 분석했다. 김홍석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은 러시아 공군력의 전투력이 미흡한 원인으로 △교리·기획 △교육·훈련 △무기체계 등을 꼽았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연간 비행시간은 100시간 미만으로 서방 조종사의 최소 180시간(평균 220~240시간)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최신 기종 도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이를 조종할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고등비행학교에서 많은 수의 인재를 양성하는 바람에 조종사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군의 레드플래그와 같은 대규모 훈련도 하지 않고 단순한 환경에서 항법훈련과 비정밀 무장 투하훈련을 주로 실시한다.
무기체계 성능 저하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냉전시대 미국과 쌍벽을 이룬 러시아는 소련 해체 후 항공기 개발에 필요한 선진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함에 따라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서방 항공기에 뒤처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F-22와 F-35 스텔스 항공기를 실전 배치하고 중국이 스텔스기 J-20(젠-20)을 자체 개발한 것과 상반된다. 러시아가 개발 중인 스텔스 항공기 Su-57은 아직 시험 비행 중이다. 그 능력도 미국의 스텔스기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러시아만큼은 아니지만 공군 조종사는 최소 수준의 비행훈련만 실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군본부로부터 받은 ‘공군 기종별 비행훈련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투기 F-15K, F-16, KF-16, F-4의 연간 비행훈련시간은 각각 170시간, 140시간, 150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 기종의 연간 규정 비행훈련(적정기준)시간인 187시간, 174시간, 154시간보다 17~34시간 짧은 수준이다. 공군 교범 3-50 ‘비행관리정책’에서 규정한 최소 비행훈련시간(연간 160시간)보다도 적은 훈련량이다.
조종사 유출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4월까지) 대한항공 채용에 공군 조종사 60명이 합격했다. 물론 공군 조종사의 민항사 이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120명에 달했다. 통상 숙련급 조종사를 임관 8~17년차로 치는데 이들은 10~15년 의무복무기간만 채우면 언제든 전역할 수 있다. 숙련급 조종사의 유출에 따른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노후 전투기 등 낡은 무기체계다. 2000년 이후 발생한 공군 항공기 추락사고 37건 중 51.4%(19건)가 노후 기종에서 발생했다. 한국은 4세대 이상 전투기를 326대 보유하고 있지만 5세대 스텔스기는 40대에 불과하다. 세대차이도 크다. 미 공군 실험에 따르면 F-15, F-16 등 4세대 전투기는 5세대 F-22과 벌인 가상 공중전에서 미사일 한 번 제대로 쏘아보지 못한 채 격추됐다. 적 레이더를 회피하는 기술인 스텔스 성능이 결과를 좌우했다.
한국은 2020년대 후반까지 5세대 전투기 F-35A·B를 추가로 도입해 총 80여대의 스텔기를 갖출 계획이다. 주변국과 비교하면 열세다. 일본은 2020년 F-35A 105대를 구매한 뒤 단계적으로 F-35A·B 147대를 보유하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 F-22 스텔스기를 본 떠 만든 J-20 스텔스기 40여대를 이미 실천 배치했다. 2030년까지 200~300대를 확보할 예정이다.
4세대 이하 전투기로는 북한 핵무기 타격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20기의 핵탄두와 45~55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성을 보유했다. 북한의 전략은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 미사실을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어 발사하는 것이다. TEL의 위치를 수시로 바꿔 어디에서 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은밀하게 침투해 핵심 목표를 파괴할 수 있는 스텔스기가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 “미래전 대비해 노후 전투기 조기 교체해야”
전문가들은 노후 전투기를 조기 교체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형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5월 열린 ‘공군전력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주변국 및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미래전 양상에 근거해서 하이(High)급 전투기 획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항공기 개발 인력 및 인프라를 유지하는 측면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항공전자장비는 5년에서 7년, 나머지 구성품은 10년 정도 되면 노후화되기 때문에 성능 개량 사업을 공군 전력 계획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며 “업계에 바라는 것은 국내에서 개발한 전투기, AESA 레이더, 생존 장비들이 국제 경쟁력에서 볼 때 성능이 좋다고 할 수 없으므로 군이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5년에서 10년씩 전투기 획득 사업이든지 성능 개량 사업을 계속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고 FX 2차 사업은 대수보다 하이급 전투기를 가져오는 게 주변국에 억제 전력이 확실히 된다”면서 “한국형 전투기 KF-21 도입을 앞당기는 것도 좋지만 항공기 인프라 유지를 위해서는 전투기 획득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에 성능 개량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헌주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연세대 교수)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빠르게 증강되고 있는 공군력에 대비하기 위해 노후 전투기 조기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체 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을 고민하고 하이급 전투기만큼 FA-50 추가 도입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 안보전략센터장은 “TEL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북한의 핵 위협이 최근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어서 킬체인(Kill Chain)을 운영하기 위한 하이급 전투기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새로운 미사일을 도입하며 대공능력을 강화했기에 로우(Low)급 전투기만으로 킬체인을 운영하는 데 특히 다량의 TEL을 동시에 상대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하이급 전투기를 최대한 빨리 보강하되 로우급 전투기, 특히 FA-50 같은 경우 성능 개량이 필요하다”며 “KASS(한국형 항공위성서비스) 등 육군 내에서 지원하는 여러 가지 전략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AESA 레이더, 공중급유 적용 등 FA-50 전투기 성능 개량을 하면 해외 수출도 용이해져 국내 항공기 인프라 유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핵심은 엔진이다. 5000파운드급의 엔진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며, 적어도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이 있어야 한다”면서 “엔진에 대한 개발은 지금 착수해도 10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엔진 개발을 다른 계획과 함께 추진해야 앞으로 있을 무인기, KF-21 블록3, 나아가서는 민항기 수요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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