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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눈 뜬 장님 ‘외감법’ 개정 추진
명품·글로벌 기업들 한국만 오면 ‘사실상 유령’
옥시·구글·애플·페이스북·루이비통·구찌…유한회사 장막에 ‘모든 것이 베일’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8-10 14:51:42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일으킨 옥시(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해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등 글로벌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는 모두 ‘유한회사’ 형태를 띄고 있다. 자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만큼 굳이 한국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회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유한회사의 경우 ‘외부감사’와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면제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부터 시작해 배당금, 기부금, 영업이익 등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도 예외는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벌어들이는 금액이 조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법인세의 규모가 얼마인지, 과세는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조차 정확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정·관계 안팎에선 유한회사도 외부감사와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를 부과해야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옥시 사태도 따지고 보면 사각지대에 놓인 유한회사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기인한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유한회사 외부감사 및 공시 의무를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을 둘러싼 현황 및 각 계의 반응 등에 대해 진단했다.

 ▲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일으킨 옥시(옥시레킷벤키저)가 지난 2011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나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유한회사로 변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사진은 피해자유가족 항의 장면 ⓒ스카이데일리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일으킨 옥시(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011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유한회사는 2인 이상의 사원이 자신들의 출자액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회사다.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감사’나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다.
 
이는 달리 말해 2011년부터는 옥시의 경영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일체 알 수 없게 됐다는 말과 같다. 공교롭게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피해 의혹이 제기된 시기도 2011년부터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경영 정보 공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변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최근 정부가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통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유한회사에 대한 감시 통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옥시·루이비통·구글 등 외국계 한국지사 대부분 ‘유한회사’…투명성 우려
 
 ▲ ⓒ스카이데일리

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열릴 정기국회에 일정 자산·매출액 이상에 해당하는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게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되는 유한회사 세부 기준은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지만 정계 및 업계에서는 ‘자산 120억원 이상’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 본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규모 기업보다는 옥시를 비롯해 구글, 애플, 루이비통, 구찌 등 외국계 글로벌 유한회사가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국내에 등록된 유한회사 중 90% 이상은 자산 100억원 미만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한국지사를 둔 외국계 글로벌기업들은 대부분 ‘유한회사’ 형태를 띄고 있다. 옥시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구찌코리아, 한국맥도날드 등은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땐 주식회사였지만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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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 한국에 진출한 알리바바코리아와 테슬라코리아 등은 처음부터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글로벌 기업으로 유명한 외국계 회사들이 주식회사보다 유한회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자료: 금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유한회사 등록 수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만6998개였던 유한회사 수는 2013년 2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2만5929개로 5년새 8931개나 증가했다.
 
이는 유한회사가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 감사는 물론 공시 의무가 없고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는데 기인한다. 사채발행을 제외한 사원총수(50인 이하), 최저자본금(1000만원 이상), 지분양도 제한 규정 등이 사라졌다.
 
또 다국적기업의 경우 국내 기업과 달리 한국에서 자금 조달할 필요가 없어 주식회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의무적인 회계감사를 면제받을 수 있어 회계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영국, 독일, 호주 등 주요국 외부감사 도입…“‘규제’ 아닌 당연한 권리”
 
 ▲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최근 이를 두고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당초 유한회사 제도는 중소규모 기업의 설립과 운영의 편의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글로벌 다국적기업이 회계정보를 숨겨 이익극대화만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확보는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감사 의무가 없는만큼 세금을 탈루하거나 옥시처럼 자사의 불리한 경영 정보를 숨기는 창구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국내 중견·재벌 기업도 오너일가와 관련된 회사를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개정안 도입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번 개정안 통과 가능성도 어느때보다 높다. 19대 국회 때는 새누리당에서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이와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감사가 적용된다.
 
 ▲ ⓒ스카이데일리

반면 이를 일반에 공개할지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당초 금융위는 유한회사가 외부감사를 받는 것은 물론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를 담은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감사보고서 공시는 과잉 규제로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정치권 및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유한회사 공시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은 ‘반쪽짜리’ 개선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및 재계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매출액·총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관계자는 “일부 사회적 해악을 끼친 외국계 유한회사에 대해선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통해 외국기업 전반에 대한 과잉 규제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며 “외국인 투자로 인해 고용 창출, 기술이전 등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경영활동은 주주를 제외하더라도 근로자, 소비자 등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큰만큼 사회적 책임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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