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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김명제 선수

“방황 이겨내고 휠체어 테니스로 제2인생 살죠”

음주운전 사고로 야구의 꿈 접어…휠체어 테니스 입문해 아시안게임서 은메달

이한빛기자(hb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11-20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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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김명제 선수는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 출신의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음주운전이라는 실수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방황을 극복하고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변신한 그는 얼마 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김명제 선수는 프로야구 1차 지명에 뽑힐 만큼 장래가 촉망되던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순간의 실수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절망의 터널을 헤매던 그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 준 것은 휠체어 테니스였다. 그는 부단한 노력 끝에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됐으며 꿈의 무대인 패럴림픽 출전을 꿈꾸며 지금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휠체어 국가대표 선수인 김명제(남·31) 씨는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휠체어 테니스 쿼드 복식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또한 장애인 체전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다. 더불어 그는 2019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는 등 성공적인 한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명제 선수는 이 같은 성공에도 만족하지 않고 2020년 도쿄 패럴림픽을 목표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촉망받는 야구 선수, 순간의 실수로 마운드를 떠나다
 
김명제 선수는 2005년 두산베어스에 입단해 선발의 한 축을 맡을 만큼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2008년 어깨 부상, 2009년 사타구니 부상이 찾아오면서 1년이 넘도록 재활에만 매진해야 했다.
 
“2009년까지 재활을 하면서 구위가 회복되지 않아 군대를 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조계현 코치(현 KIA 타이거즈 단장)님을 만나 구위도 회복하고 투구밸런스도 잡으면서 2010년에 대한 부품 꿈을 꾸고 있었죠. 제 스스로도 가장 좋았던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군대를 미루고 1년만 더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하지만 2010년 시즌에 대한 기대는 한 순간의 실수로 좌절되고 말았다. 2009년 12월 28일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고 결국 마운드를 떠나야 했다.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부상과 재활에 지쳤을 때라 야구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홀가분해졌죠. 이후 사고의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명제 선수는 사고 이후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며 방황에 빠졌다. 하지만 가족과 동료 선후배들의 응원 덕에 절망을 딛고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변신했다. ⓒ스카이데일리
 
피나는 재활을 통해 다시 걷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가 없었다. 남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3년 간 오락에 빠져 바깥 활동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비관적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상대가 나의 모습을 측은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그렇게 방황할 때 가족들은 그 모든 걸 받아주면서 제가 세상에 나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주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아직 젊은 나이에 이렇게 방황할 순 없다고 마음 먹었죠”
 
휠체어 테니스와의 만남국가대표로 메달까지
 
세상 밖으로 나온 김명제 선수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헬스장에서 알게 된 같은 장애인 친구를 통해 휠체어를 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을 접하게 됐다. 그러다 2014년 휠체어 테니스를 만났다.
 
“원래 생활체육의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선수로 입문했어요. 처음에는 3~4년간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라 배우는 게 쉽지 않았어요. 팔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운동인데다가 평상시에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 않다보니 움직이는 법도 익숙하지 않아 애를 먹었죠”
 
하지만 그는 부단한 노력 끝에 국내 랭킹 2위까지 올랐다. 2018 휠체어 테니스 쿼드(사지 중 삼지 이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출전 가능) 부문 국가대표에 선발돼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그는 쿼드 복식 부문 베테랑이자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규성 선수와 팀을 이뤄 은메달을 획득했다. 국가대표 첫 출전에서 이룬 성과였다.
 
이후 열린 장애인체전에서도 그는 단식과 복식에서 우승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특히 단식 결승에선 복식 파트너인 김규성 선수를 만났다. 그와 김규성 선수는 사이좋게 한 세트씩을 나눠가진 후 3세트 경기 도중에 비가 내려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덕분에 그는 2년 연속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며 성공적으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췄는데 생각한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고 체전 금메달과 국가대표로 선발돼 행복해요.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이 느낀 한해였어요. 올해 처음으로 해외 투어에 참가했는데 랭킹이 높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다 보니 기술이나 체력적으로 할 게 많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 2018년에 이어 2019년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명제 선수는 앞으로 2020년 도쿄 패럴림픽 출전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은 김명제 선수의 휠체어 테니스 경기 모습. [사진=김명제 선수 제공]
 
김명제 선수는 휠체어 테니스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가족과 친구, 과거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3년간의 방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부상 이후 발생한 허리디스크도 좋아졌다. 하지만 그가 소속했던 팀들이 연달아 해체되면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소속팀이 오래 유지되지 못해 운동을 잠시 쉰 적도 있었어요. 테니스라는 운동 자체가 환경이 중요하고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인데 소속팀 문제로 테니스에만 집중하지 못했던 게 많이 아쉬웠어요. 현재 속한 팀은 소속팀의 개념보다는 지원을 받는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라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그는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생각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야구선수 시절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왔지만 사고 이후에는 남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돌아볼 만큼 마음이 편해졌고 여유도 생겼다.
 
“최정이나 박병호 선수와 같이 야구를 했다고 하면 주변에선 친구들이 잘 되는 것에 대해 질투한 적은 없는지, 아쉬운 마음은 없는지 물어보곤 해요. 하지만 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내일처럼 기분이 좋아져요. 사고 이후 직접 찾아와서 힘을 북돋아줬고,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할 때도 응원해줬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저도 힘을 낼 수 있었어요”
 
행복한 2018년을 보낸 김명제 선수의 다음 목표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이다. 아시안게임 은메달의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이제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노력만으론 안 될 것 같아 더 열심히 매진하고 있어요. 휠체어 테니스는 어깨나 손목을 많이 써서 부상도 많은 편인데, 아프면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만큼 부상 없이 대회에 나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그리고 그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하나 더 있다. 사고 이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잠실야구장을 찾는 것이다.
 
“다른 야구장은 친구들 덕분에 보러 갔었는데 잠실구장만큼은 죄책감 때문인지 가기가 미안했어요.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도 잠실야구장을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준 뒤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가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시구자로 마운드에 선다면 더 마음이 벅찰 것 같아요”
 
그는 인터뷰 말미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바로 음주운전이었다. 스스로를 방황의 늪에 빠뜨렸던 음주운전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털어놨다.
 
“최근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면서 한 번 쯤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던 부분이었어요. 지금도 2009년 제가 저지른 음주운전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고요. 주변 친구들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으면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그는 음주운전이 자기 자신은 물론 남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음주운전은 무조건 하지 말았으면 해요.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내 가족, 모르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큰 죄니까요. 우리나라는 아직 음주운전을 저질러도 처벌이 관대한데,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져 자신의 인생까지 끝장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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