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발표된 국토교통부 철도통계(2016년 기준)에 따르면 KTX 연간이용객은 310만6160명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객수단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KTX일반열차의 경우 총 18량 930석이 운영돼 입석인원까지 들어 설 경우 한 열차에 탑승하는 인원만 1000여명이다. 열차 길이만 400m에 달한다. 1호차부터 18호차까지 성인 남성 걸음으로 6분 50초가 소요된다. 하지만 최근 KTX를 둘러싼 안전 관련 문제가 불거져 나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방대한 수용인원과 규모를 자랑하는 KTX 내에 안전관리담당자는 단 한 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고나 응급환자 발생 시 원활한 대처가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카이데일리가 KTX의 안전대비 실태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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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만명이 넘는 승객들이 이용하는 우리나라 대표 교통수단인 KTX의 안전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 18량으로 이뤄진 KTX 열차 당 안전담당자가 불과 한 명에 그쳐 1000여명을 담당하는 구조인데 위급상황 발생 시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나 홀로 1000명 승객 관리는 사실상 불가…손 나눌 승무원 절실”
열차 당 승무원은 총 3명이다. 안전담당관 1명과 객실서비스 승무원 2명 등이다.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이는 직접 고용이 원칙이라 안전담당관은 코레일 소속이다. 객실 내 서비스 등을 일임하는 승무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다.
이들 두 사람의 역할은 안전을 경계로 나뉘게 된다. 객실승무원들이 안내방송 및 환승 시 승객 안전 등에 유의하도록 돼 있는 반면 안전담당자는 객실 내 승객들의 생명·안전 등과 직결된 문제를 일임한다. 문제는 무려 1000여명이 탑승하는 열차 내 안전담당자가 불과 한 명이라는 점이다.
스카이데일리는 KTX 안전 관리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열차를 직접 이용해봤다. 열차의 처음과 끝인 1호차부터 18호차까지 이동하는데 6분50초가 소요됐다. 한 가운데인 9호차에서 각 방향 끝 호차까지 이동했을 때도 3분30초가 걸렸다.
만약 안전담당자가 9호차에서 대기 중인 상황에서 1호차와 18호차에서 연이어 위급상황이 발생하게 될 경우 이동에만 10분 넘게 걸리는 셈이다. 입석승객까지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할 경우 실제 소요되는 시간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 내에서 안전담당자를 만나봤다. 박천수(43·남·가명) 안전관리팀장은 “18량 1000여명의 승객의 안전을 홀로 관리하기가 솔직히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며 “평균적으로 주당 2건 이상 119에 인계하는 사고가 나는 편인데 원활한 대응과 조치를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승무원 김지수(26·여·가명) 씨도 “최근에도 객실 내 응급환자가 발생해 팀장님을 호출하고 함께 조치를 취했다”며 “코레일이 객실 승객안전을 객실승무원이 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별도의 추가 안전요원 등을 배치해 승객들의 안전에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총 5편의 열차에 탑승해 현장 승무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부분 비슷한 반응들이었다. 직접 고용된 안전팀장은 추가인력배치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객실 승무원들은 직접 안전관리 등에도 관여할 수 있게 직접 고용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거나 별도의 추가 안전담당 인력의 배치를 요구했다.
이러한 현장의 지적에 대해 코레일 측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곳 관계자는 “현재 코레일은 노조 및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들과 함께 논의를 진행 중이다”면서도 “추가배치를 위한 신규채용 계획은 500명 이상 직접 고용을 해야 하는 까닭에 아직까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초기 판단 중요…전문 인력 충분히 배치해 만일의 사태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응급상황 시 초기 판단·대처 이른바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고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만큼 추가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위급상황에서는 숙련도 있는 안전요원의 유무가 누군가의 생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속히 도입해 해당 안전담당자들의 숙련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남보건대 응급구조학과 이인모 교수는 “수백명 이상 탑승하는 KTX의 경우 전문인력인 1급 응급구조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게끔 하는 것이 사고발생 시 탑승객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면서 “위급 상황에서는 모든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안전관련 교육을 받은 승무원도 많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 한철 교수는 “위독한 환자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KTX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탑승객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혹은 어떤 병 이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대비가 미비한 상황에서는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충분한 확보가 필수적이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학박사는 심근경색·뇌졸증·뇌출혈 등 일부 병명을 언급하며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기도 했다. 승객들 역시 안전관리팀장에 1000여명의 탑승객 안전을 일임시킨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다소 불안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기자의 질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다수의 승객들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반응이었다.
KTX 이용객 박성민(남·30)씨는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는데 안전관리팀장 한 명이 조치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최고 열차로서 안전에 만반을 기하는 건 당연하며 응급구조사가 1~2명은 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미(여·38)씨도 “승무원들이 직접 고용되고 증원 배치되면 승객들의 안전과 서비스는 나아질 것이다”며 “육·해·공 상관없이 여객 운수수단 내 안전관리 및 대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안전관리팀장은 “열차 당 1명 씩 배치된 안전담당직원들은 단순히 위급상황 발생 시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설물관리업무까지 도맡고 있어 사실 상 명목상의 안전관리요원이라 볼 수 있다”며 “자연히 채용 역시 시설물관리에 주안점을 둬 이뤄지고 있는데 위급상황을 위해서라도 보다 전문적인 인력충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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