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 신년회 등 각종 행사·모임 자리가 늘면서 늦은 밤 택시수요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이 시기를 흔히들 택시업계의 대목으로 평가하곤 하지만 동시에 승차거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서울시는 이달 4일 승차거부 근절을 목적으로 자체 개발한 택시호출 어플리케이션(앱) ‘지브로(GBRO)’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앱은 기존 택시호출 어플리케이션 카카오T(구·카카오택시)와 유사한 구조지만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는 게 차이점이다. 호출비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승차거부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 어플은 정작 서비스 개시 이후 효과는커녕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서비스가 오히려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앱 개발을 주도한 서울시는 예상 낭비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택시 표심을 노린 박원순 서울시장의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논란에 휩싸인 택시호출 앱 ‘지브로’를 직접 이용해보고 이용률이 저조한 원인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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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들의 승차거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가 선보인 택시호출 어플리케이션 ‘지브로(GBRO)’가 승객·택시기사 모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택시호출 앱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브로가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일부터다. 승객들은 스마트폰 앱만 다운받으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기존 택시 단말기 내에 내장돼 있기 때문에 택시기사들 입장에선 따로 설치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줄어든다.
사용방법은 기존 택시 호출 앱인 카카오T와 유사하다. 다만 목적지가 택시기사에 고지되지 않는다는 게 차이점이다. 택시기사들이 사전에 목적지를 확인하고 승객을 가려받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택시기사 유인책도 있다. 카카오T(구 카카오택시) 등 기존 택시호출 앱과 달리 빈 택시를 지정 호출하는 ‘빠른 호출’ 기능을 추가했다. 빠른 호출로 택시를 부를 경우 승객들은 ‘콜비’ 명목의 수수료를 별도로 내야한다.
이러한 차별성으로 승객·택시기사 모두를 만족시켜 지브로 이용을 권장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같은 유인책이 이해당사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승객·택시기사 모두에게 외면받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T 아성에 도전한 서울시 택시호출 앱 지브로…택시기사들 “그게 뭔가요”
스카이데일리는 지브로 앱을 직접 이용해봤다. 출발지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 역이었다. 이곳은 평소 서울대학교 학생은 물론 인근 상권을 찾는 시민들의 택시 이용이 잦은 지역이다. 하지만 지브로 앱 이용은 쉽지 않았다. 앱 실행 뒤 목적지를 입력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무려 다섯 차례나 호출했으나 응하는 기사는 전무했다.
반면 택시호출 1위 앱 카카오T는 달랐다. 앱 실행 후 호출, 택시 탑승까지 통틀어 불과 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사의 응답은 즉각적이었으며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이동하는 경로가 고스란히 확인됐다.
신 씨는 “승차거부가 일어나는 이유는 손님이 몰리는 특정시간 때 최대한 돈을 벌고자 하는 기사들의 심리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브로처럼 목적지를 확실히 모르면 기사 입장에서 어디 갈 줄 알고 무작정 콜을 받겠냐”며 “보통 기사들은 접촉사고 등의 우려 탓에 좁은 골목길 운전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1000원·2000원 콜비 더 받자고 카카오T 대신 지브로를 이용할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지브로는 기존 카카오T와 달리 구체적인 목적지 대신 시내·시외로만 표시되도록 했다. 인근 빈 택시를 승객이 직접 지정해서 탈 수 있는 지정호출 기능도 탑재돼 있다. 다만 지정호출을 할 경우 주간에는 1000원, 야간에는 2000원의 콜비를 요금 외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한 차례 더 지브로를 통한 택시 호출을 시도해봤다. 이번에도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수차례 시도했지만 택시 호출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택시기사들은 대체적으로 지브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택시기사 장현덕(남·가명) 씨는 “사실 기사 입장에서는 카카오T를 이용해서 승객을 태우는 게 편할 때도 있지만 불편할 때도 있다”며 “목적지를 뭉뚱그려서 입력하거나 입구·출구를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으면 근처를 빙빙 돌다가 겨우 태우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지브로는 이용해본 적 없는데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택시를 부를 때 일정 콜비를 받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미 콜비가 없고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T가 있는데 지브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고 겨우 1000원 콜비 더 받자고 지브로를 이용할 기사들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종택 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 씨는 “지금은 콜비를 안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옛날에는 콜비가 보편화 된 적이 있었다”며 “사실 기사 입장에서 보면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콜비 때문에 손님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져 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승객 대다수 “기사들한테 외면받은 서비스 추가요금 더 내고 누가 이용하겠나”
정태선(남·가명) 씨가 운행하는 택시를 탑승했다. 정 씨 택시에는 지브로 호출이 가능한 단말기가 차량 내부에 설치돼 있었지만 해당 기능은 ‘꺼짐(OFF)’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는 “장거리 손님을 태워도 오는 길에 빈차로 오면 허탕이나 마찬가진데 시내·외 구분 밖에 안 되는 지브로를 이용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시외가 목적지라 하더라도 서울 바깥에선 손님을 태울 수조차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 씨는 “시외 장거리를 선호하는 기사들이 있는가 하면 손님 연결성이 좋은 시내 위주 운행을 좋아하는 기사들도 있는 법이다”면서 “운임요금이 곧 생활비로 직결되며 다들 돈 벌자고 운전대를 잡는 것인데 과연 지브로가 현행 카카오T 등보다 돈벌이에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당초 바람대로 콜비가 택시기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승객들 역시 콜비 부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치였다. 더욱이 승차거부를 줄이고 시민들의 이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입한 ‘블라인드 목적지’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여의도에서 만난 김두현(31·남) 씨는 “가끔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는 카카오T를 불러도 실패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래도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며 “기사들 역시 목적지가 보이지 않고 카카오T까지 이용하는 상황에서 호출에 선뜻 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를 비롯해 스카이데일리가 만나 본 시민들 중 절대다수는 지브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브로가 무엇인지 또 현행 카카오T와 어떤 차이를 지녔는지 등을 일일이 설명해야 그들의 견해를 물을 수 있을 정도였다.
스카이데일리를 통해 처음으로 지브로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이들은 “시에서 개발한 서비스가 수요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의문이며 벌써 보름 넘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제대로 된 홍보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새봄(25·여·가명) 씨는 “콜비가 없는 카카오T가 있는데 굳이 1000원, 2000원을 지급하고 지브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승차거부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앱이라고 하면서 결국 승차거부 당하지 않으려면 요금 외에 별도로 돈을 더 내라는 말인데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승객 모두로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지브로를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가 투자한 혈세는 약 10억원이다. 앱 개발과 시스템구축을 위한 제반비용이 이에 포함됐다. 앱 운영은 한국스마트카드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서울시가 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교통 결제 시스템 운영업체다.
현재 지브로를 도입한 서울 시내 택시는 1만6000여대 정도다. 서울시는 연내 3만대 도입 이후 내년 3월까지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택시 7만대 전체에 지브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브로의 비효율성에 대한 서울시의 후속 대책을 묻기 위해 서울시 담당부처에 문의했지만 한국스마트카드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브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수가 10만을 돌파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앱과 달리 지브로는 택시 카드결제기에 기본 탑재돼 있고 ‘미터기 정보 연동’으로 주행 중 콜 수신이 자동으로 차단돼 택시 운전자가 운행에 집중하도록 했다”며 “고객 편의와 안전에 만전을 기해 차별화된 기능으로 택시업계와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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