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항구도시 그단스크의 시장이 13일 일요일 밤(이하 현지시간) 자선행사 중 무대 위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숨졌다. 그단스크 시민 수 천 명은 시청 앞 광장에 모여 파벨 아다모비츠 시장(53)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다모비츠 시장은 폴란드 포퓰리즘 우익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진보진영의 대표적 정치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8년부터 20년간 그단스크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해왔고, 특히 정부 여당이 반(反)이민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민자 권리를 위해 활동했다.
그단스크 의과 대학 의료진은 아다모비츠 시장이 심장, 횡경막, 장기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루카즈 츠모브스키 폴란드 보건부 장관은 “최선을 다했으나 그를 살리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아다모비츠 시장의 피습과 사망으로 충격에 빠진 폴란드 국민들은 정치적 대립과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밤 폴란드 전국에서 모인 수 천 명의 시민들이 집회를 갖고 폭력과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적 행위를 일제히 비난했다.
폴란드 경찰은 27세 남자를 현장에서 검거됐으며, 범인이 폭력 전과가 있는 정신질환자라고 밝혔다. 범행에 정치적 동기가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당시 폴란드에선 가장 큰 자선행사의 밤이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는 의료장비를 위한 모금행사로 해마다 열린다. 일요일 밤 8시 무렵, 수 천 명의 시민들이 자선행사 콘서트를 즐기고 있었다.
“밤하늘에 불빛을”이라는 레이저쇼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폭죽이 터지기 직전 한 젊은이가 무대로 뛰어올라 아마모비츠 시장을 흉기로 마구 찔렀다.
그런 다음 범인은 흉기를 치켜든 채 무대를 돌며 자신이 ‘시민연단’ 집권시절 감옥에 있었다면서 “그래서 내가 아다모비츠를 죽였다”고 소리쳤다. ‘시민연단’은 한때 진보성향의 아마모비츠 시장이 속해 있던 정당이다.
그단스크 시에는 폴란드 전역에서 아마모비츠 시장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모였고 그들은 폴란드 정치인들의 공격적이고 악의에 찬 언사가 이 사건을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집권 여당은 즉시 이 사건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폴란드를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한 정치적 견해에 있어서는 파벨 아다모비츠 시장과 주로 대립하는 입장이지만, 오늘 만큼은 우리 모두 한 동포이므로 절대적으로 그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애도의 글을 남겼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폴란드의 다른 두 도시 브로츠와프와 포즈난 시장(市長)에 협박을 가한 남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14일자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선거 결과 농촌 지역과 소도시, 그리고 대도시 사이에는 깊은 정치적 분열의 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농촌 지역과 소도시 주민들은 대체로 현 집권 정당인 ‘법과 정의당’을 지지하는 반면, 대도시 시민들은 주로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작년 10월 지방선거에 앞서 한 극우단체는 ‘시민연단’과 관계되는 진보 정치인 11명의 ‘가짜 사망증명서’를 발급했다. 이 명단에 아마모비츠 시장의 이름도 포함됐다. 폴란드 검찰은 이 사건을 ‘증오의 선동’이 아닌 ‘표현의 자유’라고 해석해 수사를 거부했다.
검찰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아마모비츠 시장은 지난 주 “이것은 통상적인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선을 넘었고, 나는 이런 식으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폴란드 시민들은 아마모비츠 시장을 죽음을 계기로 정치권의 분열과 증오의 대립을 멈추라고 요구한다. 시민들은 14일 밤 그단스크, 바르샤바 등 폴란드 주요 도시에서 집회를 갖고 아마모비츠 시장에 대한 애도와 함께 정치권의 깊어가는 갈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몇몇 시민들은 “증오를 멈춰라” “폭력을 멈춰라” 등 구호가 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