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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공짜는 없다! 취준생 24시 (下-특수직)
1분·1초가 아까운 그들…“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하루 15시간 이상 쉴 틈 없이 공부…부모님·목표 위해 오늘도 ‘열공’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19 00:02:55
▲ 노량진학원가는 365일 취업준비생으로 넘쳐난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빠르면 3개월 늦으면 2년 이상 취업준비를 한다. 학원기숙사를 이용하거나 학원강의를 들으며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사진은 여러 학원들이 들어서 있는 노량진 학원가 한 건물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유은주·김민아 기자]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따사로운 봄기운이 느껴지지만 노량진 학원가는 아직 벗지 못한 겨울 외투를 입은 채 두꺼운 책을 안고 분주히 움직이는 젊은 남녀들로 북적인다. 대부분 취업준비생(이하·취준생)들이다. 학원 강의실, 한 끼 식사를 위한 식당과 노점 밥집, 공부방들이 모여 있는 미로와 같은 골목 등 어느 한 곳 이들이 없는 곳이 없다 .      
 
노량진 학원가로 모여든 취준생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여유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치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맞는 한국사회를 다시 보는 듯 하다. 노량진 학원가의 일상은 전쟁터와 같았다. 취업을 전쟁에 비유하는 지금의 세태 상 전쟁터라 불리기에 손색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G학원 한 강의실에서 막 수업을 마친 이성식(25) 씨는 “오늘 수업은 앞으로 4곳이 더 남았기 때문에 얼른 식사하러 가야한다”며 바삐 움직였다. 노점 밥집 앞에 줄을 서 있던 이수정(23) 씨는 “주말에 집에 가는 것은 나중에 취업하고 난 후의 일이다”며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취준생 생활의 일단을 전했다.
 
목표달성 위해 365일 치열한 삶 사는 열정 가득 청춘들의 집합소 ‘노량진 학원가’
 
노량진 학원가는 1년 365일 취준생들로 넘쳐난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노량진 학원가의 취업 준비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24시간을 할애해도 꼭 합격하리란 보장이 없음에도 그들이 노력하는 이유는 ‘희망’과 ‘책임감’ 때문이다. 한 취준생은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도 많이 있지 않느냐’는 스카이데일리의 우문(愚問)에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는 현답(賢答)을 내놓기도 했다.
 
노량진 학원가에는 일반기업체보다 공무원, 교사, 특수직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주를 이룬다. 취업시험 일정은 3월, 5월, 9월 등으로 다양하다. 취준생들은 이번 시험에 실패하면 다음번 시험을 준비하는 식으로 노량진 생활을 이어나간다. 취업준비 3개월 만에 합격한 이가 있는가 하면 2년째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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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군대를 제대한 박찬후(23) 씨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박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를 하던 중 군에 입대했다. 학력은 고졸이다. 경찰행정직은 최소 2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탓에 그는 학력제한이 없는 101경비단 시험에 우선 응시하기로 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군 제대 얼마 전 부모님과 진로에 대해 상담을 했어요. 다시 재수를 해서 대학을 가는 것보다 취업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고졸 학력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없었어요. 여러 정보를 구하던 중에 101경비단 시험이 저에게 맞다고 판단했죠. 체력은 좋은 편이어서 1차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2차는 단숨에 붙을 자신이 있어요”
 
시험 준비를 위해 그는 기숙사형 학원을 선택했다. 자율적으로 공부하기보다 잘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보다 빨리 합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씨의 하루 일과는 고3 수능생 이상으로 빠듯한 편이다.
 
그의 일과는 △오전 6시 기상 및 자율학습 △8시 출석체크 및 일일테스트 △9시~12시30분 수업 △12시30분~1시30분 점심식사 △13시30분~17시 수업 △17시~18시 저녁식사 △18시~19시 단어배틀 및 일일테스트 △19시~22시30분 자율학습 등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같은 일정이 반복되며 일요일에는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 이후 잠깐의 외출 시간이 주어진다.
 
