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단연 압구정 현대아파트였다. 서울 강남의 중심으로 꼽히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무려 3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5월19일 전용면적 157.36㎡의 현대6차아파트가 58억원에 거래 신고가 됐다. 이어 지난달 9일 같은 면적의 현대7차아파트가 55억원에 신고됐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속에서도 ‘강남 불패’를 상징하던 강남 대표지역의 거래가 하락으로 나타나자 ‘부동산 시장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인해 본 계약서 작성이 늦어지면서 신고의 순서가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55억원 거래가 먼저 이뤄졌지만 강남구청장 허가가 늦어지면서 58억원 거래 뒤에 신고가 된 것이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다른 매물들은 현재 호가가 6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격 하락은 거래 신고 지연으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강남 지역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값은 0.01% 떨어지며 하락세로 전환됐다. 청담·도곡·서초·방배 등 강남서초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현장을 발로뛰며 살펴봤다.
청담·도곡, 고가 단지 메리트… 거래횟수 줄었지만 매매가는 유지
강남구 청담동 인근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A씨(49)는 강남 지역 집값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A씨는 “청담동 인근은 워낙 고가 단지들이 즐비해 애초에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려는 사람이 적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갈 수 있겠지만 둘 사이의 균형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전문업체 리치고에 따르면 청담동 래미안라클래시의 경우 전용면적 100㎡ 매물이 이달 1일 3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또한 전용면적 59.99㎡ 매물이 26억원에 7개 올라와 있다. 해당 매물들은 기존 거래가격이 2021년 11월 26억7000만원, 2022년 5월 24억3000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에 대해 A씨는 “아파트는 층수마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 층수로 인한 것일 뿐 아파트 가격 전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도곡동 또한 청담동과 비슷했지만, 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어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김모씨(48)는 “실거주민들이 많다 보니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맞지만 집값이 하락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간혹 살짝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됐다는 소문이 들리긴 하지만, 집 구조와 창문이 나 있는 방향 등에서 오는 차이일 뿐 아파트값 자체의 변동이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리치고에 의하면 도곡동 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152㎡ 호실이 지난해 7월 39억원에 거래가 됐으며 올해 4월 44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같은 면적의 매물은 없지만 나와 있는 161.47㎡ 호실들의 경우 호가가 최소 55억원에 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도곡동에서는 11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5월달에 31건이 거래된 것에 비하면 약 3분의 1 거래 횟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김 씨는 “도곡동이 실제로 아파트값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거래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언론에서 집값 하락을 언급하면 되레 그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활발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서초·방배, 너무 조용한 부동산… 활성화 기대감 있어
서초동도 집값 하락의 직접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매매가격의 상승도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리치고에 따르면 서초동 한빛삼성아파트는 소형 평수를 제외하고 21억원 이상의 호가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거래가격도 이 수준이어서 가격이 유지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서초동의 경우 가끔 나오는 급매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이뤄지는 거래는 존재한다. 서초동 인근 부동산 중개인 B씨(54)는 “간혹 개인적인 사정으로 호가보다 1억~2억원 낮은 가격에 집을 팔고 나간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초동은 수요도 없고 공급도 없어서 하루하루가 조용한 분위기”라며 “대통령 사는 동네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그로 인한 이익을 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B씨는특히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고는 하지만 서초동 인근은 개발 호재도 있고 학군도 잘 구성돼있기 때문에 당장의 급격한 하락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변 인프라가 풍부해 오히려 시장 활성화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서초동과 인접해있는 방배동 또한 서초동과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월 서초동에서 12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방배동은 9건에 그쳤다. 방배동 인근 공인중개사 C씨(48)는 “서초동은 주변 개발 호재나 대통령 동네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지만 방배동은 그마저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C씨는 “강남 지역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부터 최근 압구정이나 도곡동 가격 하락 등에 관한 뉴스를 많이 접했다”면서도 “방배동은 지난해 12월 이후로 멈춰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리치고에 따르면 방배동 서리풀 e-편한세상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 내역이 조회되지 않을 만큼 거래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C씨는 “언론에서 강남 지역 집값 하향에 관해 자주 다루고 있지만 방배동에 아직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면서 “하루아침에 얼어붙은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지만 앞으로 사람들의 매수심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지역에서 지난해 대비 하락한 곳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도권만큼의 낙폭은 크지 않다”면서 서초구 같은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시장 위험이 커지면서 나 홀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똘똘한 한 채’도 물론 큰 흐름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일정 기간 버티기는 충분할 것”이라며 “모든 지역이 다 빠지는 추세에 ‘똘똘한 한 채’는 덜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문위원은 “과거 ‘강남 지역에 투자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강남 불패(不敗)’라는 말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에 따르면 ‘강남 불패’가 아닌 앞으로는 ‘강남 덜패’라는 용어가 더 적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남 지역도 집값 하락의 큰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으나 상대적으로 손실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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