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도 흥행 불패를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이라면 ‘묻지 마 청약’ ’선당후곰(먼저 청약 당첨 후 고민)’에 나서던 청약자들이 당첨 후 불이익을 감수하고 계약 포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경기도 일부 지역과 비수도권 간 심화되고 있는 청약 양극화 분위기가 서울 안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양가는 물론 입지와 브랜드·단지 규모·설계 등의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예비 청약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업지가 ‘서울’이라 할지라도 고금리 시대에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분양한 ‘호반써밋 개봉’은 16일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 지난달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저조한 계약률을 보였다. 190가구 중 38%에 해당하는 72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 단지의 ‘국민평형’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9억9860만 원으로 책정돼 인근 구축 시세보다 높았고 낮은 브랜드 선호도·비역세권인 점이 청약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지 규모(317가구)가 작은 것도 걸림돌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총 15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평균 2673만 원으로 300~499가구 단지(1855만 원)보다 약 818만 원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단지와 소규모 단지 아파트는 2억7000만 원에 달하는 매매가격 차이가 벌어진다.
특히 ‘호반써밋 개봉’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경기 광명시 아파트들이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을 기록한 것과도 대비된다. 올해 GS건설·포스코이앤씨·한화 건설부분 컨소시엄 ‘광명자이더샵포레나’ HDC현대산업개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등은 국민평형 기준 분양가가 10억 원대에 책정돼 분양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일찌감치 완판에 성공했다. 선호도가 높은 대형건설사의 1군 브랜드 대단지에는 청약통장이 몰린 것이다.
‘호반써밋 개봉’과 같은 시기 대우건설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분양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1순위 마감에는 성공했으나 높은 분양가와 어중간한 입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순위 청약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아파트 청약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준신축으로 ‘내 집 마련’ 방향을 튼 수요자들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인건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치솟으며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청약’이 자취를 감추고 있고 철근누락 사태 등으로 신축 아파트 부실시공 우려가 커진 것도 예비 청약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0.6p 하락한 90.2를 기록했다. 서울의 분양 전망치도 16.5p 하락한 102.4로 나타났다. 기준선(100)을 상회하고 있으나 분양 열기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무순위 청약은 거주지·무주택 요건 등 일반 청약보다 문턱이 낮아 ‘줍줍’이라 불리기도 한다. 요즘같이 고금리가 지속되며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워 담기’에도 신중해야 한다. 특히 외지인들의 경우 더욱 철저한 입지 분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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