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위 제약회사마저 발길을 돌렸던 한국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국산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국내신약 3품목이 치열한 3파전을 펼치고 있다.
P-CAB 제제의 원조 격인 일본 다케다제약 보신티(성분명 보노프라잔)는 2019년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낮은 약가 등의 이유로 급여 등재에 실패했다. 결국 다케다제약은 2024년 12월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하며 한국 시장에서 전격 철수했다. 1년 후인 2025년 12월 보신티는 오리지널 프리미엄이라는 딱지를 떼고 복제약(제네릭)과 동일한 선상에서 심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약 1조5000만 원의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의 국산 신약 3대장이 주축이 됐다. 케이캡과 펙수클루, 자큐보는 각각 국산 신약 30호, 34호, 37호이다. 국산 신약은 현재 43호까지 허가됐다.
스카이데일리가 18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UBIST) 원외처방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26년 상반기 7881억 원 규모의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이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상반기 신약 3종 누적 원외처방액은 2206억 원을 달성했다. 7월 원외 처방실적에서는 케이캡 222억 원, 펙수클루 156억 원, 자큐보 97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 선두이자 독주 체제를 구축한 주인공은 HK이노엔 케이캡이다. 2019년 3월 출시된 케이캡은 출시 2년 차인 2020년에 누적 처방 1077억 원을 달성했다. 2021년부터는 매년 연간 처방액 1000억 원을 가볍게 넘겼고 2026년 4월 국산 신약 단일제 최초로 누적 처방액 1조 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대기록을 세운 4월 케이캡의 원외처방 실적은 208억 원으로 집계 대상 1만476개 품목 가운데 1위를 했다. 2분기에는 단일 분기 기준 최대인 615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M/S) 15%를 차지했다.
케이캡이 많은 적응증으로 다양한 치료에 처방이 가능하다. 케이캡은 7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투여와 관련된 소화성궤양 예방’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 △위궤양의 치료 △소화성 궤양·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 6개의 날개를 달게 됐다.
후발주자의 추격도 매섭다. 대웅제약은 2022년 7월 펙수클루를 시장에 출시했다. 펙수클루는 출시년도 하반기에만 129억 원을 올렸고 2023년 535억 원, 2024년 788억 원, 2025년 900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2026년부터 성장과 하락을 반복하던 펙수클루는 5월에는 71억 원까지 떨어지더니 6월 151억 원을 기록하면서 한 달 사이 80억 원이나 올랐다. 7월에는 156억 원으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처방액 실적 폭등의 이유는 펙수클루가 약가유연제 품목으로 선정되면서 상한 금액이 901원에서 1860원으로 책정된 까닭이다.
펙수클루는 2025년 4월 P-CAB 최초로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 적응증을 확보하며 저용량(10mg)를 출시했다. 같은해 12월에는 NSAIDs 유발 소화성궤양 예방 적응증을 가진 20mg를 선보이며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펙수클루 40mg는 5월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치료 영역까지 확장하며 케이캡을 맹추격하고 있다.
가장 늦게 합류한 온코닉테라퓨틱스 역시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2024년 10월 출시된 자큐보는 첫 분기 36억 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2025년 480억 원으로 급등했다. 2026년에도 꾸준한 성장을 보인 자큐보는 4월에 원외 처방액 85억 원 달성하면서 펙수클루를 추월했다. 자큐보는 7월 97억 원을 기록하면서 2026년 누적 처방액 565억 원을 달성했다. 자큐보는 2025년 6월 위궤양의 치료 적응증을 확보하고 올해 7월부터 급여 적용을 받으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9467억 원 수준에서 2025년 1조4765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2026년 상반기에만 이미 7881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내 P-CAB의 점유율은 케이캡이 처방되기 시작한 2019년 3월 당시 2.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6년 2분기 P-CAB 점유율은 30%가 넘어가면서 과거 시장을 지배한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약물에서 P-CAB으로의 세대교체가 완벽히 이루어진 셈이다.
국내 시장을 접수한 국산 P-CAB 3종은 이제 해외로 영토 확장을 노리고 있다. 케이캡은 전 세계 55개국과 기술수출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개국에서 출시를 완료했다. 현재 미국 소화기 의약품 전문회사 세벨라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NDA) 절차를 진행하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펙수클루 역시 중국과 중남미, 동남아, 중동 등 30여 개국과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영토를 넓히고 있다. 자큐보도 중국과 중남미, 북유럽 등 진출한 데 이어 8월6일 인도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하는 등 글로벌 사업 기반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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