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도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 소위 ‘K패션’이 중국·일본·홍콩·동남아 등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K패션의 메카는 동대문시장 패션타운이다. 이곳은 도·소매상인들의 집합소다. 근래 접어들면서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량도 늘어나 점차적으로 시장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최근 동대문 도매상가 ‘유어스(U:US)’ 내부에서 잡음이 감지됐다. 기존 위탁운영사와 위탁기간 만료로 운영권을 확보한 서울시 간 힘겨루기가 벌어진 것이다. 상인들도 분열됐다. 기존 위탁운영사 또는 서울시를 지지하는 상인들이 두 세력으로 나뉘게 됐다. 언뜻 대리전양상으로 변질될 조짐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동대문 유어스를 방문해 이곳의 갈등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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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패션타운에서 손꼽히는 도매 상가인 ‘유어스(U:US)’의 운영권을 놓고 공방전이 치열하다. 지난 10년간 상가의 운영·관리를 맡아 온 문인터내쇼날과 본래 소유권자 서울시의 갈등이다. 이들을 지지하던 상인들마저 둘로 갈라져 상황은 매우 예민해졌다. 사진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바라본 유어스 상가 모습 ⓒ스카이데일리
동대문시장 도매상가 유어스(U:US)의 운영 주체를 두고 상인들이 둘로 갈라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존 운영사인 문인터내쇼날과 원소유주인 서울시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각각 지지하는 쪽이 다른 상인들 간 공방전 역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유어스는 동대문운동장 주차장부지에 5층 건물이 증축돼 건립된 상가다. 지난 2006년 개장했다. 동부건설이 서울시에 사업을 건의했고 2004년 12월 서울시가 이를 승인함으로써 건립이 확정됐다. 동부건설은 준공 후 10년 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됐다.
동부건설은 350억원의 건설비를 부담한 문인터내쇼날에 10년 계약전대를 체결했다. 임대 수익과 MD(Merchandiser·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제작, 판매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연구하는 일)운영·관리 등을 맡겼다.
약속된 10년이 흐른 지난해 9월 서울시에 유어스 운영권이 귀속됐다. 하지만 문인터내쇼날과 전체 347개 점포들 중 2/3가량이 서울시의 운영에 반대목소리를 냈다. 전문적인 MD운영으로 10년 간 키운 상가를 서울시가 법을 앞세워 차지하고 관치행정이 민간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곧 상권을 죽이는 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시는 상인들이 반발하자 임대계약 5년 연장을 제안하고 임대료도 70~80%수준으로 낮춰 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체 347개 점포 중 146개 점포만이 이를 받아들였을 뿐 201개 점포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서울시와 등을 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또 다른 상인들은 기존 문인터내쇼날의 강압적인 운영체계에서 벗어나야 함을 주장하며 서울시를 지지하고 나섰다. 결국 상인들마저 기존 운영사 문인터내쇼날 측을 옹호하는 ‘유어스상인협동조합’과 서울시를 받아들이겠다는 ‘유어스상인회’ 등으로 나뉜 상태다.
“운영 노하우 갖춘 전문업체가 맞아야” vs “전문가와 충분히 협의해 운영할 것”

▲ 유어스는 동대문패션타운에 위치한 지상 5층 규모의 도매상가다. 1층~3층까지 총 347개의 점포가 형성돼 있다. 4~5층은 일반 사무실 용도로 임대한 상태다. 사진은 동대문 패션타운에 위치한 유어스 상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홍종찬 문인터내쇼날 대표는 동대문 일대에 다수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MD운영노하우를 동대문에 이식시킨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자연히 동대문시장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인터내쇼날 측이 지적하는 핵심은 서울시의 MD능력이다. 윤호중 유어스상인협동조합 이사장은 “점포의 위치, 바이어와의 관계 등 개별 점포의 매출을 증대하고 상가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MD의 역할이다”며 “어떤 쇼핑몰에서도 MD없이 잘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MD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들이 상가 운영에 적합한 인원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무원들과 도매시장 간 근무시간이 전혀 달라 유연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 등을 박원순 시장과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를 요청했지만 시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이사장은 “개장 후 7년간 줄곧 적자를 기록했던 이곳이 3년 전부터 문인터내쇼날의 MD 재개편 등에 힘입어 수익을 내기 시작해 근래 들어 겨우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며 “전문가도 아닌 공무원들이, 또한 관이 민간경제영역을 침해하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앞서 동부건설이 그랬던 것처럼)서울시가 문인터내쇼날을 운영사로 인정해주더라도 임대수익 100%를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모든 시스템을 바꾸려 한다”며 “왜 직접 나서서 운영까지 도맡으려 하는지 당최 이해가 안간다”고 힐난했다.
