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선거제도 해외전파’ 사업이 국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간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비판 여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국형 전자정부’ 전파사업 아르헨티나서 망신…국가이미지 실추 불구 정부 모르쇠 일관
세계 부패관련 조사단체인 센트리(Sentry)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월 행자부는 ‘중남미 대륙에 한국형 전자정부를 본격 전파한다’며 행자부·외교부·조달청·서울시 등 정부기관과 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선거관리위원회 등 공공기관, 세계선거관리협의회 등의 국제기구, 민간기업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자정부 협력사절단’을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에 파견했다.
행자부는 협력사절단에 한국의 선거용 기기 제조사 M사 등 민간 기업을 포함시킨데 대해 “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고, 전자정부 수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함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아르헨티나 의회는 전자투표시스템 도입 조항이 담긴 ‘선거개혁 법안’을 논의 중이어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M사의 전자투표시스템(터치스크린 형태)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납품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선거 프로그램 전문가들이 전자투표시스템 자체의 보안상 허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아르헨티나 의회는 선거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고 결국 ‘선거개혁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델리아 페레이라 루비 오(Delia Ferreira Rubio) 의장은 “안드레스 이바라(Andrés IBARRA) 아르헨티나 현대화 장관이 선거개혁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전자투표기 평가와 관련한 기술사양이 정의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의 ‘전자단일투표기’ 시제품을 이미 조달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결국 아르헨티나에 정부에 ‘한국형 전자정부 시스템을 전파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한국산 전자투표시스템의 허술함만 노출시킨 채 일단락 됐다. 이후 아르헨티나 현대화장관은 한국 측과의 협상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아르헨티나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건으로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망신을 면치 못하게 됐다.
국가 이미지 훼손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 정부의 태도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당시 ‘전자정부 협력사절단’을 이끌었던 행자부는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 정부가 알 수 없지 않느냐’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자부 담당부서 관계자는 “당시 협력사절단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 지금은 없어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민간기업의 일을 정부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항변했다. 이어 “사절단에 민간 기업을 포함시켰다 해도 이후의 상황까지 정부가 체크하지 않는다”며 “협력사절단 파견과 관련한 사후 보고서 또한 지금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사절단 파견목적에 ‘기업판로를 개척하고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라고 명시하고도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기업인 미루시스템이 ‘전자투표기 보안 취약’이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아르헨티나 판로개척이 좌절된 것을 정부가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가 거부한 전자투표기 콩고에 등장…불량 제품 재포장 판매 의혹
센트리는 M사가 보안상의 취약점 때문에 아르헨티나 판매가 무산된 전자투표기를 이번에는 콩고에 매각을 시도하고 있어 심각한 파장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오는 12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선거용 기기 제작사인 M사의 전자투표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전자투표기가 보안에 취약해 부정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전자투표기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센트리는 아르헨티나에서 사용 된 ‘전자단일투표’ 기술과 콩고에서의 문제가 발생한 기기 사이에서 몇 가지 명백한 유사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콩고에 판매하려는 기기(전자투표기)는 원래 아르헨티나에서 사용을 목표로 했다가 아르헨티나 의회에서 전자투표 법안이 통과되지 않자 (이를) 재포장돼 콩고에 판매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에 대한 근거로는 △2015년 아르헨티나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투표용지와 콩고 선관위원장이 공개한 투표용지 디자인의 유사성 △아르헨티나에 납품하려던 터치스크린과 콩고에 납품 예정인 터치스크린의 길이가 21.5인치로 동일한 점 등이 있다. 센트리는 “미국과 유럽연합은 (집권연장을 꾀하는 조셉 카빌라 콩고 대통령의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전자투표 사용을 포기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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