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인상과 구매 심리 위축 등으로 전국적으로 부동산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은 전국 평균보다 더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도 오히려 용산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기대심리 이외에 용산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을 짚어봤다.
용산 재건축…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27일) 서울 아파트값은 0.19% 하락해 전국 평균(–0.11%)보다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25개 자치구 중 서초·용산·강남·동작구의 4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떨어졌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오면 앞에는 전쟁기념관이, 맞은편에는 예전 국방부 건물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온 용산공원 지역이 바로 앞에 보일 만큼 가까운 곳에 역이 자리잡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삼각지역에서부터 신용산역으로 이어지는 지역이 집무실 이전에 따른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고 언급했다. 삼각지역 인근 공인중개 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51)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용산 재개발 관련 정책들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면서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용산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전문 업체인 ‘리치고’에 따르면 삼각지역 인근 아파트들의 호가가 두달 사이에 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용산 모든 지역이 상승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A씨는 “삼각지역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이 바로 앞에 보여 사람들이 시위를 많이 하러 온다”면서 “정작 집무실 출입구는 서빙고역 쪽으로 나 있는데 괜히 삼각지역에서 시위해서 매물이 나와도 구매자들이 한 번 더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용산 지역의 전체적인 개발에 맞춰 집값이 상승했을 뿐 집값이 올라갈 만한 삼각지역 인근만의 특별한 매수 요인은 없다는 뜻이다.
지역개발의 장애물로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에 노후주택이 많다는 점도 지목되고 있다. 지하철역과 용산공원 사이에 있는 삼각맨션은 낡은 외관과 정돈되지 않은 단지 상황 등으로 방문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뿐 아니라 안전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재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삼각맨션 거주자들이 토지권을 소유해야 하는데 토지소유권자와 실거주민들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재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A씨는 “최근 서울시에서 중재를 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를 했으나 현재까지 마땅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는 않고 있다”면서 “삼각지역과 신용산역의 지역개발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촌으로 유명한 동부 이촌동… 이름 굳히기 들어가나
삼각지역과 신용산역을 잇는 지역과는 달리 직접적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동네도 있다. 4호선 이촌역 인근이 그 주인공이다. 이촌역은 북쪽으로는 용산가족공원과 집무실이 있고 남쪽으로는 한강이 위치한 녹지 환경이 풍부한 지역이다. 삼각지역 인근은 재개발 방해 요소가 존재하는 반면 이촌역 인근은 개발 호재만 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촌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47)는 “이촌동 인근에 개발호재가 넘치고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B씨는 “기존 입지도 워낙 좋아 부촌으로 유명했던 지역인데 개발 호재로 인해 외부에서 집을 보러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변북로의 지하화와 KTX 지하화에 이어 신분당선 연장 등 지금까지 미뤄지던 교통 개선 정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며 “외부인들이 대중교통 등으로 접근하기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 단점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가장 큰 호재 중 하나로는 용산공원 개발이 꼽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통틀어서 용산공원만큼의 녹지가 잘 갖춰진 지역을 찾기 힘들 정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변 녹지가 발달한 이촌역 인근이 교통 개선과 더불어 전무후무한 입지를 가진 지역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촌동 지역 부동산 사무실에는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10명 이상 방문하거나 연락하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하지만 이같은 다양한 개발 호재에도 의외로 이촌동 지역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B씨는 “이 지역의 거래가 저조한 것은 실거주자가 많고 대체로 부유층의 비율이 높다 보니 팔고자 하는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저조할 뿐 수요자가 없어서 저조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촌역에서 한강변으로 걸어가면 재건축이 예정돼있는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단지들은 이미 재건축위원회가 설립됐고 일부 단지의 경우 재건축절차를 밟고 있는 등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촌역 인근 노후 단지의 재건축을 시작으로 주변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 업체 ‘리치고’에 따르면 이촌역 인근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강맨션은 GS건설이 수주해 사업시행 인가를, 삼익아파트는 DL이앤씨에서 수주해 관리처분인가를 각각 진행 중이다. 시공사 선정부터 진행 과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건축이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유 또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효과로 보인다.
이 지역 재건축과 관련해 인근 부동산 중개인 C씨는 “주민들은 재건축을 통해 새롭게 발전될 지역과 거주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그렇다고 재건축을 재촉하거나 서두르려는 주민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본인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으로 값을 올려서 팔기보다 거주 환경이 개선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용산 지역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기대치가 높고 이로 인한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는 지역”이라며 “대통령 집무실만큼 지역개발에 확실성을 높여주고 용산의 상징성을 만들어주는 매개체는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이어 “추후 용산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인 만큼 ‘강북의 중심지’ 그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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