“처음에는 숨이 막힐 것 같았어요. 공부와 식사시간을 빼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도 없었죠. 하지만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고 또 참으며 공부하고 있어요. 친구들을 만나거나 놀러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등학교 때처럼 수업이 강압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여기서는 제 의지가 가장 중요해요”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깊게 고민할 때도 많아요. 특히 ‘20대 젊은이들이 비트코인이나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느니 하는 뉴스를 볼 때는 일종의 상실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쓸데없는 모험은 자칫 인생을 망치기도 하죠.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게 ‘인생의 멋’이라고 생각해요”
 
박 씨는 오는 9월 필기시험에 ‘반드시 합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임하고 있다. 40대 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른 직종에 비하면 낮은 경쟁률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러한 다짐과 걱정이 하루에도 수차례 교차한다. 9월 시험에 탈락하게 되면 내년 2월에 있는 시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죠. 늘 부모님 속만 아프게 해 드렸어요. 9월에 치러지는 시험에는 꼭 합격하고 싶어요. 제 개인적인 것보다 부모님을 위한 것이 더 크죠. 101경비단 경찰은 다른 경찰직에 비해 급여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나 자신과 가족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내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그래도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금전적으로 지원해 주기 때문이죠. 주위에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을 볼 때면 존경심이 들 때가 있죠. 노력한 만큼 보상은 반드시 올 거라고 믿어요.”
 
면접 탈락만 6번…열심히 키워준 부모님 위해 좌절하지 않고 오늘도 ‘열공’
 
▲ 취업준비생들의 24시간은 쉴 틈이 없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구슬땀을 흘린다. 사진은 윈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식당가로 몰려나오는 취준생들의 모습, 강의를 마치고 다음 강의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한 강의시간에 집중해 공부하는 취준생들 모습, 간단한 점심식사를 위해 노점 밥집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노량진 고시원에서 만난 신재석(28) 씨는 2016년 초 창원대학교를 졸업한 후 창원 지역의 한 기계설비 관련 중견기업에 취업했다. 대학 때 전공이 기계분야인 탓에 취업은 어렵지 않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도 줄곧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젊었을 때 더욱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이었다.
 
“직원이 50여명쯤 되는 회사였는데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급여도 그렇고 앞으로의 비전도 보이지 않았죠.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원하는 직장을 위해 또 다시 취업준비를 할 형편도 아니었죠. 부모님께 손을 내밀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받은 월급을 꼬박꼬박 모았어요. 그리고 다른 회사 이직을 결심했죠”
 
신 씨는 입사 5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기계분야 관련 직종의 대기업, 공기업 입사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우선 노량진 고시원에 숙소를 정하고 필요한 강의를 듣기위해 학원에 등록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성적은 좋았어요.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죠. 부모님과 주위의 기대도 컸어요. 하지만 고3 때 방황을 했던 것이 문제였어요. 창원대는 국립대라서 등록금이 일반대학교에 비해 1/3정도 밖에 안됐어요. 그마나 부모님께 미안함을 덜할 수 있었죠. 서울에서 시험 준비를 하면서 적어도 1년 정도면 원하는 곳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죠”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신 씨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치른 대기업과 공기업 입사시험에서 모두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기계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가지고 있었고 영어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5번의 입사시험에서 4번은 3차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억울하기도 하고 암담했어요.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 실망이 컸죠. 한동안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죠. ‘그냥 조그만 회사라도 다시 취직을 할까’라는 나약한 생각도 수없이 했죠. 가지고 있던 돈도 바닥난 상태였고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
 
그는 고시원을 나온 후 결혼한 형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 때부턴 똑같은 생각의 반복이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집 근처 도서관으로 직행하고, 오후 10시가 넘어서 귀가했다. 오로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뿐 이었다. 그 시기 한자자격증 등 입사시험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은 모두 따기도 했다.
 
“형님 집에 오래 있기도 미안하고 해서 다시 누님 집으로 옮겼어요. 누님부부만 살고 있고, 둘 다 직장에 출근하기 때문에 그나마 마음이 좀 편했어요. 인근에 명지대학교가 있어서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곳에서 공부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시험을 더 치렀지만 계속 실패의 쓴맛을 봤죠. 눈높이를 낮출까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선 목표를 ”
 
신 씨는 여전히 기계관련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각 공기업들의 전체 채용일정은 물론, 기술직만 별도로 채용하는 곳이 있는지도 빠짐없이 체크한다. 신 씨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노량진 고시원으로 다시 옮겼다. 시험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조금 두렵기도 해요. 취업준비만 거의 2년이 다 돼 가잖아요. 나이도 더 들어가고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해요. 지금까지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적은 거의 없어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올해 안에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수십만 명은 될 거라 생각해요. 지금 흘리는 노력과 땀의 대가를 모두가 보상받았으면 좋겠어요”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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