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도전의 정신을 바탕으로 녹색(綠色)의 십자(十字)가 의미하는 봉사와 배려, 정도와 정의를 지키고 인간을 존중하며 성장해 온 GC녹십자가 인류 모두의 행복한 내일을 위한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올해 초 녹십자그룹 지주사인 GC녹십자홀딩스가 경기 용인 본사에서 열린 신년 시무식에서 회사 명칭을 변경하고 새 기업이미지(CI)를 선포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허일섭 GC녹십자그룹 회장의 행보에서는 봉사와 배려, 정도와 정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불법적인 검체검사 수가 할인, 무면허 임상병리사 고용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허 회장이 국민 건강을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GC녹십자그룹의 수장 허일섭 회장의 경영 행보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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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허일섭 GC녹십자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겉으로는 윤리경영을 강조해 온 그가 뒤로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돈벌이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 회장은 지난 1999년 ‘녹십자 윤리강령’을, 2013년에는 기존 윤리강령을 보완한 ‘녹십자 윤리기준’을 각각 제정하면서 윤리경영을 경영 모토로 삼아온 인물이다.
조직병리검사 수가 할인 일삼은 GC녹십자그룹…“돈벌이 눈멀어 국민건강 외면” 뭇매
제약업계·임상병리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GC녹십자그룹 계열사인 GC녹십자랩셀이 국민건강보험법령에 위배되는 검체검사 수가 할인을 일삼은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대한병리학회는 검체검사에 대해 위탁·수탁 시 불투명한 정산 관행과 수가 할인 등을 불법으로 정의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검체검사’란 환자로부터 재취된 혈액, 체액 등 검체로 질병의 진단·예방 및 치료를 위해 실시하는 검사와 일반인으로부터 채취된 검체로 건강의 손상이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측정·평가하는 모든 종류의 검사를 통칭하는 단어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과도한 수가 할인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정해진 대로라면 수탁기관은 정해진 수가대로 병·의원으로부터 검체검사를 위탁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탁기관들은 많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검체검사 수가 할인을 일삼아왔다. 병·의원을 상대로 마진을 높여줄테니 일감을 달라는 영업활동을 일삼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탁기관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검사를 허술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허술한 검사는 곧 국민과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졌다. 문제가 지속되자 의료계 안팎에선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가 할인을 금지해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한병리학회는 비정상적인 세포병리 및 조직병리 검사 수가 할인에 대해 ‘의료질서의 심각한 문란을 야기하고 병리의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켜 오진의 가능성을 높여 그에 따른 법적분쟁이 환자의 피해를 초래한다’며 부당한 행위로 정의했다.
하지만 허 회장이 이끄는 GC녹십자그룹은 환자를 포함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을 어기고 검체검사에 대해 수가 할인을 일삼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결과, GC녹십자그룹 내 검체검사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는 GC녹십자랩셀은 일반 병·의원을 상대로 할인율이 적용된 견적서를 제시하며 영업활동을 벌였다. 일례로 조직병리검사에 대해 정해진 수가의 30% 할인된 가격의 견적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임상병리사는 “만약 조직병리검사 건강보험 수가가 1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규정대로라면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관리료 10%가 포함된 1만1000원을 받아 녹십자에 검사비 1만원을 줘야 한다”며 “하지만 GC녹십자그룹은 병·의원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벌이기 위해 할인율을 적용해 7000원만 받는 행위를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식이라면 GC녹십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검사비를 절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부실한 검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검체검사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결국 GC녹십자그룹은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국민의 건강을 외면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사안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병·의원에 대한 간접 리베이트 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병리학회 관계자는 “대형수탁업체들은 일단 물량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그러나 병리검사는 환자의 최종 진단을 하는 분야로서 검사 단계의 불확실성과 질 저하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관행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수탁검사기관협회 또한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한국수탁검사기관협회 관계자는 “지금껏 관행처럼 시행돼왔던 할인 경쟁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큰 부담이 된다”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료업계 수가 할인이 불법으로 지정된 만큼 그동안 계속된 불법적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사실이 없어 답변할 수 없다”며 “추후 관련 내용을 파악한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무면허 임상병리사 채용 논란…“공염불 그친 국민 위한 위대한 헌신”
GC녹십자그룹은 한일시멘트그룹 창업주인 故허채경 회장이 1967년 설립한 수도미생물약품판매가 모태다. 국내 최초로 알부민 생산, 유행성출혈열 및 수두백신, 에이즈 진단시약, 혈우병치료제 등을 개발했다.
생명공학산업의 선봉에서 GC녹십자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허일섭 회장은 창업 반세기를 맞아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각오를 다지자는 뜻에서 “위대한 헌신과 도전을 통해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담은 ‘Great Commitment, Great Challenge, Great Company’의 첫 스펠링을 CI로 제정했다.
안정적인 혈액제제와 백신 사업을 안방에서 수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50년간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과 가치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게 허 회장의 목표다. 하지만 최근 GC녹십자 그룹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인해 의료 업계 안팎에선 허 회장이 국민들의 건강을 내팽개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약·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병의원으로부터 병리학적 검사를 맡아 수행하는 GC녹십자의료재단은 ‘무면허’ 불법 병리검사 시행 의혹을 받고 있다. 재단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논란은 야간 통합검사팀 중 2명이 병리사 자격증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제보에서 비롯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임상병리사 자격이 없는 A과장의 경우 지난 2000년 재단에 입사한 이후 약 18년간 병리검사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16년에 입사한 B과장 또한 2년째 병리검사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들은 지금까지 혈구검사 결과 판독이나 검체 분류 작업, 일반 혈액 검사, 환자 생명과 직결된 크로스 매칭(수혈 적합성·Cross matching) 검사 등 임상병리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임상병리사의 자격은 대학교 및 전문대학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한 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임상병리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발급받아야 주어진다. 임상병리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해당 병리검사를 진행할 경우 불법으로 당사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기관은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현재 GC녹십자의료재단 측은 불법 병리검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해당 직원들은 임상병리사 자격이 없어도 되는 업무를 맡고 있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검사팀에는 병리검사 외에도 업무가 많고 다른 검사팀에도 자격증이 없는 직원이 있다”며 “해당 직원들은 검체배달이나 접수 등을 맡아서 하고 자격증이 있어야만 하는 일은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관할 지자체인 기흥보건소 관계자는 “당시 조사를 나갔을 때 해당 근무자들이 현장에 없어서 적발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조사를 나갔을 때 현장에 있어야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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