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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부산이전법 연내 처리 ‘가물’… 與 협조 요구에 野 침묵 일관
산은법 개정안 법사위도 넘지 못하고 상임위서 3년째 계류 중
“수익 vs 손실”… 부산 이전 시 경제적 효과 전망도 각양각색
결사반대 나선 노조 설득도 숙제… “법안 통과 시 파업도 각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17 17:50:01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 6건 모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KDB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법안이 3년 넘게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12월 정기국회에서도 여야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 간 입장차도 여전히 크다. 산은의 부산 이전 효과도 찬·반 입장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관건은 내년 4월 열릴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다. 여야 및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연말 임시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주목된다.
 
여야 협의체 구성해 법안 논의… 20·28일 본회의 주목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산은법 개정안) 6건(송기헌·민형배·서병수·김두관·유의동·박재호 의원 대표발의)이 모두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1월 산은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것을 고려하면 3년째 법제사법위원회로도 넘어가지 못한 것이다.
 
11월21일 정무위는 법안 소위원회를 열고 산은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법안을 통과하지 못했다. 소위원장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당시 “최종적으로 정무위의 실무적인 판단도 필요하지만 양당 원내대표 간에 정무적 판단을 각 당에서 촉구해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논의들이 활성화돼야 의견이 좁혀질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정무위의 요구에도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회기일인 9일까지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시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산은의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에 협조하길 바란다”며 “당장 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가로막는다면 부산시민의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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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아직 뚜렷하게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금융중심지론과 노조 입장 등을 내세워 산은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부산 민심을 의식해서 인지 산은 부산 이전을 대놓고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3일 부산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 대변인을 통해 “부산이 국제금융도시에 걸맞은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여당은 산은법 개정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산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실패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까지 무산되면 내년 총선에서 부산 내 많은 득표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실망감은 대통령·정당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8일 18세 이상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42.9%로 전주(44.2%)보다 1.3%p 내려갔다. 7∼8일 부산·울산·경남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은 42.3%에서 38.0%로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36.4%에서 40.8%로 뛰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회기일인 9일까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산은법 개정안을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임시국회에서 ‘2+2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6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른쪽은 이재명(왼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대표가 13일 부산 동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제 남은 것은 임시국회다. 임시국회 본회의는 20일·28일 열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12일 ‘2+2 협의체’를 가동하고 각 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법안 10개씩을 상정해 논의하고 있지만 산은법 개정안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야당은 본래 지방균형발전에 적극적이어서 정책적으로 보면 찬성해야 하지만 하필 그게 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고 그게 이뤄지면 4개월 앞둔 내년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어 반대하고 있다”며 “정책적 입장보다 부산 지역 표가 어디로 가느냐가 더 중요해 연내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총선 이후로 미룰 듯하다”고 말했다.
 
“300조 생산유발” vs “10년간 15조 손실”
 
경제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각양각색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지역균형성장을 위한 산업은행 역할 강화’ 자료에 따르면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고 2045년까지 비수도권에 125조1000억 원을 공급할 경우 300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13조1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산은 사측은 필수 조직과 인력 100여명만 남기고 모든 조직과 인력을 이전하는 방안을 채택해 금융위에 보고한 바 있다. 연구용역을 맡은 삼일PwC는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방안’과 부산에 본점을 열면서 서울에도 기업고객 대응 기능을 남기는 ‘금융수요 중심형 방안’을 제시했는데 산은은 ‘지역성장 중심형 방안’을 택했다.
 
손실을 점친 결과도 있다. 산은 노조의 의뢰를 받고 한국재무학회가 추산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10년간 국가 관점에서 15조4781억 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 이전으로 창출되는 파급효과는 1조2450억 원에 불과한데 축소효과는 16조723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은 자체 손실도 7조39억 원으로 추산됐다. 거래처 이탈과 직원 퇴사 등의 영향으로 수익이 6조5337억 원 감소하고 신사옥 건설 및 주거공급·인력확충 등으로 4702억 원의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산은의 부산 이전 경제적 파급효과가 동남권 지역에만 편중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재무학회에 따르면 신규 창출되는 국가 전체 경제적 파급효과(1조2452억 원) 중 동남권의 규모는 9703억 원에 달했다. 전체 78% 수준이다.
 
연구용역을 맡은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은은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거래처가 적고 부산 이전 시 기존 고객의 거래가 중단될 것”이라며 “신규 형성되는 딜에서도 배제되고 인력 이탈로 금융전문성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은 특정지역 수혜를 위해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의사결정”이라며 “산은 단일 기관뿐 아니라 전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임직원 10명 중 9명 “부산 이주 의향 없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임직원들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산은 노조가 임직원 2052명을 대상으로 6월28일부터 7월3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직원의 94%가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할 시 부산 이주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산은 거래처·협업기관 직원 930명 중 83.8%가 산은의 부산 이전에 ‘반대’했다.
 
부산 이전 가능성에 산은을 떠나는 직원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산은에서 78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원·대리급인 5급 직원 34명 및 과장급인 4급 직원 17명 등 실무급 직원이 짐을 쌌다. 작년 한 해 산은을 떠난 실무급 직원(57명)까지 합치면 108명이다. 직전 2개년(2020~2021년·24명)과 비교해 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노사 간 입장도 여전히 첨예하다. 노조는 ‘노사 공동 이전타당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산으로 이전하는 게 국가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검증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산은 부산 이전은 대통령의 국정과제이기에 노조와 어떠한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조진우 산은 노조 부위원장은 “사측에 이전타당성을 검토하는 TF를 만들자는 공문을 보냈지만 ‘대통령이 공약으로 찍었기 때문에 타당성 검토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사측은 직원뿐 아니라 고객 기업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지 않고 공론화 절차도 없이 속된 말로 ‘대통령이 시켰으니까 까라면 까야’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은 노조는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파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산은 부산 이전의 목표가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이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로드맵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다음 행동은 법안 소위에서의 진행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고 노조에서 할 수 있는 사항들도 지금 다 준비해놨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것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맞춰 움직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사측은 “별도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며 “부산 이전을 통해서 동남권을 국가 경제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라는 것이 산은 공식 입장”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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