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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이고은 전국지역주택조합 과장

“서민들 내 집 마련 돕는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죠”

한국태권도 유망주, 호흡 약해지며 꿈 접어…지주택 피해자 지원 ‘동분서주’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9-03 00: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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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고은 전국지역주택조합 과장(사진)은 촉망받던 태권도 유망주였다.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올핌픽 출전은 무난하리라 여겼던 그였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꿈을 접어야 했다. 자신의 분신이었던 태권도를 담담하게 내려놓은 그는 현재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활동가로 변신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노신은 자신의 단편 소설 ‘고향’에서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없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것은 지상(地上)의 길과 같다’라고 썼다. 그의 글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희망’을 화려한 미사여구로 설명하는 대신 ‘고난에 부딪히며 걸어가는 것’이라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누구나 살면서 겪게 되는 좌절과 아픔을 노신의 말처럼 ‘인생의 한번쯤 고비’로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기쁨과 희망을 찾아 걸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어린나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전국지역주택조합 이고은 과장은 자신이 겪은 좌절에 억매이기보다 오히려 당당히 부딪히며 희망을 향해 걸어가는 청년이다. 
 
지주택 사업 비리·불법 행위 만연…“서민피해 막겠다”고 활동 시작
 
촉망받던 태권도 유망주에서, 서민들의 주택피해 방지에 앞장서는 활동가로 변신한 그를 만나기 위해 인천시 연수구의 사무실을 찾았다. 큰 키에 다소곳한 모습,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29살의 그이지만, 운동선수들에게 볼 수 있는 날카로운 눈매는 여전한 듯 했다. 
 
“운동을 그만둔데 대한 아쉬움이 왜 없겠어요. 남들보다 성적도 좋았던 터라 부모님의 기대도 컸죠. 하지만 언제나 제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싶어요. 작은 손길이지만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사명감을 갖고 할 일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이고은 과장의 직장은 전국지역주택조합(이하 전지조)이다.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사업은 지역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한 후, 돈을 모아 토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역주민들이 사업 주체이다 보니 일반 분양아파트 보다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방식으로 많이 이용된다.
 
하지만 지주택 사업은 일상에 바쁜 지역주민들을 대신해 모든 업무를 대행하는 ‘업무대행사’의 폭리, 조합과 업무대행사 간의 불법유착 등으로 전 재산을 떼인 서민들이 속출하면서 비리와 불법의 온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지조는 2017년 이 같은 지주택 사업 관련 피해를 방지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면서 출범했다. 현재는 △피해구제를 위한 법률·세무 상담 △전국 지주택 사업현황과 문제점 공유 △문제 지역의 조합원 지원 △지주택 사업 업무대행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장은 지난 2017년 3월 전지조에 합류했다. “운동을 그만둔 후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디자인 계통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지주택 일을 하게 됐죠. 지주택 일은 업무 특성 상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업이죠. 특히 젊은 사람이나 여자들은 더욱 많이 힘들어해요, 저 또한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로 인한 구안와사로 입원까지 했죠. 두 번 일하긴 힘들었어요”
 
“입원 뒤 휴식기를 가지면서 지주택 사업으로 상처받은 조합원들을 위해 일할 기회가 있었어요. 아직 정착되지 못한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지조 문을 두드리게 됐죠”
 
▲ 이 과장은 학창시설 소위 ‘잘 나가는’ 태권도 선수였다. 도지사배 금·은·동메달, 협회장배 금·은·동메달 등 그가 전국대회에서 거머쥔 금메달만도 47개나 된다. 청소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대한태권도협회장배 선수권대회 출전 당시 모습(뒷줄 맨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이고은 과장 제공]
 
이 과장의 하루는 밀려드는 상담과 현장지원 활동으로 인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하루에도 수많은 문의가 들어옵니다. 인터넷 카페를 체크해 상담을 진행하고 조합 업무지원을 하다보면 하루가 훌쩍 흐르죠. 24시간이 부족해 시간이 12시간정도 더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퇴근 후에는 주로 공부를 해요. 무엇보다 제대로 된 상담과 지원을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 과장은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지주택 사업을 대리해 진행했다. 당초 사업을 진행하던 업무대행사와 조합 측의 불법행위가 포착되면서 조합원들이 전지조에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업은 무사히 마쳤고 현재는 인천지역의 한 지주택 사업을 맡아 대행 중이다.
 
