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는 독립운동에 나섰던 독립투사들에게 가장 가혹하고 또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무력으로 우리 민족을 짓밟았던 1910년대 무단통치시기와 우리 민족의 분열을 꾀하기 위해 벌였던 1920년대 문화통치를 이겨낸 독립투사들 상당수가 이 시기 독립운동을 포기하고 변절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국’이란 괴뢰국을 세우고 중국본토에 진출하는 등 침략야욕을 점차 가속화하자 독립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판단한 이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최근 대한민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며 가히 ‘신드롬’ 열풍을 몰고 왔다. 바로 영화 ‘암살’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암살은 지난 주말까지 누적관객 897만명 이상을 끌어 모았다. 오늘(10일) 오전 7시 30분 900만명 관객을 돌파한 암살은 사실상 금주 중 1000만 돌파 영화가 될 것으로 유력시 된다. 올 한 해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 첫 1000만 돌파 영화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암살에 쏠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흥행감독과 화려한 출연배우 이상으로 이 영화의 인기 요인이 우리 민족의 가장 뼈아픈 역사를 사실감 있게 그려낸 것으로 꼽는다. 스카이데일리가 국내외 대작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영화 ‘암살’의 흥행요인 등에 대해 진단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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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 ‘베테랑’ 등 잇단 기대작들의 등장에도 영화 암살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암살은 오늘(10일) 개봉 20일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암살은 금주 중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가운데 특히 오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암살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데일리
누적관객 900만을 돌파하면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암살이 ‘천만’ 관객 달성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영화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흥행몰이는 비교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발길을 주지 않던 청년층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신드롬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어 주목된다.
영화 암살은 지난 주말 108만여명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누적관객 수 897만명을 기록했다. 영화 암살의 배급사 쇼박스는 오늘(10일) 오전 7시 30분을 기해 암살이 관객 9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제 대중들은 암살의 ‘천만돌파’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에 관심갖는 분위기다.
개봉 후 암살은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30일 할리우드 대작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개봉하면서 박스오피스 2위로 내려앉은 암살을 두고 영화계 안팎에서는 ‘베테랑’이 개봉하면 3위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달랐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주말 1위를 차지했지만 암살은 여전히 2위 자리를 지켰다. 미션임파서블을 오히려 3위로 내려 앉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흥행요인을 갖춘 암살이 광복 70주년이란 시기 등과 맞물려 당분간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한 국내 영화계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지난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명량’과 비교되는 분위기다.
▲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스카이데일리
‘타짜’·‘도둑들’ 감독과 전지현·하정우·이정재 ‘호화 제작진에 배우’…“작품성까지 갖췄다”
영화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 등을 배경으로 친일파 및 침략의 원흉 등에 대한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운동가와 임시정부요원 그리고 청부살인업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이경영, 조진웅 등 최고의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했다.
사실 영화 암살은 감독과 출연진만으로 이미 흥행이 보증됐다는 평가를 받아 온 영화다. 매 작품마다 흥미로운 전개와 톱스타들을 전면배치한 최 감독이 이번에도 충무로 최고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영화 ‘암살’의 흥행요인이 단순한 감독·배우의 역량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른바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유명한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명 받지 못한 독립투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었다.
매거진M 이은선 기자는 “시대의 비극과 묵직한 메시지를 적절하게 담아냈다”고 호평했다. 또 암살을 대단히 감동적으로 봤다는 관객 김호선(27,가명)씨는 “독립운동가들이 벌였을 처절한 사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당시 그들의 지난했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심금을 울리게 한 영화였다”고 말했다.
관객 이길민(23,가명)씨는 “장쾌한 배경과 탄탄한 스토리에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우리 선조들의 독립투쟁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영화다”며 “그 당시 지옥같았던 일제의 심장에 쏜 대서사시라는 느낌을 강열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 영화 ‘암살’의 포스터와 관객 900만명 돌파에 대한 출연 배우들의 감사 인사 [사진=쇼박스]
친일자본가·변절독립운동가 등 시대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에 밀도 있는 구성 호평
사실 영화는 역사적 배경을 기초로 했을 뿐 허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은 시대적 배경과 인물 설정 등이 영화에 빠질 수 있게 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실제 이들의 지적처럼 영화 내 주요 캐릭터들은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극 중 암살 표적인 강인국(이경영 분)은 친일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한 친일자본가다. 독립 운동가들을 돕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할 만큼 잔혹한 인물이다. 이정재가 분한 염석진 역은 임시정부 요원으로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 조국을 배신하고 일제의 편에 돌아선 인물이다.
이들은 당시 다수 존재했던 인물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강점기 초반 일제와 협력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이 많았으며 20년 넘게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독립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변절하는 독립운동가가 증가했던 시기도 바로 1930년대였다.
암살을 위해 임시정부에서 파견된 안옥윤(전지연 분)은 간도참변으로 부모와 이웃의 학살을 지켜봤던 상처를 가진 인물로 등장하며 속사포(조진웅 분)는 이회영·이시영·이동녕·이상룡 등 6형제가 간도에 세운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등장하는 등 역사적 사실들이 등장인물에 상당수 녹아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 영화는 1933년이란 시대적 배경만을 차용했을 뿐 극중 등장하는 내용은 허구다. 하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무명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또 각 등장인물들이 당시 실제 존재했던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을 대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암살의 의미를 높이 샀다. 사진은 중국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스카이데일리
암살, 상반기 침체 한국영화 ‘하반기’ 뒷심 이끈 ‘명량’ 수순 밟을 수 있을까
영화팬들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암살을 두고 지난해 여름 개봉해 1761만4679명의 관객으로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비교하기도 한다.
지난해 상반기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에 기를 펴지 못한 한국영화는 명량의 등장과 함께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영화 ‘해적’, ‘군도’, ‘해무’ 등의 인기를 견인 했으며 이 기세는 지난해 12월 개봉해 1425만9468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국제시장’까지 이어진 바 있다.
암살 역시 이와 유사하다. 올 상반기 국내 영화계는 지난해 연말 개봉한 ‘국제시장’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영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6월 24일 개봉해 600만 고지에 오른 연평해전이 올 해 최고 흥행 성적의 영화였다.
영화팬들은 1000만 돌파가 가시화된 암살이 지난해 명량과 같이 한국영화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포스트 천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화 암살이 천만관객은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명량과 같은 힘을 내기는 다소 부족할 것이라는 게 영화계 평가다.
▲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명량의 경우 개봉 초기부터 높은 관심과 인기가 집중됐으나 암살의 경우 이번주 광복 70주년 특수를 노릴 수 있으나 현재 경쟁작들의 인기 역시 훌륭하고 향후 흥행 가능성이 농후한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명량만큼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명량과 암살의 개봉 이후 관객 추이를 살펴보면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명량은 개봉 이튿날 100만관객을 돌파한 이래 날을 거듭할수록 200만, 300만 관객을 차례로 돌파했다. 명량이 900만, 1000만 관객 돌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1일, 12일이었다.
암살의 900만 관객 돌파는 개봉 후 20일만에 이뤄졌다. 명량과 8일 차이다. 오는 14일 전후로 1000만명 관객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 예측되는 가운데 실제 암살이 14일 1000만명 관객몰이를 성공할 경우 명량의 관객몰이 속도와 12일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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