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존 고점에 비해 30~40% 떨어진 가격의 아파트 단지는 집값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을 구하기 위해 높은 금리에도 대출을 감행하던 사람들은 고금리 대출이자에 한숨을 쉬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의 다양한 정책 발표가 있었고 또 사람들이 시장에 적응해가면서 조금씩 거래량이 생기고 있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낮아진 집값이 오히려 호재 아닌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어 주목된다. 바로 신축·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신축의 경우 준공 후 5년 이하 아파트를 의미하며 중소형의 경우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의한 것은 없다. 국토교통부와 KB국민은행 등이 정하는 기준이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59~85㎡에 해당하는 소규모 주택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이 내려가면서 기존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섣불리 집을 내놓기가 고민된다. 구매했던 가격 이상으로 팔릴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집을 구하려는 사람 혹은 기존 주택 매각으로 인한 손해를 감소하더라도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신축 혹은 중소형 아파트를 선택한다.
구매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지금 사야 가장 낮은 가격에 매매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과 추후 시장이 정상화되면 다시금 가격이 올라 천정부지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과감히 선택하게 된다. 이런 움직임으로 신축과 중소형 아파트 단지들이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축 거래 2배 이상 증가… 고점 대비 낮은 가격에 선호
지난달 26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연식별 아파트 거래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월 전체 거래의 9.7%였으나 올해 1월 19.6%로 약 2배 증가했다.
수도권의 5년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 또한 지난해 11.9%에서 올해 22.3%로 역시 2배가량 증가했으며, 경기도는 9.8%에서 23.5%로 신축 아파트 거래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아파트의 거래량이 늘어난 것에 비해 준공 후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감소했다. 지난해 1월 기준 수도권에서 노후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14.9%였으나 올해 1월 10.4%로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16.5%에서 올해 1월 11.7%로 감소했다. 다만, 서울은 올해 재건축으로 인한 관심이 커져서 12.9%에서 21.1%로 예외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가격 하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수도권 주요 신축 단지는 고점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으며 해당 가격이 유지됨에 따라 외부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주요 도심권인 역삼동 ‘역삼센트럴아이파크’는 준공 2년 차 신축 아파트 단지다. 부동산 전문 플랫폼 리치고에 따르면 이 단지는 준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침체기를 맞아 전용면적 84㎡ 기준 지난해 1월 40억 원에 달하던 호가가 10개월만인 11월에 28억 원 선으로 떨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29억 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으며 현재도 이 가격 선이 유지되고 있다.
또 다른 신축 단지인 강동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는 올해로 준공 5년 차를 맞은 신축 대단지 아파트다. 리치고에 따르면 2020년 6월 12.2억 원의 시세로 최저를 기록한 후 지난해 1월 16억 원으로 시세가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의 여파로 꾸준히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적 59㎡의 매매 거래가는 2021년 14억1000만 원에서 지난해 4월 12억 원을 거쳐 지난해 10월 9억5000만 원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아파트 거래 비율 절반 이상 차지해… 인기 실감
한국부동산원의 규모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전국에서 이뤄진 총 6만4841건 중 전용면적 61~85㎡의 매매는 3만4734건으로 53.57%에 달했다. 반면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을 포함한 매매는 전체 거래의 39.00%의 비중을 차지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해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중소형 아파트의 거래량 또한 이에 맞춰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5월에 중소형 아파트 매매 비중은 43.90%를 기록하며 지난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 5만2385건 중 중소형 매매는 2만8752건으로 54.89%로 다시금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올해 1월 기준 전체 매매 3만9124건 중 중소형은 2만277건으로 51.83%로 다시 50%대를 나타냈다.
서울의 올해 1월 전체 아파트 매매 4529건 중 전용면적 61~85㎡는 1636건으로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422건과 932건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인천과 경기에서도 신축·중소형이 다른 규모에 비하면 절반에 달하는 거래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천의 올해 1월 해당 면적의 거래 비중은 48.05%로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51.3%와 67.18%의 높은 비중에는 못 미치지만 거래량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2배 가까이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에서는 올해 1월 해당 평형의 거래 비중은 46.61%였다. 경기 또한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57.38%와 55.24%로 55% 이상의 높은 비중을 보였다. 다만 이 경우는 전체 거래량 감소에 비해 해당 평형의 감소세가 약했던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소형 청약 경쟁률 높아… 리스크 감소할만한 타이밍
중소형 평수의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청약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하락이 지난해부터 이어지면서 청약 시장에서도 대형 평수보다는 중소형 평형에 대한 인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따르면 주로 60㎡ 이하의 아파트가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청약 기간을 거쳐 12월17일 발표가 난 서울시 마포구 ‘더 클래시’ 아파트는 전용면적 59㎡ A·B 두 가지의 주택형이 각각 경쟁률 141:1과 154:1을 기록하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외에 84㎡ 이상 평형들은 약 6: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59㎡대 평수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중소형 평형에 대한 청약 인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3월 초 청약 기간을 지나 3월 14일 당첨자 발표를 앞둔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39㎡ △43㎡ △57㎡ △59(A·B·C)㎡ △84㎡(A·B·C)의 다양한 평수로 구분돼 있다.
해당 단지의 경우도 전용면적 59A㎡ 세대는 경쟁률이 253.22:1에 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59B㎡와 59C㎡도 각각 165:1과 130.88: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면적 84㎡의 세 종류 모두 A형이 124.94:1로 가장 높았으며 B·C는 각각 71.72:1과 81.39:1로 59㎡ 규모에 비하면 경쟁률이 낮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률 속에 1순위 마감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축·중소형 단지 모두 고점 대비 매매가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해당 가격대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모습을 보이자 저점이라는 인식 속에 조금씩 매수세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약에서도 나타나듯이 전체적인 주변 시세 대비 현재 분양가가 합리적이라는 판단 속에 청약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신축·중소형 단지 모두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며 “다른 대외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 충분히 리스크를 감소할만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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