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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안 시행
‘툭하면 소송’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부동산 침체기 맞물려 난항
토지 확보 규제·조합원 모집 요건 등 개선안 마련, 지주택 ‘사기·분쟁’ 오명 벗을까
실제 현장 “제도 개선 자체 긍정적이나, 명칭 ‘지주택→임대협동조합’ 등 꼼수 여전”
부동산 침체기 맞물려 5년간 서울 19곳 중 착공 2곳 불과… “위험 감수하려 안 해”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5 00:07:00
▲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서울에서 조합을 설립한 19곳의 지역주택조합 중 착공에 나선 사업지는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경. ⓒ스카이데일리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은 청약없이 상대적으로 저가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령 조합원, 토지확보 난항, 조합비 횡령 등 법·제도 허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그간 사업 표류, 사기, 소송 등의 위험에 노출돼 왔다.
 
민간사업의 영역으로 치부해왔던 정부는 피해가 늘자 뒤늦게나마 제도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증가 부담,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려 반등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토지 확보 안 됐는데도 ‘확보 완료’, 지주택의 그림자
 
지주택은 토지가 없는 지역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해당 지역 토지를 매입, 주택을 건설하는 목적을 가진 조합이다. 과정 자체는 재개발·재건축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르며, 규정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아닌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2020년 주택법 등이 개정되면서, 추진위원회 설립 후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해당 토지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사용권원(점유·사용 및 수익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 소유권·지상권·전세권·임차권 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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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모집 후에는 토지면적 3분의 2 동의를 얻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거쳐 조합이 설립되는데, 이 때 예정 세대수의 50% 이상 또는 20인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상태여야 하며, 토지소유권 15% 이상, 토지사용승낙 80% 이상을 받아야 한다.
 
사업계획승인 과정에서는 토지소유권의 95%를, 철거 및 착공에 돌입하려면 100%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 언급된 토지 확보 규제는 대부분 최근 강화된 조건이다.
 
그간 지주택 사업 내 대부분의 문제는 토지소유권 확보 과정에서 발생했다. 통상 토지주가 사업주체가 되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지주택에서는 조합원들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강제력이 없어 토지주 미동의 또는 알박기로 사업이 지연돼 분담금이 폭증하는 경우가 잦아 문제가 불거지곤 했다.
 
조합원 모집 과정의 ‘토지 50% 이상 사용권원 확보’ 규정이 마련되기 이전에는, 실제로 토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허위광고를 통해 토지 매입이 거의 완료된 것처럼 속여 조합원 가입을 유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업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비 외에도 조합 유지에 대한 업무추진비 등은 꾸준히 투입된다. 조합원 입장에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데, 심지어 이 과정에서 조합 임원과 업무대행사가 짜고 업무추진비 등을 횡령·배임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 2019년 충북 청주 소재 한 지역주택조합원들이 조합장·업무대행사 등을 상대로 사기 및 주택법 등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고 엄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제보자 제공]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2019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일대에서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A조합은, 조합장·업무대행사 등이 토지 확보가 되지 않았음에도 ‘토지 매입 완료’라는 허위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조합원들로부터 모은 100억여원을 횡령했다며 사기 및 주택법 등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합은 최종 판결을 통해 관계자들의 징역형(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이끌어내고 일부분 보상을 받게 됐지만, 사업 자체는 전면 백지화된 상태다.
 
A조합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판결 후 보상 절차가 60% 진행 중인데 이마저도 신속하지도 않고, 사업 같은 경우는 토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전면 철회한 상태”라며 “인근 지역에서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도 토지 확보 문제로 다수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지주택 사업의 근본적인 구조를 지적한다. 사업계획승인 이전의 지주택 사업계획이 대부분 미확정이라 구체적인 분담금 산정이 불투명한데다, 도정법과 달리 기존 주택법에선 조합 임원이 조합에 공개해야 할 의무 사항 범위가 좁아 상대적으로 ‘깜깜이 행정’의 위험이 더 컸기 때문이다.
 
또한 시행사·시공사와의 계약을 통해 책임자가 구분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달리 지주택은 조합원이 사업주체가 돼 운영과 책임까지 맡아야 한다. 사업 지연에 따른 책임도 조합에 있기 때문에 결국 조합원-조합 임원-업무대행사 간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제도 개선 나선 정부, 실효성은 글쎄… 시장침체 맞물려 “쉽지 않아”
 
정부는 이 같은 지주택 사업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법 개정 등을 통해 토지 확보 규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토록 했다.
 
사업 지연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 모집신고를 수리한 날로부터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를, 조합설립인가 후 사업계획승인을 3년 내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미충족 시 총회의결을 통해 해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해산 시 조합 탈퇴 및 환불을 보장해야 한다.
 
업무대행사의 손해배상 책임담보(법인 5억원, 개인 자산평가액 10억원)를 규정해 자격을 강화하고, 시공사 이름만 빌려 광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주택 사업 계약 체결 시 시공사도 총 공사금액의 30~50% 보증을 의무화했다.
 
허위·과장광고를 막기 위해 조합원 모집 시 ‘지역주택조합’을 명시하고, 자격요건과 토지 사용권원·소유권 확보 비율 등을 기재해야 하며, 사업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은폐·축소, 오해하게 만드는 행위를 금지했다.
 
▲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 불법적으로 부착된 현수막. 앞으로 조합원 모집 시 ‘지역주택조합’ 명시, 자격요건, 토지소유권 확보 비율 등을 명시해야 한다. [뉴시스]
 
또, 조합 가입신청 후 가입비 등을 예치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철회를 신청하면 가입비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으며, 분담금 납부내역·추가 분담금 등 변동사항을 변경 후 15일 이내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만 기재됐던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지주택 사업도 공개하도록 했다.
 
나아가 국토부는 개선된 제도의 실효성 파악을 위해 서울, 부산, 광주 소재 지주택 조합 운영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며, 10월 예정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주택 추진위원회와 조합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 개선에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주택 조합의 한 관계자는 “토지 확보, 사업계획 과정의 알 권리가 강화되면서 조합원들이 이를 꼼꼼히 살펴 위험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업무대행사 요건 강화의 경우, 직원 3~4명에 불과한 법인이 담보액을 갖춰놓고 조합비 20억원 가량을 모아 폐업해버리는 이른바 ‘한 탕을 챙기는’ 사례는 예전부터 있었으며 개선책 역시 이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지주택 이미지가 과거 대비 좋지 않고 관련 규제도 강화되면서 광고에 ‘지주택’ 문구 삽입 대신 임대협동조합 등 유사한 다른 이름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현재의 지주택 사례들처럼 3~4년 뒤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도 보완 등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피부로 와닿는 규제들이 좀 더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업 자체의 높은 위험성과 더불어 부동산 침체기가 도래하면서 지주택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는 상태다.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서울에서 조합을 설립한 19곳의 지주택 중 착공에 나선 사업지는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 조합원 모집 승인을 받은 지주택 110곳 중 조합설립인가에 성공한 곳도 20곳에 그쳤다.
 
정비사업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상승기에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주택 사업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많았으나, 최근 하락세와 금리 인상, 원자재값 상승, 공사비 인상 등 여파가 재개발·재건축부터 줄줄이 영향을 미치면서 지주택 사업의 앞길이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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