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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한·일 갈등 선의의 피해자들(上-중소기업)

극으로 치닫는 한일갈등에 벼랑 끝 中企 사망판정 위기

일본 계산된 술수에 정부 맞불대응…전문가들 “실리·효율적 해법 시급”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8-20 00: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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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 및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기업에선 총수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실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응해 똑같이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감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만행에 가까운 행태라고 성토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외교적 갈등을 원만히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의 감정적 대응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국민들이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한·일 무역전쟁 선의의 피해자’를 선정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점검하고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일본 정부가 7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가운데 공작기계·탄소섬유 분야에 대한 2차 수출규제 우려가 나온다. 이에 우리나라 공작기계 생산의 중심인 창원·마산에선 정부가 감정적인 대응보단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공작기계 업체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문용균·나광국 기자]  일본 아베 정부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문재인정부의 대응 방식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는 등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실익을 찾는 노력에 치중하는 반면 정부 관계자들은 공개적인 비판과 국제사회 호소 등 감정적 대응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수의 국민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비열한 태도라고 비판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대응에 아쉬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감정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산업계,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일본의 2차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작기계 분야의 메카로 불리는 창원·마산에선 단순한 우려를 넘어 줄도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日 수출규제 타깃 공작기계·탄소섬유, 일본의존도 각각 91%, 60%
 
지난 7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세칙을 발표했다. 한국이 가장 우려한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은 일단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략물자를 포함해 비전략물자도 ‘캐치올 허가(엄격한 심사에 의한 개별 허가)’ 제도로 대(對)한국 수출을 막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가지 품목 이후 개별허가로 규제하는 품목을 추가하지 않았지만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배터리 소재, 자동차 부품 등이 다음 수출통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일본산 소재·부품이 ‘캐치올 허가’ 대상으로 분류될 경우 최장 90일간 수입을 못 하기 때문에 관련 분야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기술이전도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한일 간 기술 교류·협력도 중대 고비를 맞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정보가 부족하고 부품·소재 수입 대체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중단이나 해외 이전까지 검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공작기계의 핵심은 CNC(컴퓨터수치제어)이다. 기계의 두뇌에 해당하는 장치로 지난해 우리나라 CNC 관련 수입 중 일본산 비중은 91%에 달한다. 한마디로 당장 수입을 하짐 못하면 공작기계를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은 일본 ‘화낙’ CNC가 장착된 CNC 공작기계 외/내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한국무역협회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의 2차 경제 보복 대상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작기계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일본산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다. CNC는 컴퓨터를 통해 기계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일본 기업 화낙이 독일 지멘스와 함께 세계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CNC 관련 수입 중 일본산 비중은 91%에 달했다.
 
창원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공작기계 업체 대부분은 CNC를 일본 화낙에서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치제어반 수입액 2억3001만달러 중 92.7%에 달하는 2억1192만달러를 창원의 공작기계 업체들이 수입했다. 이 중 일본에서 수입한 규모는 2억831만달러로 98.3%에 달했다.
 
금속 공작기계도 일본 기업 의존도가 40%에 달한다. 금속 공작기계의 경우 주로 쓰는 곳은 중견·중소기업이라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업계 내에서는 새 설비 구매보다 직접적인 피해가 염려되는 것이 부품 확보라는 시각이 많다.
 
