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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대규모의 영업손실 및 19년 만의 노조파업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전임 경영자인 최길선 회장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그룹 내 경영체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는데, 15일 최 회장의 후임으로 경영을 이끌었던 이재성 회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경영체제 변화가 가시화 됐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가 입주한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스카이데일리
‘충격’…설립 후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 기록한 현대重
지난달 29일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 증권가와 조선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조선업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해 온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 2분기 실적(연결)은 매출액 12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37억원, 당기순손실 6166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5.2%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무려 484.3%, 577.6% 각각 급팽창했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액은 당초 증권가에서 예측했던 적자 규모인 250억원에 비해 무려 40배 이상 큰 금액이다. 이로 인해 증권가 관계자 및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예상 밖의 메가톤급 어닝쇼크에 ‘할 말이 없다’는 반응 외에는 특별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대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데에는 주력사업인 조선·해양·플랜드 분야에서 발생한 손실이 원인으로 꼽혔다. 현대중공업도 올 2분기 조선부문 5540억원, 해양부문 3740억원, 플랜트부문 2369억원 등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특히 현대중공업의 미래먹거리로 불렸던 해양플랜트의 실적 부진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전체 투자액이 6%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해양플랜트에 대한 투자액을 늘리는 등 해양플랜트 사업 확장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2009년부터 현대중공업의 경영을 맡은 이재성 회장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결과라고 업계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해양플랜트 부문 사업 중 해외에서 수주한 대규모의 사업들이 공사 지연 등으로 인해 비용이 급증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일례로 지난 2010년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세계 최대 해양설비 골리앗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공사는 당초 12억달러(한화 약 1조25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건조가 시작된 후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공사가 길어지면서 비용추정치가 22억달러(약 2조3000억원)로 무려 2배나 뛰었다.
내우외환 현대중공업 “19년 무파업 신화 막 내리나” 긴장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자랑해 온 19년간의 무파업 신화도 깨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수 십 차례의 임금협상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사 양측이 합의점을 못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열린 35차 교섭에서 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원 △정기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한다 등의 제시안을 내놨다. 단체협약으로는 △정년 60세 확정(2015년 1월부터)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등의 조건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앞서 주장했던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호봉승급분 5만원으로 인상(현 2만3000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의 조건을 내세웠다. 결국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커 교섭은 결렬됐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협상 과정 내내 최후에는 파업 가능성도 있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쳐 왔다. 이 때문에 임금협상이 결렬될 때 마다 “파업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점차 힘이 실렸다.
▲ 자료:현대중공업 ⓒ스카이데일리
35차 교섭 결렬 후인 지난 3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이 임박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실제로 중노위가 향후 10일간 조정기간을 둔 뒤 노조에서 신청한 쟁의조정에 대해 ‘추가교섭의 여지가 없다’는 취지의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업계에서는 “파업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중공업 노조 측에 대해서는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 산업 부문을 통틀어 최상위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경영진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 높게 일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이 진행된다면 불과 1분기 만에 최대 규모의 손실이라는 기록을 깰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 탓이다.
전 경영인의 재선임, 현 경영인 이재성 회장의 향후 거취 ‘물음표’
▲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을 구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한 최길선 회장은 과거 현대중공업의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세계 1위의 조선기업의 명성을 지켜낸 이력을 보유했다. <사진=뉴시스>
전직 현대중공업 계열사 한 임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1972년 현대중공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2년 만인 1984년 임원에 오르는 등 내외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현대삼호중공업 대표·현대미포조선 대표 등 핵심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친 후 2005년 현대중공업 사장직 올랐고, 2009년 퇴임 전 까지 현대중공업의 경영 전반을 도맡으며 세계1위 조선기업의 명성을 지켜냈다. 이런 이력 덕분에 최 회장은 ‘조선업계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업계의 평판이 뛰어나다.
현재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다시 한 번 현대중공업을 왕좌의 위치에 올려 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적 개선은 물론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노사간의 관계도 일정 수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여론도 상당하다.
실제로 최 회장은 과거 현대중공업 대표를 역임할 당시 현장 경영을 앞세워 매일 같이 작업 현장을 직접 둘러볼 정도로 열의가 높고, 기술적인 측면에도 상당한 기여를 해 실적 향상의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지난 2009년 경영 위기 상황이 도래했을 당시에는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직원들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최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늘면서 반대로 기존에 현대중공업 경영을 진두지휘 해 왔던 이재성 회장에게는 우려의 시선이 점차 늘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최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아 현대중공업 경영 전반을 맡게 됐다. 그러나 불과 5년여 년 만에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적자의 원인으로 이 회장이 미래먹거리 창출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해양플랜트 사업이 지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와 증권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경영 능력이 재평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전임자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후 불과 5년여 만에 다시 전임자를 불렀다는 것 자체로도 업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현대중공업 투자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세계 1위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별 다른 무리 없이 꾸준한 실적을 기록해 왔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파업과 실적 부진이 이어졌기에 그룹 경영을 맡아 온 이 회장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한 소식통은 “당초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의 복귀와 함께 이재성 회장은 대표이사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8개 사업부 중 조선·해양·플랜트 사업부를 최 회장이 맡을 것으로 예측됐었다”며 “그러나 과거 최 회장 단독 체제에서도 별 무리 없던 전례가 있어 굳이 2인 회장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냐는 얘기가 업계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등의 여론이 일어 왔다”고 말했다.
현대중 안팎서 “이재성 회장 사임 배경에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논란
▲ 15일 이재성 현대중공업 전 회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2인 회장 체제를 갖추겠다고 한 현대중공업이 돌연 이 회장의 사임을 결정한 데 대해 업계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 현대중공업 ⓒ스카이데일리
이 회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함께 책임론이 분분해 온 가운데 결국 15일 이 회장의 사임소식이 전해졌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올 것이 왔다’며 예정됐던 수순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인 회장 체제를 갖추겠다고 한 현대중공업이 돌연 이 회장의 사임을 결정한 데 대해서는 의구심 어린 여론도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론이 높게 일었다고는 하지만 2인 회장을 공언한지 약 한 달여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K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기업에서서 실적 악화 등의 사태가 불거질 경우 책임론이 일지만 최고 경영자의 사퇴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투톱 지휘라인을 내세운 지 얼마 안돼 번복하는 것은 실적악화 등의 책임론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현대중공업 계열사 한 임원은 “지난달 중순경부터 노조와 회사 측이 이 회장의 사퇴를 빌미로 협상에 돌입했는데, 협상을 새로 취임한 최 회장이 주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기존 이 회장과 신임 최 회장의 내부 힘겨루기가 진행됐고 노조 파업을 빌미로 결국 이 회장이 밀려난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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