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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3기 신도시 공급 발표 후폭풍

“정부 3기 신도시 추가 선정은 일산·운정 사망선고”

기존 신도시 집값하락·교통난 불가피…주민들 “한 마디로 멘붕” 격양

문용균기자(ykmo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10 15: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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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대 신도시로 지정된 일산신도시는 조성 30년차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노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으나 용적률 등의 문제로 사업성이 떨어져 현실화되진 않고 있다.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한창 진행되곤 있으나 재건축 요구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결국 일산 인구 중 일부는 새 아파트를 찾아 고양시 내 다른 개발 지구 혹은 파주 운정신도시로 이동했다. 수요가 분산되면서 일산의 인기 하락은 더욱 가속화됐다. 집값 또한 인기와 궤를 함께 해 일산 시민들의 시름을 날로 깊어져갔다. 시름에 빠진 일산 시민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들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국토부가 일산과 서울 사이에 자리한 ‘고양 창릉’을 3기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한다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기존 일산신도시의 인기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3기 신도시 여파틑 일산신도시 뿐 아니라 이제 막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한 파주 운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도시슬럼화는 물론 집값하락, 교통체증 등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들도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정부의 3기 신도시 예정지 추가 발표에 대한 일산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지역민들의 반응을 현장취재했다.

▲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를 추가로 선정했다. 이번에 발표된 곳 중 대단위 지역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고양 창릉은 서울과 매우 인접해 있고 판교 규모의 자족 기능을 탑재한 도시로 정부가 계획하고 있어 그 보다 더 외곽지역에 자리한 1기 일산신도시, 2기 파주신도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존 신도시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일산 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선정 무효’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를 결정한 데 대해 1기 신도시인 고양시 일산동·서구, 2기 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도시슬럼화는 물론 집값하락, 교통체증 등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발표 직후인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 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후에도 3기 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의문점들을 제기한 글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점차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현장의 반응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현장 취재를 통해 나타났다. 일산신도시와 운정신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해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새로 조성될 3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더 멀리 떨어진 일산, 파주 운정 등에 현안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새로운 신도시 공급은 사실상 기존 도시의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는 절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기 신도시 추진은 노후화된 1기 신도시, 개발 중인 2기 신도시 등에 대한 사망 선고”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일산 주민들로 구성된 네이버 카페 ‘일산신도시연합회’는 이달 12일 오후 6시30분 경기도 파주 운정행복센터 사거리 앞에서 3기 신도시 반대와 관련된 집회를 연다. 18일에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카페는 정부가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을 지정한 직후인 8일 개설됐다. 현재(이달 10일 기준) 회원수는 2123명에 달한다.
 
지자체도 주민들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파주시는 창릉지구 신도시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운정신도시는 아직 3지구 분양이 남아있으며 정부가 교통 대책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파주시의 입장이다. 신도시 탄생은 운정신도시의 인구 유입 감소, 교통난 심화 등을 촉발시킬 것이라고도 피력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격양된 모습이었다. 김석중(남·60대)씨는 “사실상 일산신도시가 죽는다고 생각한다”며 “풍동, 식사동, 킨텍스 쪽에도 공급이 많고 파주에도 신도시가 있는데 창릉까지 아파트를 지으면 과잉 공급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강남 집값을 잡으려고 3기 신도시를 만든다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창릉 쪽에 정부 고위층 인사들이 땅을 사 놓은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심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교통 체증도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보여 삶의 질 악화도 불가피 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백석역 인근에서 위치한 부동산1번지 관계자는 “당장 땅을 팔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기대감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며 “앞으로 일산에 위치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향후 10년은 아파트 가격 하락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일산의 슬럼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일산 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김지혜(여·30·가명) 씨는 “지금 일산 서구는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초상집 분위기다”며 “일산의 재건축 여건 마련, 자족기능 강화, 교통대책 등은 어디로 가고 이런 터무니없는 발표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고양시청에서 만난 고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선정에 있어 인근 지역 주민들은 안중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으로 집값하락, 교통문제, 대기오염문제, 쓰레기 소각장문제 등이 발생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3기 신도시가 마치 서울 집값을 조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결국엔 개발 사업자들에게 돈 벌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다”며 “그린벨트의 90% 이상을 풀어 서울 서부 지역까지 대기질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들도 격양된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3기 신도시 발표에 ‘당황스럽다’, ‘충격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직 남은 3지구 분양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경의중앙선 운정역 인근에서 만난 이지은(여·30대) 씨는 “갑작스러운 발표를 듣고 황당했다”며 “아직 개발을 해야 하고 개선해야할 문제가 많은 운정신도시인데 3기 신도시(고양 창릉)가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생기면 이곳에 대한 관심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운정 신도시에 위치한 중앙 부동산 관계자는 “주민들은 왜 그 곳에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당장에 운정신도시 분양 카페들만 들어가도 일산과 운정을 죽이려고 발표한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정은 분양도 남았고 지금도 교통이 매우 불편한데 고양 창릉에 신도시가 생기면 누가 여기 들어와 살겠냐”며 “3지구 분양도 분양가를 낮게 해도 완판이 될까 말까인데 정부 발표로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파주 운정신도시 3지구 분양관계자는 “우리는 우리대로 분양을 위해 힘쓴다는 생각이지만 고양 창릉 신도시 여파를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총체적 난국…3기 신도시 상대적 피해 지역에 구제 위한 대안나와야”
 
▲ 일산신도시와 운정신도시 등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에 대해 ‘일산에 대한 사망선고다’, ‘파주 운정신도시를 소외시켰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기존 신도시의 소외 현상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함께 나와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아파트 전경(왼쪽)과 분양 홍보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된 3기 신도시들은 구체적인 교통 대책과 자족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자족기능이 부족하고 교통 대책이 요원한 일산, 파주 운정 신도시의 슬럼화, 미분양 우려는 현실화될 공산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을 구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일산의 노후화 진행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며 “수요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산 아파트들의 재건축은 용적률을 끌어올려주지 않는 한 수익성이 나지 않아 리모델링을 하거나 구축으로 남아 있어야한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혜택이나 도움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일산에 대한 도시계획이 변경돼야 하나 집값 급등을 우려하고 3기 신도시 조성에 집중하는 정부는 1기 신도시 대안 마련을 주저해 현재로써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성 중인 파주, 검단 등 2기 신도시들도 문제가 된다”며 “이들을 구할 교통책 등 구체적인 대안들을 함께 고려해야 반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차원이 아니라면 민간을 끌어들여서라도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3차 3기신도시 발표는 정부가 내세운 공급 계획을 채운다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서울 아파트 값을 잠재운다는 이유로 서울 근교 땅의 개발제한을 풀어 국민들에게 생색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가 왜 서울 근교에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며 “서울 접근성이 좋은 자족도시가 형성되면 더 멀리 있는 일산, 운정 등은 수요자의 선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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