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취임 당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천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비은행 공백에 주가와 실적은 뒷걸음질을 치며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내부통제 관리가 미비한 점도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임종룡 회장이 비은행 및 윤리경영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공백에 3분기 실적 저하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기준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만2910원으로 연초 1만3000원 안팎의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1월27일 1만348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회복하지 못한 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 기간 하락률은 4.2%다. 코스피가 1% 가까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연말 배당 투자수요가 몰리는 은행주임에도 주가는 일주일간 1.6% 오르는 데 그쳤다.
주식시장에서는 4대 금융지주도 아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9조7077억 원(1일 기준)으로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카카오뱅크에 이어 다섯 번째다. 카카오뱅크와의 시총 격차는 한 달 전 2279억 원 많았지만 현재는 2조4271억 원 적다. 8월엔 시총이 8조3000억 원대까지 감소하면서 당시 8조4000억 원 규모였던 기업은행에 5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 같은 부진은 부실한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 않다.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는 우리카드(카드)·우리캐피탈(캐피탈)·우리종합금융(종금사)·우리저축은행(저축은행) 등에 그친다.
비은행 계열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오랜 약점이었다. 임종룡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월 취임식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천명했다.
당시 임 회장은 “미래성장 추진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며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4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임 회장은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균형 있는 수익 구조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말뿐이었다. 성과는 없었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11월20일 검토를 중단했다. 인수 비용을 두고 양쪽의 시각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비용이 최대 5000억 원에 다할 것으로 관측되자 2000억 원 이내를 고려했던 우리금융이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인수는 아직도 공회전
관심이 가장 컸던 증권사 인수는 깜깜 무소식이다. 유안타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삼성증권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협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우리금융은 물밑으로 유안타증권에 인수 의향을 전달했지만 유안타금융그룹의 매각 의사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금융그룹은 7월 이후 65차례에 걸쳐 유안타증권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이 기간 지분율은 58.2%에서 58.5%로 늘어났다.
비은행 M&A에 실패하면서 우리금융의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5319억 원으로 지난해 1~3분기(2조7927억 원) 대비 9.3% 감소했다. 은행 이자이익 효과가 둔화된 영향이다. 증권·보험사를 보유한 다른 금융지주와 상반된 흐름이었다.
KB금융은 △KB증권 3656억 원 △KB라이프생명 2804억 원 △KB손해보험 6948억 원 등 비은행 계열사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순이익 4조3460억 원을 거뒀다. 1년 전(4조460억 원)과 비교해 7.4% 늘어난 규모다. 하나금융도 하나증권·하나생명 등을 통해 3조87억 원의 1~3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조9067억 원) 3.5% 오른 수치이자 누적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신한투자증권·신한라이프·신한EZ손보 등을 보유한 신한금융은 일회성비용으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감소했지만 규모는 3조9020억 원에 달했다.
금융그룹 4위 자리도 위태위태하다. 농협금융과 기업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을 각각 2조2944억 원·2조1220억 원 기록하면서 우리금융 턱 밑까지 쫒아왔다. 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NH농협생명·NH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IBK연금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은행에 의존하는 경향도 짙다.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2980억 원으로 그룹 전체의 90.8%를 차지했다. 60%대에 그친 KB금융(64.6%)·신한금융(66.6%)과 대조적이다. ‘이자 장사’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도 컸다. 총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8.9%에 달했다. 비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비은행 계열사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없다는 것은 은행업황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해 주가 저평가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은행업종 규제에 따라 불확실성이 큰 영향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 연구원은 “매물 가격이 맞으면 M&A에 나서겠지만 적당한 매물이 없는 것 같다”며 “우리금융은 자본도 녹록하지 않아 여러모로 현재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뭐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투자손실·횡령에 임직원 징계까지… 악재 빈발
내부통제에 허점을 드러낸 점도 임종룡 회장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11월7일 우리은행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과정에서 평가손실을 낸 사실을 인지하고 2분기 실적에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담당 딜러가 평가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옵션거래를 확대하는 헤지(위험회피) 전략을 실행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이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헤지 포지션에 대한 평가 방법을 잘못 적용해 962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통상 은행은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 옵션 상품을 팔 때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헤지 포지션을 설정하는데 저 당시에는 평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횡령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우리은행 서울 금천구청지점에서 한 직원이 고객 공과금 5200만 원을 횡령한 일이 발생했고 비수도권 영업점에서는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한 직원이 가상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9100만 원을 빼돌리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11월9일에는 우리금융저축은행 소속 직원이 2015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회사 돈 2억34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윤리경영도 낙제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의 ‘5대 은행임직원 내부 징계현황 및 사유’에 따르면 2022~2023년 우리은행의 내부징계 건수는 51건으로 KB국민(16건)·신한(5건)·하나(17건)·농협(12건)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경쟁 은행들이 작년보다 올해 내부징계가 줄어든 데 반해 우리은행은 21건에서 30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징계 사유를 봐도 △성희롱 및 괴롭힘(8건)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7건) △근무기강 저해 및 문란행위(6건) △여신심사 소홀(4건) △직원관찰감독 및 자점검사 소홀(2건) △시재검사 소홀(2건) △문서관리지침(1건) 등 다양했다. 이 중 ‘직원관찰감독 및 자점검사 소홀’ ‘시재관리 소홀’ ‘문서관리지침 위반’은 작년 횡령사고 원인으로 꼽힌 사안이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임직원 내부 징계 현황을) 작성하지 않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절대적인 수치로 활용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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