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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어려울수록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과 간섭은 시장 왜곡과 성장 동력만 위축시켜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1-05 19:31:00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지금부터 약 15여 년 전의 일이다. 필자는 박사 과정 연구생의 일원으로 독일 뉘른베르크 에를랑겐 대학의 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 대학의 모 교수가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구소련 등 동구권의 몰락 후 약 10년이 지난 뒤 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도입된 시장경제 적응 상황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과는 달리 놀랍게도 국가별로 다소 간의 차이는 있지만 절반 이상(5070%)의 주민들이 과거보다 생활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젊은 세대에 비해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특히 부정적인 반응 지수가 더 높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젊은 세대들에게 비해 기회가 불평등하며,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토로했다. 소득이 개선되긴 했지만 비교적 공평하던 시회주의 계획경제 시절보다 스트레스나 불만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설문인 그 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절대다수가 아니요라고 답한 결론 부분이 특히 많은 시사점을 줬다.
 
2차 대전 종전 이후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소위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우산 하에 편입되면서 공산주의 정권이 대거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사회주의 계획과 통제 경제를 도입하게 되고, 45년 이상 이 체제가 계속된다. 하지만 무능과 비효율,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면서 국가 체제가 붕괴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정의와 평등을 기치로 모두가 공평하게 잘 살도록 하겠다는 가치와 철학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백기를 들고 체제 전환의 길로 들어선다.
 
현재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EU라는 서유럽 경제권에 편입돼 또 다른 기회와 지원 혜택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서유럽과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전후 정치적 상황이 그들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사회주의를 선택하게 만들었지만 그 결과는 비참하고 처절했다.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려 보면 중국은 사회주의 정치 이념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사회주의 폐쇄·계획 경제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들의 버티기도 거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는 현존하는 가장 검증된 가치철학이고 지속가능한 국가의 발전을 담보하는 우월적 패러다임이다. 우리도 종전 이후 지난 70여 년 이상을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체제를 통해 이 정도의 국가를 만들어 왔다.
 
물론 현재의 위치에 대한 평가를 두고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를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시장경제와 계획경제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가. 전자는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고, 후자는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다. 민간 주도 경제는 기업이 그 선봉에 있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자율적인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경제가 굴러가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공정한 룰 세팅과 적극적인 인센티브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당연히 작은 정부가 더 효율적이며, 제대로 된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반면 경제가 사회주의 쪽에 가까워질수록 국가의 간섭과 통제가 심해지고,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비효율과 무능을 양산하게 된다.
 
연초부터 하루 종일 비생산적 이슈로 갑론을박, 미래를 위한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
 
현 정부 출범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적폐 청산과 경제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분하에 하루도 평온한 날이 별로 없었다. 사회적 갈등은 더 심화되고, 정치적 수준은 더 곤두박질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경제적 실패에 대해 낙담해 하고 있으며, 이러한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보다 냉정하게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그나마 남아 있는 성장의 동력마저 위축시키지나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추락하는 경제를 멈출 수 있는 지푸라기라도 있는 지를 점검해 볼 시기이다. 민간이 더 뛸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무상복지로 약자를 돕겠다는 아마추어적 사고는 과감히 집어던지고 그런 재원이 있으면 어떻게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인가에 초점을 바꾸어야 한다. 포퓰리즘이 일시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유증과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생존을 위한 게임의 룰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도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우리에 갇혀 갈등만 양산하고,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나라 안팎의 상황을 볼 때 올 해 경제가 더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글로벌 경제는 피크를 지나 하향 국면으로 향하고 있고, 수출과 내수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국내 경제는 벼랑 끝을 향하고 있다.
 
이제 모두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정치는 더 겸손해져야 하고,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를 위한 창조적 성장 동력이 생겨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혁신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은 혁신의 본거지로서 세계의 유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천지개벽을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날고, 일본과 독일은 멀리 도망가고 있는데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달리는 우리 기업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경제가 선순환 구조를 할 수 있도록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새해 벽두가 시작되었지만 잇따른 내부자 폭로로 나라가 온종일 시끄럽다.
 
어떻게 상대를 제압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지,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됐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며, 리더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성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정의와 분배는 점진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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