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장품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장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그루밍족 전용 제품’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그루밍족’은 패션과 뷰티에 시간·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본래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미는 직업인 ‘마부(groom)’에서 유래된 단어다. 그루밍족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화장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5년 조사한 ‘국내 화장품 소비자 사용 실태’에 따르면 남성은 한 달 평균 13.3개의 화장품 사용한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사용하는 화장품 갯수가 15개나 된다. 종류별로는 로션, 스킨토너 등 기초제품류 4.2개, 헤어제품류 3.4개, 클렌징제품류 1.6개 등의 순이었다.
덕분에 남성 화장품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남성 화장품 시장 성장률이 가장 두드러지는 국가로 평가된다. 현재 약 10억 달러(한화·약 1조2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데, 오는 2020년까지 매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H&B(헬스앤뷰티)스토어 업계 1위 올리브영은 최근 남성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최근 3년(2014~2016년) 동안 남성 화장품 매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지난 2015년은 전년 동기 대비 40% 올랐으며, 지난해는 2015년 대비 45% 성장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값 비싼 화장품 사들이는 남자들…“저렴한 물건은 신뢰 안 가”
스카이데일리는 스스로를 ‘그루밍족’이라 자부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 허녕근(26·남)씨는 평소 다양한 화장품을 사용하기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는 “기초부터 메이크업까지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쓰는 스킨·로션부터 파운데이션, 컨실러 등 색조메이크업 제품까지 사용하는 제품은 14개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춘기 때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면서 피부를 가려 깨끗하게 보이고 싶어서 화장품을 사용하게 됐다”며 “외국에 다녀오는 일이 많아 면세점에서 주로 구매하는데 1년에 4~5번, 한 번에 구매할 때 50만원 정도 쓴다”고 설명했다.
허 씨는 “제품 구매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재정적인 부담을 느낄때가 부지기수다”며 “하지만 비싼 브랜드 제품일수록 종류가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어지간하면 가격은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배민혁(25·남)씨 역시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남성이다. 그는 “기초 제품은 크리니크를 사용하고 있고 메이크업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쓰고 있다”며 “처음에는 어머니가 사주시는데로 쓰는 편이었지만 점점 관심이 늘면서 이제는 직접 구매하는 편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렴한 제품은 스킨, 로션 위주로 사용해 봤는데 끈적한 느낌을 자주 느꼈다”며 “그 이후로는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만한 브랜드 제품 위주로 구매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배 씨는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도 가격대에 따라 제품의 질이 차이가 특히 크다”며 “비싼 브랜드 제품은 매장 내에서 고객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남성들만 오세요”…백화점 내 영역 확장 중인 남성 화장품 코너
최근 남성들의 화장품 수요가 늘면서 기존 업체들의 관련 시장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은 기존 브랜드에 ‘남성’ 전용 라인을 추가해서 남성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일례로 화장품 브랜드 키엘은 지난 2015년 오픈한 코엑스몰 매장에 ‘맨 존’을 신설했다. 남성 고객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다른 제품들과 따로 진열했고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키엘 관계자는 “남성 전용 코너를 만들어서 남성 고객들이 많이 매장을 찾는다”며 “요즘은 남성분들이 여성분들보다 화장품을 더 챙겨 발라서 제품이 전체적으로 잘 나가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가 많다고 추천한 제품은 토너(250ml)와 모이스처라이저 트리트먼트 포 맨(125ml)로 각각 3만9000원, 4만9000원이었다.
비오템도 ‘옴므’ 존을 마련해 남성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요즘 남자들 중에서 화장품 안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원래 사용하지 않던 사람도 선물 받아서 써보고 나면 구매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아이오페 맨 에어쿠션을 리뉴얼 했다. 지난 2014년 처음 출시된 맨 에어쿠션 1세대는 자외선 차단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었다. 리뉴얼 된 2세대 에어쿠션은 기존 제품에서 자외선 차단 기능을 향상시킨 ‘맨 에어쿠션 선블럭’과 커버력을 높여 미용기능에 집중한 ‘맨 에어쿠션’ 등 2종류로 확장됐다.
화장품 유통업체 A.G.B(아그베)는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에 백화점 뷰티 매장 최초로 남성 뷰티 전문 편집 매장을 마련했다. 아그베 측은 “처음 매장을 오픈할 때 여러 방향을 고민하던 중 남성 전용 멀티 브랜드가 보편화 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력했다”며 “인기 해외 브랜드부터 국내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을 찾는 남성 고객들은 오랫동안 사용하던 브랜드를 바꾸고 싶을 때 여러 종류를 비교하고 고를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최근에는 남자친구의 화장품을 사려는 여성 고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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