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경기도 고양시 대곡역 일대 개발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규모 철도물류단지 건립을 놓고 이재준 고양시장(더불어민주당)과 시민들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이 ‘철도물류단지 건립’ 추진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지만 고양시민들은 집권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고양시와 고양시의회가 다시 밀어붙일 경우 사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곡역세권 개발 사업’은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에 위치한 대곡역 일대 179만4244㎡(54만여평) 규모의 부지를 2023년까지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 사업의 핵심은 대곡역에 들어서는 ‘복합환승센터’다. 대장동 일대 12만2700㎡(3만7000여평) 규모 부지에 주거·업무·숙박·컨벤션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춘 환승시설로 조성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재준 시장 후보 시절 대곡철도물류단지 공약…여론 악화로 일단 후퇴
이 시장과 시민들 간의 충돌은 지난 5월 지방선거 유세 운동과정에서 처음 생겨났다. 시장 후보였던 이 시장은 공약 홍보물과 유세를 통해 “대곡역은 경의선을 따라 개성과 중국, 러시아 등으로 철도 물류의 시발점이다”며 “대륙철도의 물류 전진기지로 대곡역의 활용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곡역세권을 4차 산업 유통허브로 특화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시장의 공약 내용은 동영상으로 제작돼 선거운동에 사용되기도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남·북 철도복원 사업이 가시화 되면서 경의선 구간인 대곡역세권을 개성공단의 입주업체들의 배후 물류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게 이 시장의 복안이었다.
이 시장의 공약 내용을 접한 고양시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곡역세권에 대규모 철도물류단지가 들어설 경우 △초미세먼지와 소음 증가 △화물차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와 분진으로 인한 환경 악화 △극심한 교통 혼잡 가중 △기업체 유치기회 상실 △일산과 덕양구 간의 연결고리 단절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다수의 고양시민들이 가입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함’, ‘일산아지매’, ‘삼원지맘’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곳곳에 철도물류단지 반대 현수막을 설치하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반대 여론 확산에 주력했다. 이재준 후보에게 철도물류단지 건립 공약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공약 반대 활동에 나섰다.
커뮤니티 사이트 ‘고함’ 운영진인 송해인(남·58·일산동구 백석동·가명) 씨는 “물류단지가 들어오면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들 것은 뻔하고 이로 인해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은 악화될 것이다”며 “선거공약이 최악의 혐오시설인 철도 화물기지 건립이란 점에서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씨는 “고양시 한복판에 있는 대곡역에 화물차들이 폭주한다면 이미 열악할 대로 열악한 교통 상황은 끔찍한 아비규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산, 화정, 능곡 일대는 혐오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 뻔해 반대 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론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자 이재준 시장은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둔 5월 27일 “대곡역세권 공약을 화물물류센터로 오해하고 있다”며 “전혀 그런 뜻이 아니고 시장후보 공약에도 (철도물류단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물류기지가 아니라 (대곡역을) ‘국제철도역’으로 만들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후 이 시장은 자신의 선거 홍보물에서 ‘대곡역 철도물류단지’ 내용과 블로그 동영상을 삭제했다.
다음날인 28일 열린 고양시장 후보 초청토론회에서도 이 시장은 악화된 여론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 시장은 “물류센터에서 국제철도역으로 공약이 바뀐데 대해 고양시민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의당 박수택 후보의 질의에 대해 “말이 바뀐 것이 아니다”며 “최종공약을 시·도의원 후보들 및 당과 입장을 조율해서 원팀 공약으로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초 이 시장의 선거홍보물에 ‘대곡역세권 물류단지 개발을 통해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이 명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또 “대곡역세권을 물류단지 및 벤처유통 거점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한 선거홍보 동영상이 공개되고 지난 5월17일(보도기준일) 한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곡역 일대를 철도물류단지와 4차 산업 유통 허브로 개발해야 하며 중국, 러시아로 향하는 대륙철도 물류전진기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커뮤니티 사이트 ‘고함’의 또 다른 운영진 이영숙(여·42·덕양구 화정동) 씨는 “이 시장을 믿지 못하는 데는 그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가장 큰 이유다”며 “선거운동 당시 이 시장은 컨테이너와 화물차가 드나드는 철도물류단지를 대곡역에 조성한다고 시민들에게 홍보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입장을 바꿔놓고는 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고양시청 도시정책실 관계자는 “당시 이 시장의 철도물류단지 공약은 많은 오해가 있었다”며 “말 바꾸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곡역을 복합환승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준 친위대 배치된 고양시의회…시민 의견 묵살 후 언제든 물류단지 조성 가능”
이재준 시장이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이곤 있지만 아직까지 고양 시민들은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업 철회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재추진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시장의 우군(友軍)인 고양시의회 민주당 의원이 전체 33명 중 절대다수인 21명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고양시민들의 우려감을 높이는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고양시민들의 긴장감은 최근 고양시 인수위원회의 인원(50명)과 활동기간(약 60일)을 대폭 확대하고 예산 지원을 골자로 하는 조례안이 졸속처리 되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시장에 의해 임명된 인수위원은 이 시장의 공약사항을 방향성과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시장이 친위부대를 내세우면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될 것이라는 게 고양시민들의 반응이다.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카페 운영자인 선해석(남·59·일산동구 백석동·가명)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교류 사업에 동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고양시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이 시장이 철도물류단지 사업을 다시 들고 나온다면 온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이 시장 당선 이후 고양시는 ‘철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여 고양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대곡역세권에 대형물류가 아닌 일상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의 물류를 담당하는 소규모 센터 건립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어 “대규모 물류단지는 현재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며 “주거지역과 인접한 곳은 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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