수소연료탱크 제조 등에 쓰이는 탄소섬유도 도레이, 데이진, 미쓰비시케미컬 등 일본 기업 3사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섬유 수입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수소경제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있다. 수소연료탱크 제조 기업들은 수입업체 다변화를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조달처를 바꾸는 경우에도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서는 수개월가량 시험운전 등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어떤 품목이 제한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며 “최악의 경우 제조업 생산라인이 받을 타격은 마비 수준에 가까울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낮음을 떠나 우리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 분야가 많다”며 “포괄에서 개별 프로세스로 전환되면 당장 우리가 필요한 제품 수입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고 이는 결국 국내 산업계에 장애를 일으킬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규모 국가산업단지 창원…“정부 감정대응에 중소기업·서민 줄도산 우려”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를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국제 규모의 기계류 생산 공장 집단화 및 기술의 집약화, 관련 기계류 생산 공장의 전문화·계열화로 투자 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해 조성된 기계 공업 전용 산업단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1970년대 말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생산액은 4506억원, 수출액은 165만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기계산업의 성장·발전에 따라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이뤘고 내수 및 수출 증대로 입주기업이 대폭 증가했다. 1990년대 말 생산액은 16조5000억원, 수출액은 56억 달러를 달성하며 우리나라 기계류 생산액, 수출액 등에 있어 각각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영광은 최근 들어 점차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미중무역전쟁, 중국 및 아세안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출수요 감소 요인과 내수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주물량 감소, 자금사정악화,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의 악재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더욱 큰 피해가 예상된다. 대기업 하청 공장이 많은 이곳 특성상 타 지역에 비해 피해 정도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최근 창원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김종균 S&T공작기계 대표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놓고 비난하지 않을 국민들은 없겠지만 정부는 국가 경제에 피해가 없도록 차분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창원과 같이 제조업이 중심인 지역은 정부의 대응에 따라 생계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공작기계 제조업체들이 생산판매를 하고 있지만 주요 부품은 대부분은 일본산으로 1대의 기계에서 50%가 일본 부품이다”며 “CNC(컴퓨터수치제어)뿐 아니라 베어링과 같은 정밀부품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 부품이 없으면 제품 생산이 불가능한데 정부는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르고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 중소업체들은 제품에 들어갈 부품을 3개월 치 가량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이 수출규제로 공작기계를 지정하게 되면 이후에는 부품이 없어서 제품을 생산·수리할 수 없어 창원지역 경제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며 “정부가 역사문제와 경제문제를 따로 분리해서 대응하는 것이 국가경제와 역사문제를 바로잡는 현명한 방법이고 국민을 위한 선택이다”고 강조했다.
 
공작기계 제조업체 성진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최명훈 대표도 일본수출규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현장과 괴리감이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창원지역의 경기는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며 “그럼에도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정부는 우리 같은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을 살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일본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했거나 앞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부품이다”며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국산화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정부는 최대한 국내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응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 창원·마산 지역 시민들은 몇 년 사이 제조업 경기가 암흑기에 가깝다고 말한다. 여기에 공작기계에 대한 수출규제까지 더해지면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효성 있고 냉정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창원지역 상인·시민들도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택시기사에게 최근 창원의 분위기에 대해 묻자 한 숨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예전에는 호황을 누렸던 지역에 지금은 암울한 분위기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기침체로 창원지역 기업들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다 빠져나가며 지역 경기가 말도 안 되게 나빠졌다”며 “여기에 일본이 공작기계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추가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원시민들의 원성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경기가 부진하며 지역경제마저 쇠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일본 수출규제 악재까지 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순자(64·여) 씨는 “몇 달 전부터 적자에 시달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장사를 접을 예정이다”며 “그동안 제조업 부진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서민정부를 자처하고 나선 현 정부가 일본에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서 인기몰이를 할 동안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훈 대구대학교 교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적 관계를 짚어봤을 때 지금의 문제는 하루 빨리 해결하는 게 우리 경제에 이롭다”며 “양국 간 갈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고 한국경제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까지 흔들리는 상황인데 정부는 부품·소재 국산화, 관광상품 활성화 등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자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도 문제가 있지만 지금 한일 갈등의 원인은 우리 정부가 제공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며 정부의 선택으로 애꿎은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미국과 국제사회에 중재를 요청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에 국장급 회의를 요청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아베 총리를 만나 담판을 짓고 문제해결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8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미국 경제 위축 가능성 등 악재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한일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며 “서둘러 상황을 봉합하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정말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일 강공 정책을 한두 걸음만 뒤로 물러서 서로 윈윈하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며 “아베 총리에게 특사를 보내 일본이 원하는 것을 우선 파악해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현명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나광국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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