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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혼 두번 죽이는 이중근 호텔건립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20 00:01:38
 ▲ 김신 편집이사
‘문화재(文化財)’의 정의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보호해야 될 문화유산이다. 옛 선조들의 사상이나 가치관, 삶의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민족의 혼이 담겼다’는 상징성을 부여 받는다. 눈에 보이든(유형), 보이지 않든(무형)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국민이면 모두가 깊이 공감한다.
 
문화유산은 그것이 지닌 내력이나 만들어진 연도 등에 따라 보존가치가 구별된다. 국보·보물 등에서부터 단순한 등록문화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도에 상관없이 문화유산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이 역사의 흔적, 민족의 얼과 혼이 깃든 문화유산을 지키자는 데 뜻을 같이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대기업의 행태가 우리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역사·문화재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을 훼손하려하고 있어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재계서열 19위의 굴지의 대기업 부영그룹이다.
 
앞서 부영그룹은 지난 2012년 호텔 건립을 목적으로 삼환기업으로부터 서울시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토지와 건물 등을 총 1721억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사업부지에 지어져 있는 근·현대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받아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부영그룹이 호텔 건립을 추진하려고 매입한 부지는 과거 대한제국 당시 황실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대관정(大觀停)’이 있던 부지였다. 또 바로 맞닿아 있는 필지에는 1900년대 초부터 1970년대 사이에 지어진 오래된 건축물들이 나란히 있었다. 이들은 과거부터 줄곧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돼 왔다.
 
부영그룹은 서울시의 요구대로 문화유산 보존 방안을 마련해 제출했고, 결국 사업 진행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계획안에 따르면 ‘대관정(大觀停) 터’는 호텔 2층 내 전시관을 따로 조성해 보존하고, 총 7개 근·현대 건축물에 대해서는 외벽 보전 1건, 철거 후 복원·신축 4건, 철거 2건 등을 각각 이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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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학계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문턱을 넘은 부영그룹의 계획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 계획안의 내용은 민족유산을 파괴하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 중 핵심은 7개 건축물에 대한 부영그룹의 차등적 조치다. 7개 건축물은 각 건물의 가치를 따질 게 아니라 하나의 건물로 인식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는 “대관정 터를 비롯한 소공동 일대는 100여년의 한국 근대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우리가 보존해야할 공간이다”며 “그 자체가 집합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빠지면 역사적 의미가 퇴색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정리하면 부영그룹이 7개 근·현대 건축물에 대해 하나라도 보전을 결정했다면 나머지도 보전을 해야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보존가치의 정도를 따져 하나라도 철거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일대 지역에 존재하는 민족의 문화유산 전체를 훼손시킨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부영그룹 호텔 건립 계획이 전면 재검토돼야 하는 결정적 배경에는 이곳이 우리 민족의 상흔이 어린 곳이라는데 있다. 일제 침략의 만행이 횡행한 일본군 사령부가 고종의 대한제국 상징이나 다름없는 대관정 터를 짓이기며 뭉개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제는 그들의 깃발을 나부끼며 우리 민족의 가슴가슴에 수도없이 대못을 박았다.
 
부영그룹이 계획하고 서울시가 허용한 호텔 건립 계획은 민족의 문화유산을 대놓고 훼손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민족의 혼과 얼이 깃든 역사의 흔적을 일개 대기업이 자본 논리를 앞세워 지우려 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상징적인 지역이 부영그룹 총수 이중근 회장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봐선 안 될 일이다. 부영그룹 호텔 건립 계획안에 대한 서울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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