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필요해서 샀는데 시간이 지나면 물건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요. 공간이 좁아져 답답해지죠. 필요한 물건을 찾기도 어려워지고요. 가정과 회사에 물건이 넘쳐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물건 사는 데만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버리고 정리하는데도 돈을 쓰죠.”
한국정리수납협회는 2011년 설립됐다. 바른 정리·수납 기술 등을 개발하고 정리수납 전문가를 양성한다. 양성한 전문가는 수납전문 기업 덤인에 파견한다. 덤인은 가정·학교·공장 등에 수납전문가를 파견해 정리·수납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협력업체와 손잡고 공동 사업이나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서초구 소재 협회 사옥에서 정경자 협회장 겸 덤인 대표와 김형주 덤인 총괄이사를 만났다.
정리·수납은 직원건강·원가절감 위해 필수…시장부터 삼성전자까지 컨설팅
“물건을 정리하지 않으면 경제적·심리적으로 악순환이 생겨요. 우선 짐이 너무 많아지면서 집이 복잡해져요. 그럼 물건을 찾다가 어디 있는지 물라요. 그리고 나서 물건이 없다고 생각해요. 없으니까 물건을 또 사요. 결국 짐은 더 늘고 집·회사 등 공간이 좁다고 느끼죠.”
정경자 협회장은 표준화된 정리·수납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가정 등에서 어깨너머로 누군가에게 배운 정리법으론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김형주 이사는 개발한 정리 기술로 가정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봉제공장 등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한다.
“전통시장 매장 환경을 개선한 적 있어요. 상인마다 편한대로 매장에 물건을 놓고 팔아요. 비주얼 멀천다이징(VMD), 즉 보이는 판매전략도 중요하죠. 비용 크게 들이지 않고 정리만 했는데 매장이 몰라보게 바뀌었어요.”
“가방·구두·봉제 등 제조공장에서 정리는 필수에요. 물품을 정리하지 않으면 직원 건강이 나빠집니다. 자재 관리 비용도 늘고요. 자재가 어디 있는 지 모르면 또 사야하죠.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예요. 정리는 환경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덤인은 △가전 △가구 △수납용품 △건설 △인테리어·디자인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해당 업체 상대로 컨설팅하거나 정리·수납 기술을 공동개발한다. 김 이사는 정리·수납은 서비스의 완성이자 마무리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덤인은 협력업체 특성에 맞게 컨설팅한다. 삼성전자에겐 가전제품 개발 과정에 정리·수납 기술을 제공한다. LG하우시스의 자재를 구매하는 고객에 정리·수납 서비스 및 특강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칸카네·대성글로벌 등 가구·수납용품 제조사와 공동 개발 협약도 맺었다. 주택·모델하우스 구조 설계에도 효과적인 정리·수납 기술을 조언하고 있다.
잘 버리기도 기술…생활 습관·성향 파악한 뒤 습관 들여야
정 협회장은 틈틈이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날 잡아 정리하는 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탓이다.
“물건 정리하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해요. 매일매일 정리해야죠. 대개 날 잡고 물건을 한꺼번에 정리하죠. 그 다음 생활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정리하기에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갖게 돼요. 정리를 꺼리고 기껏 정리한 방이 금세 어질러지죠.”
미니멀리즘 시대다. 미니멀리즘은 최소라는 뜻의 미니멀(minimal)과 주의·사상 등을 뜻하는 이즘(ism)의 합성어다.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풍조를 일컫는다. 미니멀리스트는 필요한 것 빼고 모두 없앤다.
정 협회장은 물건을 무조건 버리고 줄이기는 미니멀라이프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건이 없어져 불편을 느끼고 후회할 수 있다. 이에 자기 생활 습관·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 뒤 시나브로 물건을 줄여나가야 한다.
“무턱대고 물건을 줄이고 버리기보다 자기 기준을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면 3~5년 간 손대지 않은 물건은 버리겠다 같은 기준이요. 임시로 버려보기도 좋아요. 버리고 싶은 물건을 상자에 버려두는 거예요. 일정 기간 지나도 열지 않았다면 진짜 버려도 무방하죠.”
정 협회장은 정리·수납은 개인의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가정·회사·사회를 비롯해 나라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
“책·옷·신발 뿐만 아니라 물건 담은 상자까지도 내놓으면 의미가 생겨요. 그것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이에겐 소중한 물건이죠. 버린 물건이 누군가에게 한끼 식사가 될 수 있고요. 정리하기가 버림에서 그치지 않고 나눔으로까지 이어지는 거죠.”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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