유성규 문인터내쇼날 홍보팀장은 “서울시는 애써 상인들과 문인터내쇼날이 함께 키워놓은 유어스 브랜드를 없애고 ‘DDP패션몰’이라는 상가명을 지으려 한다”며 “상인들과 소통 없이 ‘제안을 받을 수 없다면 나가’란 식의 태도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유 팀장은 “저렴한 임대료보다 확실한 운영안과 전망 그리고 상인들에 좋은 미래를 보장해 줄 환경 등을 서울시가 제시할 경우 수긍하겠다”면서도 “과연 그간 서울시가 임대수익사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시와 임대계약을 맺은 146개 중 일부 점포가 주축이 된 유어스상인회 측은 이들과 정반대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문인터내쇼날의 운영방식 등을 지적하며 동대문의 그릇된 관례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서울시를 옹호한다고 피력했다.
▲ 유어스는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상가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주 고객인 국내 소매상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 바이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동대문 전체적으로 상권이 침체되가고 있고 유어스 또한 매출이 예전같지 않지만 그나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주변 도매상 보다는 고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은 유어스 쇼핑몰 내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변상녕 유어스상인회 회장은 “유어스 오픈 때부터 장사를 시작해 햇수로 11년째 영업을 이어 오고 있는 상인 중 한 사람이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뒤 “문인터내쇼날 측이 자신들의 공과를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 회장은 “매년 매출이 잘 안 나오는 15%~20% 점포의 매대철수 등을 요구하곤 한다”며 MD를 해서 자리를 옮겨주는 것이 아니라 쫓겨난 이들의 빈자리에 다른 상인들이 들어올 때 입점비 명목으로 문인터내쇼날 측이 점포 당 수백만원씩 챙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매대의 경우 지인·측근 등에 내주기도 한다”며 “유어스를 키워 낸 것은 상인들의 역량이다”고 강조했다.
변 회장은 “문인터내쇼날이 제시한 임대료·관리비·홍보비 등과 비교했을 때 서울시 측은 거품을 뺀 합리적인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굳이 왜 우리가 문인터내쇼날의 잔류를 지지해야 하느냐”며 “결국 그 업체가 동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다수의 디자이너·매장 등과 교류하며 장사를 이어가야 할 상인들이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들을 지지하고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목소리를 냈다. 전태호 서울시 주차계획과 팀장은 “오히려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문인터내쇼날 측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격적인 운영도 시작 하지 않았는데 ‘실패’로 단정 짓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 팀장은 “영업시설 경험이 전무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며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과 도심 등 지하상가 등은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인들과 협조 하에 전문가를 고용해 관리·운영할 계획임을 수차례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사드보복 여파에도 굳건한 유어스…장사 잘 되지만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
유어스는 전체 건물 중 1~3층까지가 쇼핑몰로 운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영업이 시작하는 오후 8시에 맞춰 유어스를 직접 찾아봤다.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과 관계없이 매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물건을 구매하려는 바이어들로 속속 메워지기 시작했다.

▲ 문인터내쇼날 측의 유어스상인협동조합과 서울시 측의 유어스상인회는 모두 상생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장하는 논리가 매우 상이한 탓에 서울시로 운영권이 넘어간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양측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유어스 상가 앞에서 상인들이 물품 조달하는 모습ⓒ스카이데일리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인 바이어들이었다. 중국 정부차원의 사드보복 여파 속에서도 상당한 수의 중국인 바이어들이 쇼핑몰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녔다. 영업이 잘되는 만큼 공실 또한 없었으며 각 매대 위로는 소매상들이 주문한 각양각색의 디자이너 옷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몰 입구에는 물건을 조달하고 해외로 배송하려는 물류박스들이 가득했다.
상인들에 운영권과 관련한 생각을 듣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다수 상인들이 기자를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며 목소리 내기를 꺼려했다. 기자임을 숨긴 채 소매상으로 분해 접근하자 이들의 속내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2층 여성정장매장의 A씨는 “서울시와 계약을 하지 않아 여기서 계속 장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나 같은 입장의 상인들이 많다보니 아직까지 판매에는 문제가 없지만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여성복매장의 B씨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걱정 또한 느는 것이 사실이다”고 언급했다. 재킷을 판매하는 C씨는 “솔직히 판매가 잘 되고 있는 만큼 서울시든 문인터내쇼날이든 누가 운영하든 관계없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다수의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조금씩 입장차를 보였다. 문인터내쇼날을 옹호하거나 서울시가 운영해도 관계없다는 등의 입장이 크게 양분됐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번 갈등이 장기화됨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암묵적으로 나마 뒤숭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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