“지주택 사업은 추가부담금 발생, 사업지연, 횡령 등의 문제가 다반사도 발생하죠. 고소·고발도 수두룩 하구요. 업무대행사와 일부 조합측이 자기들 이익만 챙기려고 하다 보니 좀 더 싼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해 보겠다며 뛰어든 조합원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죠.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아요”
 
“비리로 얼룩진 조합의 경우 저희가 맡아 추가부담금 없이 사업을 대행합니다. 물론 수수료는 다른 대행업체의 10% 수준밖에 안 받죠. 조합원들로부터 ‘입주까지 완료하도록 도와줘서 고맙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도리를 다했게 됐다’는 인사를 받을 때는 눈물이 나죠. 제가 이 일을 선택한 게 너무나 뿌듯하죠”
 
하지만 이 과장에게는 수년간 일궈온 꿈을 접어야 했던 가슴 아픈 경험이 있다. 이 과장은 학창시설 소위 ‘잘 나가는’ 태권도 선수였다. 도지사배 금·은·동메달, 협회장배 금·은·동메달 등 그가 전국대회에서 거머쥔 금메달만도 47개나 된다. 청소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국가대표 선발, 아시안게임· 올핌픽 출전은 무난하리라 여겼던 그였다.
 
전국대회 딴 금메달만 47개…“좌절은 한 순간, 꿈과 행복은 영원”
 
“6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어요. 험한 사회에서 남에게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불의에는 맞서 싸울 수 있게 키우고 싶다는 것이 부모님의 뜻이었죠. 저 역시 태권도는 남을 해하지 않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항상 열렬한 응원을 해주셨죠. 어머니는 저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셨어요”
 
“운동은 힘들었어요. 관장님은 여자라고 봐주시는 법이 없었죠. 힘이 뛰어난 남자들 속에서 절도 있고 힘 있는 동작을 따라가기가 가장 힘들었죠.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했어요”
 
“3개월 동안 준비한 첫 겨루기 시합에 출전했는데 출전 대기 동안 겨루기 상대와 친해졌어요. 그 바람에 실제 경기에서 상대를 때리기 미안하고 마음이 약해지면서 제대로 차보지도 못한 채 얻어맞고 허무하게 끝났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신나게 저를 발로 차던 상대방 선수의 얼굴이 아직도 떠올라요. 어린 나이에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요”
 
▲ 이고은 과장은 각종 비리로 좌초 위기를 맞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맡아 정상궤도로 올려놓은 일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로부터 ‘입주까지 완료하도록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는 자신의 선택에 뿌듯함을 느낀다. 지역주택조합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 과장은 선수생활 당시 대통령 경호원, 여성 장교, 경찰 서장, 독거미부대(특수부대) 등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길을 가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선수생활은 거기까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달고 살았던 비염과 조금만 뛰어도 호흡이 가빠지는 체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체력장에서 1000m달리기를 한 번도 완주해 본적이 없어요. 운동을 오래하면서 아무리 체력을 길러도 기본 호흡이 부족한 점은 고쳐지질 않았어요. 운동을 오래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한계를 절실히 느껴죠”
 
“태권도를 하면서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을 해주셨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생각에 실망하실 부모님 걱정이 앞섰어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부모님께 운동을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렸죠. 부모님께서는 실망이 크셨지만 제 선택에 대해 존중해 주셨어요”
 
18살의 소녀는 초·중·고 12년 간 자신의 분신이었던 태권도를 포기한 자신의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한 과정으로 여기며 또 다시 도전할 새로운 길을 찾았다.
 
“학창시설 운동하면서 익혔던 끈기와 신중함, 침착함 등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많은 도움이 돼요. 지역주택 사업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합원들의 재산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죠. 제가 가진 생각이나 내릴 결정이 조합원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하죠.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만 늘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저는 현재 제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그 과정에서 행복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좌절은 한 순간이지만 꿈과 행복은 영원하기 때문이죠. 내가 알고 있는 행복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며 살려고 해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지역주택조합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요”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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