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17살이 되는 ‘사랑이’(시츄종)는 앞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반려견이다. 2년 전 노화로 인해 시력이 약해지면서부터다. 사람 나이로 치면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사랑이의 건강 상태가 희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술을 하려해도 노령인 탓에 쉽지가 않다. 반려인 김은혜(여·58) 씨는 “앞이 보이지 않아 집안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부딪히는 일이 많다”며 “병원에 정기적으로 가지만 나아지기 보다는 현 상태에서 나빠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사랑이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기본적인 양육비 외에도 병원비용을 더해 한 달 평균 100만 원 정도 지출된다. 김 씨의 한 달 수입이 300여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다. 김 씨는 “사랑이의 건강을 위해 사료와 영양제는 가장 몸에 좋다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병원비까지 더하면 큰돈이지만 사랑이를 보고 있노라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노령화 급속증가…노령견 시장 확대추세
반려동물의 수명이 증가하면서 노령화된 반려동물의 질환치료와 영양제 등 관련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노령견 사료, 영양제, 의약품은 물론 노령견 돌봄 서비스까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반려동물 용 고가의 한방제품이 등장해 반려인들의 눈길을 끄는 가운데 노령견을 타깃으로 한 한방제품도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견의 평균 수명이 약 15세로 증가하면서 노령견의 분류 기준 역시 과거 7세에서 10세 이상으로 상향조정됐다. 10살 된 반려견은 사람의 65세, 15살 된 반려견은 사람의 90세에 해당된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최근 보고한 반려동물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6일 기준, 현재 기르고 있는 반려견의 나이는 노령견으로 분류되는 10세 이상이 10.6%로 나타났다. 1~3세가 51.5%로 가장 많고 4~5세 20.0%, 6~7세 10.5%의 순이었다. 특히 몰티즈, 푸들과 같은 순종견은 10세 이상 비중이 10% 수준인 반면, 믹스견은 10세 이상 비중이 21.0%로 조사돼 고연령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수명증가의 원인으로 반려동물을 한 가족으로 여기는 반려문화 정착을 꼽고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필요하다면 고액의 지출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생소했던 유전자치료와 외과수술 등이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도 반려동물의 수명증가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수명증가 추세도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일본 페트푸드협회에 따르면 개·고양이의 평균수명은 30년 새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반려동물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국내에 노령견을 타깃으로 한 영양식, 보호제품은 물론 질병치료를 위한 의약품 시장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성일 펫저널 대표는 “우리나라도 노령견 숫자가 점점 많이 늘어나면서 노령견 시장이 많이 커지고 있다”며 “노령견을 타깃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려동물의 노령화로 인해 영양제 시장은 물론 질병치료약 시장도 많이 늘어났다”며 “최근에는 노령견을 타깃으로 한 한방식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노령견 시장 초기단계인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반려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동물용 의약품 제조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8%씩 증가(동물용 의약품 전문 제조업체 17개사 기준)했다.
동물용 의약품 41개사를 매출 규모에 따라 영업이익률을 파악한 결과,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11.3%로 나타났고, 매출액 100~500억 원대의 중소업체들의 영업이익률도 평균 6.8%에 달해 수익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견이 증가에 따른 치료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동물병원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노령화 인해 질병치료 서비스가 다양화되면서 동물병원 수도 최근 5년간 연평균 4.4씩 증가했다. 또한 예방접종, 중성화수술, 감염 등 기존 치료범위에서 종양, 심장질환, 관절치료 등 외과수술과, 화학요법 치료까지 넓혀가고 있다.
특히 노령화 된 동물들의 증가로 인해 당뇨, 고혈압, 관절질환 등 만성질환과 퇴행성질환이 늘어나고 있어 관련 의료장비를 갖춘 동물병원들도 증가하고 있다.
고양시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과거에는 치료방법이 없어 안락사 시키거나 치료수준도 예방위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반려인들의 의식이 고양되면서, 반려견이 조금만 아파도 바로 병원을 찾을 뿐 아니라 고가의 치료나 수술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려인들의 수요가 높다보니 동물병원도 이에 맞춰 고가의 치료장비를 구입하는 등 변모하는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노령견 타깃 영양제 질환치료 범위 확대…한방업계도 가세
노령견을 겨냥한 영양제품과 보호장구 제품 출시도 활발하다. 강아지·고양이 시니어 영양제인 닥터********, 노령견 체력보충용 영양제 클로***, 노령견 면역력 증강 영양제 마이*** 등을 비롯해, 노령견 관절영양제, 항암영양제, 치매예방영양제 등 다양한 효능효과군(群) 영양제가 출시·판매되고 있다. 건강진단 키트, 구강케어 제품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가의 노령견 유모차, 노령견의 척추·관절 보호를 위한 미끄럼방지용 제품, 시각장애를 가진 노령견을 위한 엔젤링 제품 등 사용용도가 다양한 보호장비의 출시·판매도 활발하다.
김성일 대표는 “사람이 노쇠하면 각종 영양제와 보약을 먹고 건강관리에 더욱 주의하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대한 반려인들의 생각도 이처럼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노령견만 겨냥한 시장은 지금 초기단계지만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시장에 한방업계의 등장도 눈에 띈다. 과거 2003년경 국내 K제약이 한방용 사료 제품을 출시했지만 판매부진을 겪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특히 노령견을 타깃으로 한 한방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방을 이용한 동물용 영양사료를 제조·판매하는 ‘견공본가’는 한의학적 임상경험을 토대로 반려동물의 내장기능 강화, 소화기능 약화예방, 노화로 인한 근골격 보강 등을 위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홍화자·사상자·두충·오가피·황기 등 한방재료를 사용해 반려동물의 장 기능 개선과 관절질환 예방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류홍선 견공본가 대표(한의본가한의원 원장, 한의학 박사)는 “반려동물 가족 1000만 시대가 되는 등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고 말하고 “한약전문가인 한의사가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보자 생각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한의과대학에서 실험을 진행해 반려동물의 뼈를 튼튼히 하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소개하고 “현재 한방동물 의학회 연구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며 앞으로 학회를 만드는 등 한의학과 반려동물이 연계되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견공본가 조형식 팀장은 “현재 반려동물의 관절과 장 부분으로 나눠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연령별로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며 “노령견을 위한 한약 보양식으로 된 제품을 현재 개발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노령견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현재 하락하고 있는 1~2세 반려동물의 분양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준호 서울시 수의사회 전무는 “노령견 시장에 커진다는 것은 상대적인 확대를 의미한다”며 “현재 노령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노령견 시장이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린강아지들의 분양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펫사료협회 조사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 양육중인 반려견 중 2세 미만은 7%에 불과하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