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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영 금융업<38>]-지역농협상호금융, 농협중앙회

은행 창구 쌀 판매 압박…엘리트 금융인 뿔났다

전 직원 대상 판매순위 공개에 할당제까지…중앙회의 관리부실 책임론도

이기욱기자(gw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5-12 1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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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일부 지역농협의 영업 행태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의무적으로 판매시키고 있어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농협의 이러한 행태가 농협중앙회의 관리소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신관 ⓒ스카이데일리

최근 일부 지역농협의 직원 쥐어짜기 행태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카드, 보험 등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 생산한 농산물 판매 실적에 대한 압박까지 가해져 해당 지역농협 소속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당 판매할당량을 배정하거나 매일 판매실적 순위를 직원들에게 공지하는 등 구체적 압박 사례까지 알려져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농협에 대한 중앙회의 관리·감독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협은 크게 중앙회와 지역(단위)농협으로 나뉜다. 지역농협은 해당 지역 농민들이 모여서 자본금을 바탕으로 만든 사단법인이다. 중앙회는 처음 지역농협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현재는 지역농협을 총괄 지원하는 중앙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고 직급 합격했더니 ‘쌀팔이 신세’ 전락…엄청난 압박에 지인들 ‘총동원’
 
지난해 경기북부의 한 지역농협에 취직한 시작한 A(29)씨는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취업을 후회하고 있다. 지역농협 채용 중 최고 직급인 6급에 합격한 후 자신이 원하는 상호금융 파트에 배치를 받았지만 얼마 전부터 생각지도 못한 ‘실적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부터 자신이 일하는 지역농협의 관할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쌀을 의무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직원들마다 판매 할당량이 정해져 있으며, 현재 1차 판매가 끝난 상황이다. 총 4차례에 걸쳐 판매가 진행될 예정이라 앞으로도 3번이나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그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나로마트와 같은 유통부문으로 배정된 것도 아닌데 쌀까지 판매할 줄은 몰랐다”며 “현재 일하고 있는 은행 창구에서 쌀을 팔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은 지인, 가족들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 1차 판매에서 주어진 자신의 할당량을 다 채웠지만 아직 3차례의 판매가 더 남아있어 심각하게 사직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시 판매가 시작됐다는 상상만으로도 매일 아침마다 잠이 저절로 깬다”고 호소했다.
 
 ▲ 순위매기기, 1인당 판매 할당량 부과 등으로 쌀 판매에 큰 압박을 느끼고 있는 지역농협 직원들은 가족 및 지인들을 동원해 판매량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직원들은 앞으로 남아있는 판매량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퇴사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제보자 A씨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지인들에게 쌀 구입을 권유하는 장면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매일 아침 사내 메일로 전 직원에게 쌀 판매 실적표가 발송된다”며 “1위부터 꼴찌까지 실적, 목표 달성율, 순위 등이 실명과 함께 줄세워져 정리된 표로 뿌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순위를 매기다 보니 본업인 금융상품 판매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A씨의 일만은 아니었다. 같은 지역농협 내 근무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 역시 쌀 판매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직원은 사비를 털어 쌀을 구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직원은 요식업을 종사 중인 부모님에게 기존 거래처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농협 쌀을 구매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역농협 과도한 직원 쥐어짜기 논란…농협중앙회 ‘부실관리 책임론’ 부각
 
한 지역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은 쌀 판매뿐만 아니라 마트, 주유소, 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역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트와 주유소의 매출을 직원들이 책임지도록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압박이 수반된다.
 
인천에 위치한 한 지역농협에서 근무 중인 B(27)씨는 “월 평균 일정 금액 이상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마트에서 쇼핑을 해야 한다”며 “집 앞에 대형마트를 놔두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로 가니 불편한 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카드나 주유소 등도 내가 사용하고 싶은 것, 이용하고 싶은 곳을 선택하기 어렵다”며 “이는 직원들의 자유를 빼앗는 것과 다름 없다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농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을 두고 농협중앙회의 관리부실로 그 책임을 돌리는 여론이 적지 않다. 최근에 벌어진 ‘쌀 횡령 사건’, ‘부정 인사 개입’ 등 지역 농협 관련 비리 사건도 적지 않아 이러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지역농협의 직원들은 쌀 판매뿐만 아니라 마트, 주유소, 카드 실적 등에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직원 쥐어짜기’와 더불어 최근 발생한 ‘횡령’ ‘인사개입’ 등 지역농협에서 발생한 잇단 사건들은 농협중앙회에 대한 ‘책임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농협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전남 보성에 위치한 한 지역농협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15억원대의 쌀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약 9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쌀을 몰래 팔아 대금을 챙겼으며 빼돌린 돈을 마카오, 필리핀 등 원정도박에 이용했다.
 
또한 지난달 1일에는 충북의 한 지역농협 상임이사가 직권을 남용해 아들의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그의 아들은 발령 20일 만에 임금, 근로여건 등이 월등히 나은 청주 도시 농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인사이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한해서 3월 이내에 연 1회만 허용한다’는 인사교류 규정에 어긋나 더욱 비판을 받았다.
 
금융권 및 지역농협 관계자 등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각 지역 단위 농업협동조합이 갖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회원으로 가입한 조합들의 공통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농협중앙회는 각 지역에 존재해있는 지역본부들을 통해 각 지역농협과 일선 지점들을 지도, 관리,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농협중앙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상호금융 파트에서 근무 중인 직원이 쌀을 판매하는 것은 명백히 업무 외 지시라고 할 수 있다”며 “지역 농협 내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비정상적 행태들을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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