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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후진적 기업문화 부작용(中-성희롱·성추행)
“음담패설·은밀한접촉 견디고 참아야 회사 다닌다”
회식장소·출장길 성희롱·성추행 비일비재…신고해도 피해자 감싸기 급급
조성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15 00:05:38
 
▲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가 발단이 된 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 피해자들은 수직적 조직문화와 공론화가 됐을 경우 낙인찍힐 것이 두려워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이기욱·김민아·조성우 기자] 최근 유명 대기업, 공공기관 등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피해 사례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고용 관계에 놓인 피고용자가 고용자에게 성범죄를 당한 사건은 지난 2016년 294건으로 2012년에 비해 무려 40% 이상 늘었다.
 
권력·직위 앞세운 상사의 성희롱…“권위적 조직문화가 2차 피해 양산”
 
지난 1998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2010년 10월 퇴사한 이은의(여·43) 변호사가 회사를 나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직장 내 성희롱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1년 가량 상사인 부서장에게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 부서장은 사무실을 오가며 이 변호사의 뒷목이나 머리카락 등을 만지는가 하면 등에 손을 얹어 속옷 끈을 만지기도 했다.
 
해당 부서장은 해외 출장길에서 이 변호사의 엉덩이에 손을 대기도 했다. 참다못한 이 변호사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회사 인사 담당자에게 얘기했지만 정작 돌아온 대답은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가해자인 부서장이 퇴직했는데 그 제서야 인사팀은 “가해자가 회사를 떠났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알려왔다.
 
이 변호사는 성희롱 고발 이후 회사로부터 부당한 인사 처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타 부서로 발령 받았지만 업무를 할당받지 못했고 직장 동료들은 이 변호사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도 했다. 이른바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한 것이다. 심지어 이 변호사는 사회봉사단으로 발령 조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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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한 이 변호사는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이 변호사는 자신의 사례를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초래한 병폐 현상이라고 자평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이 변호사는 “내 사례가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생각한다”며 “격려와 친밀감을 앞세워 목, 귀 등 신체를 만지는 일이 빈번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직장 내 성범죄는 다른 성범죄와 달리 계급과 권력을 앞세우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일수록 성범죄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경직된 조직문화는 결국 성희롱뿐 아니라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는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집단일수록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하지마세요, 싫어요’ 등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고 인사팀 역시 조직 안에 있는 부서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결국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야외 이벤트대행 및 프로모션 업체에 근무 중인 강민지(가명·여·33) 씨 역시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강 씨는 주로 회식 등 술자리에서 성희롱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술자리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물론 외모 지적부터 음담패설까지 성희롱적인 발언이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성들은 특별한 의도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여자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표현이 많아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강 씨의 주장 따르면 이벤트대행업계에서는 남성중심 조직문화가 만연해있다.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인 탓이다. 강 씨는 피해 여성들은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해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강 씨는 “술자리에서는 신체접촉을 비롯해 성희롱 발언들이 많아지는데 가령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아주 기본 중에 기본이다”며 “‘나이가 몇 살이냐’, ‘예쁜데 결혼은 왜 안하냐’ 등의 이야기도 비일비재하고 다른 남자직원과 연인으로 맺어주려는 민망한 상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것도 사회생활이고 조직생활이니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속으로 참는 게 전부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술자리 외에 공식적인 업무에서도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월적 지위를 지닌 거래처 관계자가 노골적으로 성희롱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장소는 회식자리다. 언어적 성희롱을 비롯한 신체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 씨는 “행사 진행을 위해 거래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답변 내용에 비속어를 비롯한 성희롱적인 표현이 너무 많이 있었다”며 “지금도 기억나는 답변 중 하나는 ‘특정 종류의 술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성의 입술이다’라는 멘트고 이는 내가 여성이라는 점을 알고 일부러 한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거부·공론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조직문화·분위기 조성 필요”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해 다양한 상담소 및 구제절차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에서 피해사례를 밝히는 것 자체가 힘들며 상담가들의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제도적인 절차도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국회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안건을 발의한 상태다.
 
‘직장내 성희롱법’을 대표발의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한정하고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개정안을 통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했고, 사업주에게도 관리감독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희롱 등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위원회 연구원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부하직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일수록 부하직원이 성희롱 피해를 당하더라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민간 및 공공기관이 구제절차를 가지고 있고 상담시설도 운영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며 “해당 당사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하며 상담원 역시 조직에서 자유롭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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