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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들이 리스크 대응 수단으로 보험을 활용하면서도 여전히 특정 보험에만 가입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재물보험과 단체상해보험은 가입률이 높은 반면,책임보험이나 사이버보험 등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리스크 인식 부족, 보험상품에 대한 낮은 이해도, 대면 채널 중심의 가입 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보험연구원(KIRI)의 권순일 연구위원은 4일 발표한 KIRI 리포트 포커스(중소기업의 리스크 인식과 보험수요)에서 “국내 중소기업은 리스크 인식과 평가 능력,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감염병, 사이버 리스크 등 사회환경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했다.
리포트는 2023년 국내 중소기업의 연간 보험료 지출은 약 16조 원에 달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8.5%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매출의 40.4%를 차지하며 전체 보험료의 69.0%를 지출할 만큼 보험 소비에서 큰 비중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가입 종목은 제한적이다. 아울러 국내 제조업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화재·재물보험 가입률은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80.4%, 20~30인 사업장에서 86.9%로 소규모일수록 보험가입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영업배상책임보험은 12.2%,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18.4%에 그쳐 리스크 대응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봤다.
반면 유럽 중소기업은 영업배상책임보험의 가입률이 66%에 달하며 리스크 대응을 위한 보험의 다양성과 접근성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선 모습을 보인다. 또 한국과 일본의 경우 화재·재물보험 및 단체상해보험에만 가입이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경우 화재보험(69.4%) 외에 지진보험(37%)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가입 경향이 나타난다.
덧붙여 국내 중소기업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80%를 넘지만 영업배상책임보험이나 사이버보험 등의 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일본 중소기업에서도 동일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미국 중소기업은 사이버보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수출 위주 산업 구조를 가진 중국은 생산물배상책임보험과 신용보험에 대한 가입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이러한 차이를 국내 중소기업의 리스크 인식 수준과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도에서 찾는다. 연구원이 실시한 국내 설문조사에서 보험 미가입 사유의 주요 원인은 ‘피해 발생 가능성 낮음’(24.9%), ‘보험상품 이해 부족’(16.4%)이 꼽혔다.
실질적인 보험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 선택이나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식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은 경영진의 리스크 평가 능력이 부족하고 보험을 단순 보장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보험 등 비전통적 상품에 대한 수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국내 중소기업이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소기업은 전반적으로 리스크 인식과 평가 역량이 부족하며 화재 등 주요 위험을 제외한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책임보험 등 다양한 보장영역에 대한 잠재 수요가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보험 가입 채널 측면의 구조적인 한계도 지적했다. 주요국의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디지털과 대면 채널을 병행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권장되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보험 계약은 여전히 대리점이나 설계사 등 대면 채널에 편중돼 있다. 실제로 전체 계약의 68.4%가 대면 방식으로 체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험사 간 서비스 비교나 보장 범위 검토가 어려워져 다양한 보험상품 활용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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