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가 잘 외워지지 않아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친구들과 소리를 맞추는 것 역시 어려워요.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소리에 기분이 좋아져요.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계속 브릿지온 앙상블에서 음악을 하고 싶어요.”
느리지만 열정을 담아 꿋꿋이, 악보는 못 읽지만 타고난 음감으로 암기하고 수없는 반복을 통해 음악의 세계에서 행복감을 누리고 그 행복을 전파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겐 장애도 음악에의 열정을 가로막지 못했다. 장애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브릿지온 앙상블 이야기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루한 교육방법 탓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온 앙상블은 각자의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히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음악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 교육에 나서고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이 직접 복지회관 등 현장을 찾아가 연주를 통해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발달장애지만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언어 대신 음악으로 소통
브릿지온 앙상블을 만나기 위해 강남구에 위치한 조그마한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니 멀리서 다양한 악기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습실 문을 열자 브릿지온 앙상블 멤버들이 각자 바이올린, 첼로, 플롯, 피아노 등을 손에 쥐고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습시간은 쉴 새 없이 이어졌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처럼 설렘이 가득했다.
브릿지온 앙상블은 바이올리니스트 김길원(남·30) 씨와 윤예찬(남·22) 씨, 첼리스트 김어령(남·36) 씨, 플루티스트 최의택(남·23) 씨, 피아니스트 박지석(남·26) 씨 등으로 구성돼 있다. 브릿지온 앙상블 멤버들 모두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 정확한 의사소통은 어려웠지만 음악으로 전달하는 감성은 이해할 수 있었다.
김길원 씨는 시각장애와 발달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음감을 바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악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 음을 짚는다는 것이다. 김 씨는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한빛맹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으며 ‘예술의 전당’과 해외 무대 등에서 활발한 공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배웠다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바이올린을 잡았어요. 친구들하고 연주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하루에 1시간 정도 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듣고 그것을 전부 외워 연주를 하고 있어요.”
제2 바이올린을 맡고 있다는 윤예찬 씨 역시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반인과 소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윤예찬 씨는 어릴 때부터 언어, 인지치료 등 특수교육을 받아왔으며 10여 년간 바이올린을 연주해 왔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처음에는 교회 장애인 챔버에서 활동하다가 브릿지온 앙상블에서 활동하게 됐죠. 악보를 외우고 멤버들과 소리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음을 짚는 것도 어렵고 손도 많이 아프고요. 하루에 2~3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있고 브릿지온 앙상블 합주 때도 연습하고 있어요.”
피아노를 치는 박지석 씨 역시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감정이해가 더디지만 피아노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박지석 씨는 나사렛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피아노가 어렵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악보를 외우는 것이 힘이 들기는 한데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은 재미있어요. 엄마가 공연장에 가끔 찾아오시는데 항상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죠.”
플룻을 부는 최의택 씨는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 원활하게 다른 멤버와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브릿지온 앙상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15살 때부터 플룻을 배웠어요. 플룻을 배웠을 때 어려운 점은 하나도 없었고 재미있었어요. 기본적으로 합주를 하면서 2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있어요. 연주회 다니는 것도 어렵지 않고 멤버들과 연주하는 것도 즐거워요.”
첼리스트 김어령 씨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대 음악학과를 졸업하며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졸업 이후에도 다양한 연주회를 다니며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악기를 다루는 것을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공연을 앞두고는 더욱 많이 연습을 하고 있죠. 연습을 많이 할 때는 하루에 10시간도 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 올라가면 집중력을 발휘해 실수없이 연주를 마무리 하죠.”
사람들의 환호·박수가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연주할 것”
브릿지온 앙상블은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위해 어린이집, 사회복지관 등 다양한 곳에 공연을 다니고 있다. 멤버들은 공연 당시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윤예찬 씨는 어린이집에서 공연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정말 많은 곳에 공연을 다니고 있어요. 사회복지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만나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도 만나죠. 최근에 어린이집에서 했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공연을 마치고 아이들이 앵콜을 외쳐줬는데 저희가 앙코르 곡으로 ‘그대로 멈춰라’라는 곡을 준비했거든요, 그 음악을 듣자 아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했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브릿지온 앙상블 멤버들도 간혹 실수를 한다고 털어놨다. 악보를 외우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연주를 놓칠 때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피아노를 치는 박진석 씨는 아찔한 경험을 회상했다.
“악보를 외우는 것이 쉽지 않아요. 어느 날 연습을 많이 하고 무대 위로 올라서 공연을 했는데 어느 순간 어디를 연주하고 있는 것인지 까먹었지 뭐에요. 어디로 악보가 넘어갔는지도 몰랐었죠. 그래서 크게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음악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변하는 브릿지온 앙상블 멤버들은 계속해서 연주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브릿지온 앙상블 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언제까지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멤버들과 계속 연주하고 싶어요. 멤버들과 싸우지도 않고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월급을 열심히 저축하고 부모님에게 맛있는 것도 사드리며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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